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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다시 뽑아든 KT?...‘정리해고’ 조항에 술렁


입력 2015.10.22 10:21 수정 2015.11.04 09:44        이호연 기자

22일 오후 임단협 시작…“고용안정 법적 강화” vs “구조조정 근거 마련”

KT 광화문 사옥.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KT 광화문 사옥.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KT가 4글자에 술렁이고 있다. 바로 '정리해고'이다. KT노동조합이 22일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 들어가는 가운데, ‘2015년 단체협약 갱신안’에 정리해고 조항을 처음으로 포함시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KT가 KT노조를 앞세워 또다시 '구조조정 신호탄'을 쏘아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직후 8000명 직원에 대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KT노조는 이날 오후 2시 분당사옥에서 1차 임단협에 돌입한다. 이 자리에는 황창규 KT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정윤모 KT노조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가 참석한다. 노조는 단체교섭 요구안으로 △고용 △임금 △복지 △제도개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 주요 사항을 내세웠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사 및 고용안정 부분의 제37조. 해당 조항은 ‘(정리해고)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인원을 감원코자 할 때 최대한 자구책을 강구한 후 그 사유를 최소한 9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노사합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명시됐다.

정리해고 조항이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사실 외에도 ‘부득이한 경우’ 문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 △공정하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및 절차를 해고 40일 전부터 협의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37조의 ‘부득이한 경우’는 근로기준법에는 없는 조항으로, KT노조가 사측 입장에 따라 일부러 해당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지적이다.

KT새노조 관계자는 “정리해고 조항 삽입은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크게 우려된다”며 “부득이한 사유는 명분을 붙이기 나름이다. 오히려 해당 조항은 정리해고 법적 부담을 덜어주어 사측이 언제라도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KT노조 측은 정리해고 조항을 법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노동자 고용 안정을 강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차완규 KT노조 정책실장은 “정리해고 조항을 집어넣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민주노총 등 타 노조 교섭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노조는 오히려 법에 '50일전부터 협의'사항을 '90일 합의'로 강화해 고용 안정을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T내부에서는 반발감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노조가 사측 입장을 직접 대변해 구조조정 근거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격분하고 있다.

KT 사내직원들의 익명 의견이 올라오는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사회적 논의 결과도 없는 정리해고를 왜 노조에서 먼저 제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회사에서 정리해고 조항을 제안해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존 명예퇴직 때 버티고 있던 사람들 완전히 잘라내는 것 아니냐”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KT 내부 직원은 “정리해고 조항 추가는 상식적으로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참다 못한 몇 분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KT그룹원들이 믿을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KT측은 "이번 추가된 정리해고 조항은 법적으로 해고에 대해 명확히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노동자 고용 안정을 더 강화시켰다. 회사측에서 반기는 입장이 아니다"며 "노조에서 먼저 제시한 것으로 구조조정과 연계짓는것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현 KT노조는 정윤모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정 위원장은 제11대 위원장 역임 후, 지난해 11월 치러진 선거에서 71.47%의 득표율로 제12대 위원장에도 당선됐다. 정 위원장을 포함한 KT노조가 지난 4월 황창규 회장의 명예퇴직 권고안에 합의하며, 8000여명 KT 임직원 명예퇴직이 시행됐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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