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3일, 불법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윤성환과 안지만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늘 안지만을 1군에 등록한다. 윤성환은 6일 kt와의 수원 원정에 선발 등판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상했던 결과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소속팀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과 관련해 몸살을 앓았다. 당시 조치는 그야말로 제 살을 깎는 노력이라는 평가였다. 구단 사장이 취재진 앞에 직접 나서 머리를 숙였고, 물의의 당사자인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가 역시 혹독했다. 투수력의 절반을 잃은 삼성은 두산에 무기력하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후속 조치도 빠르게 움직이는 듯 했다. 삼성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임창용을 임의탈퇴, 사실상 방출 조치를 했다. 명문구단의 빠른 행보에 야구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삼성의 수습은 완벽하지 못했다. 임창용만이 ‘복귀 시 시즌의 절반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을 뿐, 비슷한 혐의의 윤성환과 안지만은 그대로 방치되었기 때문이었었다.
사실 삼성 구단 입장에서도 난감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은 임창용, 오승환과 달리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윤성환과 안지만의 수사 상황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결국 삼성은 ‘무죄추정원칙’에 의거해 이들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합류시켰다. 다만 여론을 의식해 실전 경기 및 시범 경기에는 출전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현역 복귀를 강력히 원하던 임창용이 고향팀 KIA와 전격 입단 합의를 맺었다. 물론 임창용이 1군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는 시즌의 절반을 통째로 날려야 한다. KIA는 심사숙고 끝에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임창용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오승환이 징계와 무관한 메이저리그서 멀쩡히 뛰고 있고, 임창용의 복귀가 가시화된 이상 삼성도 가만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내려진 조치가 윤성환과 안지만의 복귀다.
이날 대구 라이온즈 파크 실내구장에 들어선 두 선수는 취재진 앞에 모자를 벗고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윤성환이 대표로 "야구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삼성 관계자도 "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쓰지 말라’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범죄사실 여부를 떠나 구설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이들은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더욱이 임창용과 오승환의 범죄 혐의가 입증됐고 처벌까지 받은 마당에 이들 역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도덕적 유죄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안의 경중은 크게 다르지만 일본의 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지난해 소속 선수들이 야구 도박에 관여했고, 이는 일본 내 사회적 이슈로까지 대두됐다. 조처는 빨랐다. 혐의에 관련된 선수들은 방출되거나 1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혹시나 모를, 추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이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