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구조조정 탄력…현정은 회장 재기 '청신호'?

박영국 기자

입력 2016.04.01 11:41  수정 2016.04.01 13:19

현대증권 매각가 1조원 '흥행 성공'…추가 자구안 대부분 달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대그룹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 플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현정은 회장의 재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31일 현대증권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매각 일정이 지연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세 차례나 연기되며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날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게 됐다.

현대증권 지분매각 입찰은 KB금융 외에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액티스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마감됐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계속해서 미뤄진 것은 세 곳에서 적어낸 입찰 가격이 워낙 근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거래종결 능력이나 할인 조건 등 비가격 요소를 따져 거래의 기한 내 종결가능성을 분명히 하느라 발표가 미뤄졌다는 게 매각자문사인 EY한영 측의 설명이다.

입찰 가격이 근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고, 제시 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애초 시장에서는 매각 대상 지분인 현대상선 보유지분 22.43%, 기타 주주 0.13% 등 총 22.56%의 거래 가격이 시장가(3700억원)의 두 배 가량인 7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 1조원 이상을 써내 근소한 수준으로 경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증권 매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현대상선도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분 매각 대금으로 1조원이 들어올 경우 지분을 담보로 받았던 대출금을 갚고도 65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이 자금을 현대상선의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할 계획으로, 이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도 마쳤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매각 절차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에도 본계약 체결과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나 돼야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돌아오는 만기채무 상환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초 발표한 추가 자구안의 대부분을 달성하게 된다.

현정은 회장이 사재 300억원 출연과 보유주식 매각 등을 통해 현대상선에 긴급유동성을 지원한 데 이어,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을 완료하고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매각 역시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1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7대 1의 주식병합까지 단행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사채권자 채무 만기 연장과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용선료 인하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이들 사안은 현대상선의 자구 노력과 이를 통한 경영정상화 가능성에 성사 여부가 달린 만큼 자율협약과 현대증권 매각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은 용선료 조정 및 채무 조정 등에 대해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선주, 채권단,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