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필리버스터' 끌어들인 테러방지법, 조목조목 뜯어보니...


입력 2016.02.26 09:29 수정 2016.02.26 09:33        하윤아 기자

국정원 권한남용 보완장치로 상당부분 우려 불식…"야당, 진실 오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김을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들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김을동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들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한 야당은 지난 23일부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고, 여당은 피켓시위로 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야 모두 테러방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법안 처리에 있어서는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 야당은 22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제9조 제4항과 부칙 제2조를 특정해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 이를 삭제 또는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정원에 대한 감독과 견제 기능을 위해 '대테러 인권보호관'을 두도록 명시한 제7조 역시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권한남용 우려에 '대테러센터' 국무총리 산하에...

이번 테러방지법안에는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두도록 하고(제5조), 대테러활동의 실무를 조정하고 테러경보를 발령하는 등의 임무 수행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대테러센터'를 두도록(제6조)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대책위원회 소속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두도록 했다(제7조).

이를 두고 야당은 국회 정보위만으로도 견제하기 쉽지 않은 국정원을 인권보호관 1명이 감시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기본권 및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해 국정원에 대한 감독과 견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항은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대한 야당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법안의 법률검토를 맡은 박미정 입법조사관은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바, 동 법안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설치하고 테러대응의 실무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두어 국정원의 권한 집중으로 인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테러 업무를 감독하기 위하여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으로 대테러 인권보호관 1인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어 대테러 업무에 대한 통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점을 감안하면 테러방지를 위한 국가 등의 책무와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규정하여 공공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법률전문가 그룹인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도 "법안은 대테러센터를 국무총리실에 두어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설정에 의한 기본권 침해)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키고 있다"며 "테러위협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본 법안이 규정한 국가테러대책위원회 및 대테러센터는 국민보호·공공안전의 필요성과 인권침해 방지를 잘 조화시킨 타당한 입법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법률안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변협은 또 인권보호관 제도를 명시한 조항과 관련, "제도적 장치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 시키고 있는 바, 타당한 입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본 법안은 국민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처리할 법안"이라고 평했다.

국정원 권한 '과잉'?…수정안으로 보완장치 마련

또한 해당 법안은 국가정보원장이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정지 요청 및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제9조 제1항),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제9조 제4항)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제9조 제4항을 '독소조항'이라고 지칭하며, 대테러조사 및 추적권을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가 갖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이 정보수집권에 더해 조사추적권까지 갖게 되면 이를 남용해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국정원이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을 추적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대책위원회 위원장 즉, 국무총리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한 수정안을 내놨다. 대테러 조사와 추적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국정원의 과잉활동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주 의원의 설명이다.

주 의원은 25일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대테러조사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현장조사로 자료제출 및 진술을 요구하는 행위이고 추적은 테러혐의자가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숨어있는지 조사하는 행위다. 이 두 가지를 빼면 대테러활동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정보수집권한을 제한하면 테러를 예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은 25일 '데일리안'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비전문가인 국무총리실에서 이를 수행한다면 아무래도 (정보수집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효과성 측면에서는 정보기관이 정보수집 업무를 수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테러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배제하고 움직이면 사실상 활동이 힘든 상황"이라며 "일련의 사건으로 국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사실이지만,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사전 테러예방이라는 본질보다 정치적 문제에 너무 몰입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무차별 통신감청 가능하다? "야당, 명백하게 진실 오도"

이밖에 이번 테러방지법의 부칙에는 시행일(제1조)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통신비밀보호법·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과 같은 여타 법률의 일부 개정(제2조)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야당은 타 법률에 대한 개정을 명시한 부칙 제2조를 삭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을 담고 있는 제2항에 대해 '무차별적 감청 확대 방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으로 국정원의 영장 없는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더라도 법원의 영장 없이는 감청과 도청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에 따르면 내국인인 경우에는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감청이 가능하고, 외국인에 대한 감청일 경우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법안을 발의한 이철우 의원은 2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외국인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내국인은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된다. 부장판사가 이 사람이 상당한 의심이 가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때문에 국정원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을 못 믿나. (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상 감청은 영장 없이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절차를 다 밟아야 한다"며 "지금 야당에서는 무제한 감청 가능하다면서 감청에 관해 국정원의 제약 요건이 없는 것처럼 진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더욱이 이번 이철우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에는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감청설비를 필수적으로 두도록 하는 부분이 빠져있어 더더욱 야당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야당은 허술한 논리로 국민들을 명백하게 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