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인문계'보다 취업이 더 안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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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가 '인문계'보다 취업이 더 안된다고요?
    <청년취업 속사정은①>이공계 "'전화기 제외하곤 인문계와 같아"
    인문계 '인구론'과 '문송합니다'…"이공계보다 10배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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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6-02-06 09:59
    목용재 기자(morkka@dailian.co.kr)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 9.2%. 이는 1999년 첫 통계 이후 최고치이자 전체 실업률 3.6%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각 기업들이 2016년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취업의 꿈을 이룰수 있을까"라는 회의감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자"며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연구자료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취준생들의 입장과 기성세대의 해결책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데일리안'과 '청년이여는미래'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 취준생들의 고충을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취지에서 그들의 '취업속사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세 차례에 걸친 연재 기사를 내보낸다. < 편집자 주 >

    ▲ 삼성그룹 공개채용 지원자들이 지난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에서 열린 삼성직무적성검사(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 고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인구론'은 실제로 존재해요. 인문계는 복수전공이 아니면 답이 없죠. 대외활동, 인턴 등 강의실 밖 활동으로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나가야 해요. 이공계보다 10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A씨, 문과 취준생)

    "이공계에서는 발에 치이고 굴러다니는 게 '석박사'입니다. 사회에 나가면 인문계와 다를 것은 없어요. 이공계의 경우 취업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원하기 때문에 대학시절 전공 공부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있죠. 특히 '이공계'는 취업이 잘된다? 이런 말보다는 '공과계열'이 취업이 잘 된다고 봐야할 거에요"(최재현 씨, 26, 홍익대학원 전력전자 석사과정)

    인문계 출신의 취준생들은 '인구론'과 '문송합니다'를 얘기한다. 인문계 출신 대학생들의 '빡빡한' 취업 실태를 표현한 신조어다. '인구론'은 "인문계 90%는 논다",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문사철'(인문, 사회, 철학) 전공의 학생들에게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다.

    취업이 인문계보다 쉽다고는 하지만 이공계 취준생들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공계 대학생들은 취업이 비교적 쉬운 '전화기' 출신 학생들과 취업이 어려운 '비전화기' 출신으로 나뉜다. '전화기'는 '전자전기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공의 학생들을 통칭한다. 비전화기는 그 외의 이공계 학생들을 일컫는다.

    인문계 학생들은 이공계 학생들에 비해 어려운 취업환경에 대해 토로하고 이공계 학생들은 석사·박사를 따지 않거나 공과계열로 전과하지 않으면 인문계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하는 것이 현재 청년 취업시장의 현실이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전공한 송모 씨(28)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공채 시즌에 10개 기업에 지원했다가 모두 낙방했다. 송 씨는 인문계 출신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경영지원 같은 사무직이 대부분이라 인문대생의 취업문이 너무 좁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지난 26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최근에 무스펙전형이라고 해서 얼씨구나 바로 지원했는데 그 와중에 학교와 학점을 쓰라고 해서 의아해 했다"면서 "무스펙 전형이라도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자신이 살아온 환경, 공부했던 것, 경험, 자격증 등을 소개해야 하니까 스펙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을 하면 지원이 안 되는 곳도 있어서 일부러 졸업 유예를 해놓고 있다"면서 "특히 인턴십의 경우 재학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졸업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과대 취준생인 A씨(26)도 "기업에서는 인문계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공계를 나와서 인문계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리"라면서 "인문계를 더 소외시키는 말들"이라고 말했다.

    국문과 전공의 장유민(22) 씨도 "문과생끼리 자책하면서 '우리는 예비 백수'라는 말을 한다. 저는 인문계열 중에서도 순수 인문학인 국어국문학과라 더 그런 것 같다"면서 "순수 국문학 공부만 하는 저에게 '복수전공 왜 안하느냐', '나중에 취직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란 질문을 받으면 단지 국문과라는 이유로 나를 실패자로 만드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인문계 학생들보다 취업이 쉽다는 이공계 전공인 최재현 씨(26, 홍익대학원 전력전자 석사과정)도 이공계 학생들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공계라고 해도 다 같은 이공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인문계보다는 취업 사정이 좋지만 이공계 취준생에게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취업 컨설팅 관련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기초과학을 전공한 이과계열이나 건축, 도시, 토목 등 '비전화기' 전공의 학생들은 '석박사'를 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 씨의 첫 전공도 토목과였다. 그는 홍익대 토목과로 입학했다가 이후 전자전기공학으로 전과했다.

    최 씨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정확히 표현하면 '이공계'가 취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공과계열'이 취업이 잘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저도 취업을 위해 전과를 했다. 이 때문에 학교 내부에서 전과 경쟁률도 상당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남균(27) 씨는 "화학과를 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연구개발직을 선호하는데, 학부만 졸업해서는 연구직을 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저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 청년이 할 수 있는 직업군은 자영업이나 공무원 뿐"이라고 말했다.

    인문계와 이공계, 각각의 필수스펙은 다르다?

    인문계와 이공계 취준생들이 취업의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이 다른 만큼 그들이 각각 준비하는 취업 준비도 차이가 엿보였다.

    기업들의 인턴십 등에 매달리는 것은 인문계·이공계 학생들의 공통점이었지만 인문계 취준생들이 제2외국어와 어학성적, 대외활동 등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공계 학생들은 전공 공부가 먼저라는 것이 취준생들의 전언이다.

    최재현 씨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취업에 가장 필요한 스펙은 전공에 대한 지식이다. 인문계열보다는 전공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높아야지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면서 "공대라는 곳이 4년 동안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야 하기에 이공계 학생들은 대외활동에 그렇게 목매지 않는다. 저도 대외활동을 해봤는데 같이 활동한 친구들 전공 10명 가운데 8명가량이 인문계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활동적인 이공계 전공친구들의 경우 대외활동을 많이하는 경우도 있는데 웬만하면 대외활동보다는 전공관련 기사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문계 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은 필수스펙으로 자리 잡았다. 송모 씨는 "인문계 학생들에게 어학이 필수고 여기에 대외활동은 3개 정도만 하면 적당하다고 본다"면서 "특히 이중에 대기업 서포터즈 활동의 경우 경쟁률이 높다. 대외활동은 서류전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대학원 전력전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재현(26) 씨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어 송 씨는 "인문계들한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영어외의 제2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제2외국어가 희소성이 있는 외국어면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 희소성있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인문계 학생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문계와 이공계가 공감하는 '청년 취업 속사정'은?

    인문계와 이공계 취준생 각각의 '취업속사정'이 차이가 있었지만 취업을 위해 형식적으로 해야 하는 '토익 공부', 취업을 위한 '졸업유예', 취업시장에서 여전히 '학벌'이 유효하다는 점, 새롭게 도입된 자격증이 취업스펙의 하나로 추가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최 씨는 "졸업유예를 하는 사람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모두 어학 점수를 높이거나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한국사 자격증 등을 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면서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지만 지원서에 뭐라도 하나 적을 수 있게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 자격증의 경우 도입 취지가 '취업'이 아닐텐데, 취준생들은 취업을 위해 한국사 자격증을 딴다"면서 "공기업을 비롯한 근무 여건이 좋은 기업들에서 한국사 자격증은 플러스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한국사 자격증을 따지 않는 취준생은 불리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한국사 자격증을 따는데 나만 따지 않으면 그만큼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송 씨는 "취업을 위해서 관련 업계 자격증을 따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토익을 왜 오랜시간 동안 투재해서 공부하고 또 점수를 올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릴 때부터 인턴십이나 대외활동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취업 때문에 졸업유예를 하는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목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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