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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에는 '호들갑' 북 잠수함 미사일발사는 '남의 일'


입력 2016.04.25 05:14 수정 2017.10.16 10:28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김정은의 SLBM 발사 성공은 한미동맹의 위기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면 미국은 한국지원 곤란

북한은 2016년 4월 23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한․미는 ‘KN-11’, 북한은 '북극성-1'로 호칭)을 시험발사하였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이번 SLBM 시험발사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진행됐고, '대성공'을 거뒀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 잠수함에서 수면으로 부상한 후 사출하는 기술인 “콜드 런치"(Cold Launch) 기술에 의하여 발사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 합참에서는 북한이 SLBM 1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하기는 했으나 최소사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비행하는 데 그쳤다면서 ‘실패’라고 설명하였다. 국내언론에서도 합참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다양한 도발 중의 하나로 인식하면서 전략적인 중요성은 부여하지 않았다. 당연히 국민들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고, ‘황사’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데 더욱 큰 관심을 보였다.

성공 여부는 북한이 설정한 목표에 좌우

군대에서 어떤 무기체계를 시험할 경우 그것이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은 실시하는 측에서 설정한 목표에 의하여 좌우된다. 한국 합참이 분석한 대로 북한이 300km 이상을 비행하는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였는데,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였다면 그것은 실패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수중에서 사출하여 어느 정도 비행하는 데만 목표를 두었다면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부터 SLBM에 대한 지상 시험발사를 실시하였고, 2015년 5월 8일에는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2015년 12월에는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을 사용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콜드 런치를 통한 사출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북한은 “최대 발사심도”에서 안전하게 발사되었고, 고체연료까지 사용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한국 국방부의 발표에 의하더라도 수중 사출 후 비행에는 분명히 성공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SLBM과 관련하여 북한에게 남은 과제는 목표지역으로 비행시켜 정확하게 타격하도록 하는 것인데, 북한이 1,000발에 이르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SLBM은 수중에서 발사된다는 것만 다를 뿐 나머지는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동일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에서 실패라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걸려야 전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안일한 현실인식일 수 있다.

북한의 SLBM 성공은 한미동맹의 위기

우리 모두가 현 상황에서 깊게 생각해봐야할 사항은 북한의 SLBM 성공이 갖는 전략적 의미로서, 이것은 한미동맹의 위기로 직접 연결된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였을 경우 북한은 은밀하게 미국의 영토에 접근하여 핵공격을 가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미국에게 한국을 지원할 경우 미국의 어느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협박하게 될 것이며, 그러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이 SLBM을 개발하려는 것은 한국에 대한 그들의 핵무기 공격수단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이미 북한은 1,000기 가까운 다양한 지상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탄도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여 공격하면 된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지상발사 핵미사일에 대하여 유효한 방어태세를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북한이 해상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없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이유는 한미동맹 또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강력한 핵공격을 갖춘 미국이 응징보복으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미국의 어느 도시는 북한의 SLBM에 의해 핵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북한은 이 교환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인명을 중시하는 미국은 1~2개 도시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가능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SLBM을 구비하게 되면 북한핵에 대한 한미 연합의 억제 및 방어전략은 작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것을 핵전략에서는 “최소억제전략”(minimum deterrence strategy)이라고 부른다.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수개의 도시를 파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보복능력만 구비하면 대규모 핵무기를 구비한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의 5대 핵보유국 중에서 최소억제전략은 현재 영국과 프랑스가 사용하고 있는데, 영국과 프랑스는 수백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SLBM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본국이 핵공격을 받으면 핵잠수함에 탑재된 SLBM을 발사하여 상대의 주요도시들을 파괴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고, 이로써 어떤 국가도 이들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이다.

즉 SLBM 개발에 성공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응징보복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한국에게 핵무기 사용으로 협박하거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혼자서 북한의 핵위협을 상대해야 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어야할 수 있다. 북한의 SLBM 개발은 핵위협과 방어의 근간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할 것이다.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면 미국은 한국 지원 곤란

1950년대에 프랑스는 독자적 핵무장을 결심하였는데, 그 때 반대하는 미국에 대하여 프랑스가 한 말은 “파리를 구하기 위하여 뉴욕이 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미국이 감수할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본국이 위험할 경우 미국도 프랑스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질문이 가능하다.

