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미 금리인상에 정치까지 마비 "살려줘 경제"

이충재 기자

입력 2015.12.15 10:34  수정 2015.12.15 10:58

'9월 위기설' 넘자 미국 금리인상에 중국 경제 둔화

가계부채 증가 위험수위…2000년대 초반 상황과 유사

한국경제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대내외적으로 힘겨운 상황이다. 시장에선 세계경제의 한파 속에 '빙하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막느냐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자료사진)ⓒ데일리안

한국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세계경제의 한파 속에 ‘빙하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국경제는 전례를 찾기 힘들만큼 대내외적으로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 대외적으론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에다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기업들의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불황 등 안팎으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배럴당 35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이어 채권시장까지 덮쳤다. 당장 조선을 비롯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에 빠지면서 우리나라 전체의 교역 상황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물가가 떨어져 수출 총액이 감소하고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오는 16일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양적완화로 흘러넘치는 자금에 의해 상승했던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의 동반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 달러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신히 불씨를 키운 경기회복세의 온기마저 차갑게 식을 수 있다.

'9월 위기설' 넘자 미국 금리인상 기다린다

일단 한국경제는 ‘메르스 한파’의 영향으로 2분기까지만 해도 시장에 나돌던 ‘9월위기설’을 정부의 소비 활성화 정책으로 잠재웠다.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 집행 확대와 개별소비세 인하, 임시공휴일 지정,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등 가능한 정책을 총동원한 결과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2%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모멘텀을 살리기보다는 ‘언발에 오줌 눈’ 수준의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수출이 1년 가까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태에서 본질적인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9월 산업생산이 2.5% 증가하면서 5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곧바로 상승세가 꺾인 ‘반짝 성장’에 불과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73.8%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소비 증가가 생산-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조업과 수출이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한국경제에 봄날이 찾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오는 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는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 증가 어떻게 막느냐 관건

‘수출 부진에 따른 산업생산 위축’의 악순환은 더 깊어지고 있다. 10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월 이후 6년만에 가장 큰 수출 감소 폭이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화약고’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로 향하는 불길을 어떻게 막느냐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문제는 화약고로 직접 연결된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은 1166조원에 달한다. 석 달 전보다 34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2013년 한 해에 21조4000억원이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올해 11월까지 64조원으로 급증했다.

'화약고' 옆에서 '소비 불씨' 살리려니 막막한 상황

이에 정부는 14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은행연합회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계부채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꼼꼼하게 평가해 대출심사에 적용하고,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돈 빌리기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으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찌감치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어야 할 정부가 이제야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도 간신히 되살려놓은 소비 불씨를 조금 더 키워놓기 위해서였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대출 총량보다는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예외를 두는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 집단대출은 가이드라인에서 제외하고, 은행 스스로 분양가능성 등 사업성 평가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했다.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선심정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gain 2002' 우려…"금리인상 폭과 시점 조절해야"

현재 우리 경제상황이 미국 금리 인상과 한미간의 금리차 확대로 시장 불안이 가중됐던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우리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것은 피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 타이밍이나 인상 폭의 비동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코스피 수익률 변동성과 거시변수들 간의 관계 분석을 통해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1999년에서 2003년까지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발급 등 급속한 신용확장 정책을 취해 닷컴버블 붕괴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금리가 오르고 한미간의 금리차이가 확대된 시기였다.

한경연은 해당 시기에 코스피 수익률 변동성으로 표현되는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졌다고 진단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2000년 초반과 매우 흡사하다고 경고등을 켰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전이될 수 있는 금융불안을 줄이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 통화 당국이 즉각적으로 동조화하기보다 한미 간 금리차이를 염두에 두고 인상 폭과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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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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