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지만, 언론 생태계와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며 공감을 얻는다. ⓒ NEW
지루해서 죽기보다는 차라리 열정으로 죽겠다.
빈센트 반 고흐의 말처럼 사회 초년생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지루할 틈이 없다 정재영, 박보영의 상극 케미가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언론과 연예기획사의 생태계를 건드리며 직장인의 애환까지 담아낸 것이 흥미를 유발하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새내기 연예부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연예부장 하재관(정재영 분)을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다.
사실 일반 관객에게 기자들의 이야기가 다소 거리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앞서 조정석 주연의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가 비교적 호평을 받았음에도 기대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특종'에 비해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룬 것이 장점이다. 일반 관객들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인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를 소재로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회사와 이에 저항하는 부장, 그리고 속도 모르고 부장에게 대드는 후배 기자들의 모습이 공감을 자아낸다.
극 초반이 수습기자 도라희의 좌충우돌 적응기로 웃음을 유발한다면, 후반부는 사뭇 심각한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룬다. 특히 비리를 마주한 기자들의 고민, 진짜 기자와 '기레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앞서 박보영이 주연한 영화 ‘돌연변이’가 사회적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그리면서 재미를 잃은 것과 달리, 과하지 않은 가벼운 터치로 웃음을 잃지 않은 점은 칭찬할 만했다.
12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하 정기훈 감독은 "직장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됐다"며 "웃음과 공감을 줄 방법을 많이 생각했다.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가 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박보영은 연예부 수습기자로 변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 NEW
배우들의 맛깔 난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가 주는 재미 중 하나다. 하 부장은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호통을 친다. 그는 회사 경영진의 압박을 받으며 겉으론 ‘특종’을 외치며 후배 기자들을 몰아세우지만, 속으론 후배들의 밥그릇을 걱정하는 따뜻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또 '영혼 탈곡기' 정재영의 호통 연기는 영화의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리는 중독성을 발휘한다. 정기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도라희는 계속된 호통에 눈치를 보지만, 물러서지 않고 할 말은 한다. 당돌한 수습기자의 모습은 박보영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귀엽고 깜찍하게 그려졌다.
박보영은 "촬영하면서 기자란 직업이 이런 고충이 있구나, 기사 제목이나 내용도 기자가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들 입장이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경영진과 기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카리스마 제로의 '오국장' 오달수, 언론인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쳤지만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는 '한선우'역의 배성우 등의 연기도 작품에 활기를 더한다.
오늘도 탈탈 털린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재미를 선사할 만한 작품이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슬퍼할 필요도 없다. 2시간 내내 웃으며 스트레스를 날리면 그만이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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