“과연 시애틀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에 대하여 미국이 대규모 핵응징보복을 감행할 것인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미국이 망설일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인공위성을 탑재하였다면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였고, 2016년 2월 7일에는 상당한 안정성을 과시하였으며,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에 성공하느냐를 두고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ICBM의 경우 대기권 재돌입이라는 쉽지 않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고, 미국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해둔 지상요격미사일(GBI: Ground Based Interceptor)에 의하여 요격될 수 있다. 대신에 SLBM은 개발도 쉽고, 고도가 낮아서 대기권 재돌입 과정도 필요 없으며, 미국의 지상요격미사일도 요격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북한은 수년전부터 전략적 수준의 잠수함을 은밀하게 개발해오고 있는 바, 현재 알려진 것은 신포급 잠수함으로서 2,800km 정도의 항속거리를 갖고 있어서 괌이나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들은 공격할 수 있지만, 미 본토를 공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은 소련에서 골프급 잠수함 1척을 고철로 구입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을 가동하게 만들었을 경우에는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 소련이 1950년대에 제작한 골프급 잠수함의 경우 5노트로 항속한다고 할 때 9,500km를 항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여 위 잠수함들을 핵추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항속거리를 상당한 정도로 증대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 시험발사한 SLBM이 소련의 R-21(SS-N-5)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의 사거리는 1,400km 정도에 이르고, 따라서 회항을 고려할 경우 잠수함의 항속거리의 1/2과 SLBM의 사거리를 합한 만큼의 거리를 위협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북한이 회항을 고려하지 않고 잠수함으로 핵무기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결심할 경우 현재의 신포급 잠수함으로도 괌을 비롯한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고, 골프급 잠수함이나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경우에는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구비하게 된다.

북한의 핵위협을 직시하자!

2016년 1월 6일에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2016년 2월 7일에 인공위성이라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였지만, 그 2개월 후인 4월 13일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북한의 핵위협은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였다. 지금도 국방부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였고,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함에도 우리 국민들 중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헤커(Sigfried Hecker) 박사는 2015년 1월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 6개와 우라늄 핵무기 6개로 1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역시 북한은 2020년에 최소 20개 - 최대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중국의 어느 핵전문가는 2015년 4월에 북한이 이미 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총력적인 대응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주한미군의 사드(THAAD: 고도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이 자신과 한국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자신이 이미 구매해놓은 사드 요격미사일을 한국으로 재배치하려는 것을 어째서 반대한다는 것인가? 북한이 SLBM을 개발하였다면 더욱 사드가 필요한데도, 전혀 그에 관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우리 이제 북한의 핵위협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자. 북한은 한반도의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 이에 대한 유효한 방어대책을 구비하지 못한 상태이다. 국방부가 말한 바대로 200년대 중반에 '킬 체인‘과 ’KAMD'가 구축된다고 해도 그 때까지의 10년 동안은 제대로 된 방어책이 없다. 총력을 기울여 필요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백약을 다 써야한다!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살고자 노력한다. 돈도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고, 체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아야 일을 할 있고, 살아야 꿈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과 같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한다. 국제사회의 도움도 받아야하고, 동맹국의 지원도 확보해야하고, 우리 스스로도 핵위협 대응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처칠이 말한 대로 “피와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격상시키고,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청와대에 핵위협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를 설치함은 물론이고, 국방부/합참에 핵대응을 위한 부서들을 새롭게 설치하거나 기존 부서들을 그러한 목적으로 전면적으로 재개편해야 한다. 예산의 우선순위도 재평가해야할 것이고, 재래식 대비에서 핵대비로 중점을 전환해야 한다.

당연히 국민들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양과 질을 계속 증대시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하여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할 것이다. 조만간 SLBM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할 것이고, 그러할 경우 한미동맹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부와 군대에게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당연히 일부 선동가들에게 현혹되어서 핵대비를 약화시키는 여론에 가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은 이번 북한 SLBM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북한의 핵위협 대응을 위한 한국, 미국, 일본의 공조체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할 경우 미국과 일본도 한국과 유사하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하고, 그러할 경우 핵위협 대응을 위한 서로의 시간과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안분리(歷安分離)에 입각하여 3국간의 군사적 협의기구까지 설치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복의 근본적 조건은 ‘안전’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고자 한다. 가족과 즐겁게 대화하고, 음악회에 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친구들과 여행하고, 호젓한 숲속에서 차를 마시면 행복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강도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의 행복은 안전이라는 토대가 존재할 때만 지속될 수 있다.

행복하고자 우리는 가끔 “Don't Worry. Be Happy!"라고 말한다. 마음만 행복하게 먹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이와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Don't Worry. Be Happy!"라고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 누군가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고자 Worry함으로써 Unhappy해야 국민 모두가 "Don't Worry, Be Happy“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현 세대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자손들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Worry함으로써 Unhappy해야 우리의 자손들이 "Don't Worry, Be Happy"“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 모두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단결한 상태에서 극복방안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면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지 않으려 한다면, 작은 위기는 점점 커지고, 그리고 어느 순간 위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도 위기지만, 우리 내부의 무감각과 분열이 더욱 큰 위기일 지도 모른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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