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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안하는 대학생들 이유 알고 보니...


입력 2016.02.22 16:31 수정 2016.02.22 16:51        목용재 기자

'청미래' 실태조사 보고서 펴내…"졸업, 스펙 쌓기 기회 상실"

"정부·기업 '졸업유예' 부추긴다"

지난해 8월 25일 서울의 한 여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지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지난해 8월 25일 서울의 한 여대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이 취업 게시판을 지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내 취업진로지원센터에서 한 학생이 무언가 열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내 취업진로지원센터에서 한 학생이 무언가 열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학교를 졸업한 '취준생'들이 이들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가 부정적일 것이라는 편견과 취업 희망 분야에 대한 경험 축적이 어려운 환경 때문에 '졸업유예'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기졸업생에 대해 기업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특히 희망 취업분야에 대한 '스펙쌓기' 기회가 대학 졸업 이후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점을 졸업유예의 이유로 꼽고 있었다.

청년NGO인 청년이여는미래(청미래, 대표 신보라)는 지난달 4일부터 2월 12일까지 전국 31개 대학 졸업유예제도, 2015 기업 채용공고 및 기업 및 정부·공공기관 대외활동 모집요강, 졸업유예 경험 및 의향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22일 '졸업유예제도 실태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200명의 졸업유예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의 56.5%는 '기업이 기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나 재학생을 선호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졸업예정자와 기졸업자를 동등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응답(30%)과 '기졸업자를 선호할 것'이라는 응답(12%)을 합산해도 이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희망 분야에 대한 스펙 쌓기가 힘들어지는 환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취업포탈 '인크루트'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및 계열사의 2015년 인턴 채용공고(29건) 가운데 재학생 및 졸업예정자가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23개(79.3%)인 반면 기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16건(55%)뿐이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잡코리아'의 418개 기업주최 대외활동 모집요강(560건) 가운데 326건(58.2%)도 지원대상을 재학 중인 대학생으로 한정 짓고 있었다. 특히 이를 2014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 주최 대외활동으로 재추출하면 133개 대외활동 가운데 88개(66.1%)의 지원대상은 대학생으로 한정돼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기아자동차, S-OIL,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외활동 총 47건 가운데 33건은 지원 대상을 대학생으로만 한정하고 있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총 21건 대외활동 가운데 11건만 기졸업자들이 지원이 가능했고 현대자동차(총 4건), 포스코(총 2건), 기아자동차(총 3건) 등이 운영하는 대외활동의 경우 기졸업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외활동은 전무했다. LG전자(총 5건), S-OIL(총 2건), 아모레퍼시픽(총 10건) 등 대기업이 진행했던 대외활동 가운데 기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활동은 각 기업당 단 1건뿐이었다.

이 같이 기졸업자를 회피하는 경향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드러났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지난해 정부·공공기관 주최 600건의 대외활동 모집요강에 따르면 이 가운데 176건이 모집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했다. 지원대상을 대학생과 직장·일반인으로 적시해 졸업한 대학생들이 사실상 지원하기 모호한 요강들도 33건으로 분석됐다.

대외활동 모집 대상자를 대학생으로 한정한 정부기관은 대법원,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병무청, 외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 희망 업종에 대한 스펙을 쌓을 기회가 현격하게 줄어드는 셈이다.

신보라 청미래 대표는 22일 '데일리안'에 "특히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대외활동의 경우 대학교를 졸업하면 그 기회 자체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면서 "기업이든 정부든 대외활동의 대상을 대학생으로만 한정하다보니까 청년들에게 졸업 유예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졸업유예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청년 실업 및 취업문제는 '졸업유예' 현상부터 짚어야 하는데 정부나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및 대학 등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미래는 2014년 기준 매출액 100대 기업 및 계열사 총 196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취업포털 채용정보 공고를 전수조사 했으며 기업 및 정부·공공기관 주최 대외활동 총 1160여개를 조사해 지원자격이 한정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졸업유예 경험자 대상 70명과 대학생 200인을 대상으로 각각 졸업유예 경험과 졸업유예 의향을 조사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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