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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이 벗겨지자 주먹이 얼굴로 날아들어..."


입력 2015.11.27 06:38 수정 2015.11.27 06:39        목용재 기자

2012년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됐던 김영환 씨

3년 만에 당시 상황 자세히 기술한 회고록 써내

"복면이 벗겨졌다. 뭘 하려는 걸까 의아한 것도 잠시, (중국)조사관의 주먹이 내 얼굴로 날아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사관 두명이 번갈아가며 한참동안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치면서 폭행을 계속했다" -'다시 강철로 살아' 발췌

지난 2012년 북중 접경지대에서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다가 '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 국가안전부에 의해 체포됐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3년 전 구금당시의 고문 상황과 그동안 북·중 접경지대에서 벌인 북한인권운동을 정리한 회고록을 펴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 연구위원은 '다시 강철로 살아'(시대정신)라는 제하의 책을 통해 2012년 중국으로부터 영구추방된 이후 밝히지 못했던 상황을 책을 통해 풀어냈다. 그동안 김 연구위원은 중국 국가안전부로부터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밝힌 바가 없다.

그는 책을 통해 "고문사실과 관련 정부와 언론의 조사 요구를 거듭 거부하다가 결국 국제기구에 중국 정부를 제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중국정부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한국 정부 측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서 "이에 중국의 고문 문제를 유엔인권위에 제소하는 움직임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3월 28일 중국 국가안전부에 의해 체포된 김 연구위원은 20평방미터 남짓한 어두컴컴한 방에 갇혀 인권유린과 고문을 당했다. 식사를 할때나 용변을 볼 때도 수갑을 풀어주지 않았고 선 상태 혹은 불편한 '앉은뱅이 의자'에 앉혀 놓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인권유린을 당했다. '앉은뱅이 의자'에는 꼬박 6일 동안 쪼그려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체포된 이후 약 보름이 지난 2012년 4월 15일에는 직접적인 구타·고문이 행해졌다.

김 연구위원은 "고문이 시작된 엿새째 되는 날 그들이 조사실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내 얼굴에 복면을 씌웠다. 내 손목에 뭔가를 두르고 가슴에도 무언가를 붙였는데 그들의 대화를 통해 혈압과 심전도 검사를 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들은 내가 그런 폭행을 견뎌낼 수 있는지 의료진을 불러 건강상태부터 확인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후에는 살을 찢는 고통이 등 쪽에서 시작되는 동시에 온몸으로 번개처럼 전달됐다"면서 "워낙 쇼크가 심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전기고문이었다. 전선이 칭칭 감겨 있는 전기봉을 옷 속으로 집어넣어 이리저리 갖다 대면서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고문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초저녁에 시작된 고문은 새벽녘까지 계속됐다. 지지고 때리고, 때리고 지지는 행위가 밤새도록 되풀이 됐다"면서 "살이 타는 냄새가 났고 이런 전기고문은 처음 당하는 고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중국으로부터 '국가안전위해죄'로 강제추방 당시 중국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다시 남아라"는 위협을 받았던 사연도 공개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중국 선양공항 접견실에서 김영환 연구위원을 비롯한 114일동안 구금돼 있었던 4인에게 "중화인민공화국 형법 제102조 및 여타의 조항을 위반, 국가안전위해죄로 추방한다"는 내용을 일일이 통지를 하며 영구추방 조치를 내렸다.

이에 김영환 연구위원은 한국·중국 당국자가 모두 모여있는 자리에서 "이의 있다"며 문제를 제기, △고문사실에 대한 사과 △북한민주화운동을 모욕한 것에 대한 사과 △북한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인사들을 모욕한 사실에 대한 사과 등 세 가지를 중국어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에 중국 당국은 "그럼 김 선생은 그런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여기에 남아서 우리와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할까요?"라는 말을 건냈다.

김 연구위원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면서 "사실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다. '형을 좀더 살아볼래?'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면서 "그냥 남겠다고 말할 걸 생각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입장도 한층 난처해졌을 것이고 국제적 이슈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시 강철로 살아'는 김영환 연구위원을 비롯한 북한인권운동가들이 지난 1999년부터 14년간 중국에서 북한의 폭압체제를 반대하는 지하활동을 벌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북한민주화운동을 위해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을 벌였던 사람들의 경험을 14개의 수기로 정리, 최초로 공개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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