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책임 문제였다. 사진 왼쪽부터 산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에 대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수장은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전 최고경영자(CEO)들과 산업은행에서 파견한 최고재무책임자(CFO)들까지 모두 ‘몰랐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리책임 문제였다.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의 부실 경영과 산업은행의 방관을 질타하고 나섰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을 향해 “대우조선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고 국책은행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라는 추궁으로 포문을 열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요 급감으로 조선 3사가 과당경쟁, 저가수주를 했다”면서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상당한 손실을 낸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흑자를 냈는데 이상하게 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출신 재무담당 부사장(CFO)가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홍기택 회장은 “우리도 경쟁사 손실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에 해양프로젝트 이상유무를 문의했으나, 이미 1조2000억원의 손실을 선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잘못된 보고를 산업은행에서 보낸 CFO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CFO가 재무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복잡한 해양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재무 현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문제가 있다는 걸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질의하는 것인데, 지금 ‘나는 책임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며 “일반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CFO가 복잡해서 보지 못했다는 답은 회장이 할 말이 아니다”고 질책했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산업은행이 제조업체를 비롯한 비금융회사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홍 회장은 “조선사와 건설사 같은 비금융회사를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문제는 정책적으로 취득한 기업을 기업 가치를 유지하면서 재매각하는 것은 힘들다. 정책적으로 고려돼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비금융회사를 떠안았고, 금융기업이 제조기업을 관리하는 데 전문성의 한계가 있는데, 제조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산업은행에 쏟아진 데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오후부터는 증인으로 채택된 정성립 사장과 김열중 부사장(CFO), 고재호·남상태 전 사장, 김유훈·김갑중 전 CFO 등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들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민병두 의원은 남상태 전 사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 중 하나인 송가 프로젝트의 부실 형성 과정을 추궁했다. 그는 “송가 프로젝트의 플랜트 1기당 원가가 1조원가량인데 받은 돈은 6000억원 수준이니 1기당 4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게 아닌가”라며, “불리한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남 전 사장은 “그 당시는 손실을 예상하고 계약하지 않았다”며 “체인지오더(설계변경요구)는 건조를 계속하면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는 예측도 할 수 없었고, 예측했다면 그런 식으로 계약 안했다”고 답했다.
박병석 의원은 산업은행의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게 대우조선해양의 의도적인 배척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남 전 사장에게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것을 존중하고 잘 따랐느냐”며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이 1400억원을 투자한 풍력사업이 현재까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2008년 5월 산업은행이 풍력사업 진출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했었던 사실을 제시했다.
이에 남 전 사장은 “주주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산업은행의 요구를 존중하고 있다”면서 “풍력사업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재호 전 사장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박대동 의원은 고 전 사장에게 “지난해 경쟁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낼 때 대우조선해양도 적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 안했느냐”고 질의했다.
고 전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교하면 본격적으로 플랜트 수주한 시점과 공기가 6~9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며 “공사 도중 계약변경과 설계변경이 벌어지며 인도시점에 접근해서 손익이 파악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의원이 “항간에 연임을 노리고 부실을 숨겼다는 얘기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고 전 사장은 “우리회사 회계업무는 전문성을 가진 담당부서에서 책임지고 시행한다. CEO라도 자의적으로 간섭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병석 의원은 고 전 사장이 연임 좌절 시점에 해양플랜트 부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의원은 “고 전 사장이 지난해 2월 27일 정기이사회에서는 ‘걱정하는 정도의 빅 서프라이즈는 아니다, 관리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4월 24일 이사회에서는 ‘해양플랜트 중 인도가 예정시간보다 1년 정도 늦어지는 게 있는데 (손실) 금액이 2조5000억원 정도’라고 언급했다”며 “사장 재임 때는 숨기다가 연임이 좌절되자 손실액을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전 사장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으나 박 의원은 당시 이사회 속기록을 제시하며 해당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고재호 사장 시절 CFO였던 김갑중 전 부사장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김 전 부사장에게 “3월에 퇴직하기 전에 회사가 3조 적자를 낸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김 전 부사장은 “3조 적자는 모르고 퇴직했다”며 “역량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CFO는 회사의 재무상황을 총괄하고 CEO를 견제하는 자리인데 김갑중 부사장은 혼자 고립돼서 눈뜬 장님이 됐다”며 “지난 10년간 수백억, 수천억의 자금이 CFO 결제 없이 일개 부장급 전결로 결제됐다. 이런 회사가 어디있냐”고 질타했다.
김 전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전결조항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중소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날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회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 사장은 “대주주와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위기를 넘기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원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뭔가 의지를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밝혔다.
그는 “본업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부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임직원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조직을 축소하고 인적쇄신 면에서는 직급 간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사장은 골프장 및 연수원을 운영하는 자회사 FLC의 매각과 관련해서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KG그룹)했었는데 그 이후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홍기택 회장도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잘 지원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및 특수선 등에서 세계 1위 기술력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김 의원이 “돈 2조4000억원이 펑크났는데 증가를 해서 메워야 한다. 이걸 빚으로 안고 가면 이자부담 때문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하자 홍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며 “우리로서는 재무적으로 유상증자가 됐던 대출이 됐건 다른 금융기관과 협력해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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