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할 믿다 헛물 켠 맨유, 다시 찾은 힌트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02 17:40  수정 2016.03.02 17:42

래쉬포드 2경기 4골 등 유스팀 선수들 대활약

트레블 업적도 유스 출신들 합작품 ‘재조명’

깜짝 스타로 떠오른 마커스 래쉬포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 게티이미지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구한 것은 4000억이 넘는 돈도, 베테랑도 아닌 어린 유스팀 출신 선수들이었다.

맨유와 루이스 판 할 감독에게 지난 일주일은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판 할 감독은 일주일 전만해도 사면초가에 몰려있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도 장담하기 어려웠고, 유로파리그에서도 탈락 위기에 몰렸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릴레이로 베스트 11을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위기에 처한 판 할 감독을 구한 것은 맨유의 어린 선수들이었다. 기예르모 바렐라, 카메론 보스윅 잭슨, 제시 린가드, 패디 맥네어, 제임스 윌슨 등은 주축들의 부상 공백을 틈타 1군에서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깜짝 스타로 떠오른 마커스 래쉬포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래쉬포드는 지난달 26일 성인 무대 데뷔전인 미트윌란(덴마크)과의 유로파리그 32강전 2차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9일 아스날전에서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유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프리미어리그 최강팀 중 하나인 아스날이 사실상 베스트멤버를 총동원했음에도 어린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맨유의 1.5군에 패한 것은 실로 큰 충격이다.

맨유는 판 할 감독 부임 이후 선수 영입에만 4000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퍼거슨 감독 시절만 해도 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비중이 컸지만 판 할 감독 체제에서는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한 이적생들이 많았다.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음에도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이 없었다면 래쉬포드가 올 시즌 1군에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된 좋은 예다.

래쉬포드와 맨유 유소년 선수들의 약진은 퍼거슨 감독 시절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맨유의 운영철학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퍼거슨 감독은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 폴 스콜스, 니키 버트, 필 네빌 등으로 이어지는 유소년팀 출신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유스팀을 거쳐 1993~94년 사이 1군무대에 진입하기 시작했고, 1999년에는 트레블이라는 맨유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이룩했다.

물론 퍼거슨 감독 시대에도 굵직한 대형 선수의 영입은 꾸준히 있었지만 팀의 중추를 이룬 것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통한 내부 육성이었다. 맨유는 수천 억의 돈으로도 이뤄내지 못했던 승리와 미래라는 결과물을 어린 선수들을 통해 만들어냈다.

퍼거슨 시대 이후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맨유는 최근 유스팀 선수들의 성장으로 좋은 힌트를 찾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