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나비효과? 지상파 드라마도 '봄'

김명신 기자

입력 2016.04.02 06:57  수정 2016.04.02 06:59

주간극 시청률 30% 돌파, 2000년대 세번째

방송3사 드라마 시청률-사전제작 관심 높여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연일 흥행을 갈아치우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에 기름을 붓고 있다.ⓒ KBS

지상파 시청률 참사.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일 지상파 드라마들의 굴욕적인 시청률 보도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케이블 드라마들의 반격과 기세등등 시청률까지 더해지며 ‘지상파 참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 드라마에 언제 다시 봄이 오려나 했던 비관적인 시선들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급반전 했고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들까지 연일 시청률 상승세와 화제성에서 주목을 받으며 오랜만에 봄을 만끽하고 있다.

지상파 3사 드라마 관계자들은 긴장 속에서도 오랜만에 찾아온 봄 같은 시청률에 기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작품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생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 몸과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성적표'인 만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연일 흥행을 갈아치우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케이블로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을 지상파로 끌어들이는데 분명 한 몫을 하고 있으며 그 여파는 다른 드라마들의 흥행 성적에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3, 40%대 시청률이라는 꿈 같은 성적표를 받아 든 ‘태양의 후예’의 흥행과 관련해 앞으로 남은 4회 동안 어떠한 신기록으로 역대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순위를 바꿀 지 역시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31일 방송된 12회분이 전국 기준 시청률 33%(닐슨코리아)를 기록,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14.3%로 출발한 ‘태양의 후예’는 8회부터 연속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 이 같은 분위기를 볼 때 40%대까지 점치는 의견까지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의 성적 역시 근래 신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써 낼 시청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연일 흥행을 갈아치우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에 기름을 붓고 있다.ⓒ KBS

‘태양의 후예’ 기록이 주목되는 이유는 2009년 SBS ‘아내의 유혹’과 2007년 방영된 MBC ‘주몽’ 등을 제외하고는 지상파 드라마들이 10%대 턱걸이를 겨우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선전이라는 점이다.

특히 두 드라마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태양의 후예’의 성적은 50%대를 돌파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본방사수를 하는 채널이 다양화 된 상황에서 30%대 중반 시청률은 절대 쉽지 않은 수치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물론 주말드라마 중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태양의 후예’는 막장 코드 없는 휴먼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과 남녀구분 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우스갯소리로 ‘아내보다 남편이, 엄마보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전제작은 안돼" 분위기 반전시킨 ‘태양의 후예’

케이블로 떠난 시청자들을 지상파로 복귀시키는 데 일조한 ‘태양의 후예’의 또 다른 공은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깼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지상파에서 선보인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흥행이나 화제성 면에서 재미를 크게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들은 기존의 촬영 시스템대로 운영되고, 개선되지 못한 환경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제작진 역시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이러한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불편을 토로하는 스타들은 영화에만 몰입하는 현상도 이어졌고,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다 하더라도 또 다시 영화로 돌아가는 배우들이 줄을 이었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경우, 작업 환경이 영화 못지않게 여유롭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소위 말하는 드라마가 대박 났을 경우 CF 촬영 등 이후 스케줄 역시 부담스럽지 않다. 수입 역시 드라마가 영화보다 더 좋은 상황에서 촬영 조건이 비슷하다 보니 사전제작 드라마를 선호하는 배우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쪽대본, 쪽잠 등 악조건 속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 보다 여유로움 속에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배우들 역시 그런 의미에서도 사전제작 드라마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은 ‘우리의 시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 분석을 내놓았던 이들에게 보기 좋게 한 방을 날린 셈이 됐다. 드라마 업계가 사전제작 시스템을 점차 확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 박형식 고아라 주연의 ‘화랑:더 비기닝’, 이준기 아이유 주연의 ‘보보경심:려’, 이영애의 복귀작인 ‘사임당 the Herstory’ 등이 이미 사전제작에 돌입, 시청자들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연일 흥행을 갈아치우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활에 기름을 붓고 있다.ⓒ KBS

물론 당장 모든 드라마가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바뀔 수는 없다. 이번 한 편의 드라마 성공으로 하루아침에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당연히 다음의 위험 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전제작 드라마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작게는 미니시리즈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억 제작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영화 못지 않은 영상미와 영화 같은 주옥 대사, 그리고 그런 대사가 어우러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 등 출연진의 노력이 '태양의 후예'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전제작 드라마'의 이점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 역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지상파에 단비같은 시청률을 안긴 '태양의 후예'는 분명 한국 드라마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누가 될 지 벌써부터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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