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대우조선 노조, '집단이기주의' 차이점은?

박영국 기자

입력 2015.09.17 14:00  수정 2015.09.17 15:34

<기자의눈>"회사 살려달라"는 대우조선 노조 vs "임금 더달라"는 현대중 노조

17일 조선업종노조연대의 공동파업이 예정된 가운데, ‘임금인상’을 앞세운 현대중공업 노조와 ‘회사 정상화 지원’을 앞세운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투쟁 방향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조선노련 공동파업에 참여해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모습(위)과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4일 부분파업 당시 1도크 옆을 행진하는 모습.ⓒ연합뉴스/현대중공업노동조합

국내 산업의 양대 축이자, 최근 극심한 업황 부진에 처한 자동차와 조선업종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함께 집회를 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17일 벌어진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비롯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련)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20분부터 경남 울산시 태화강 둔치에서 함께 모여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반대하고 각사의 임금협상 제시안을 비난하는 ‘조선·자동차 공동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집회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회사측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날 조선노련 차원에서 4시간의 공동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며, 현대차 노조와 공동집회에 앞서 3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조선노련 공동파업 집회를 갖는다.

지난 16일에는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 방문단 파견 계획도 밝혔다. FIFA 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10월 26일)에 앞서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로 방문단을 파견해 FIFA 회장선거 출마 예정인 회사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항공편 예약까지 마친 상태다.

자체 파업을 시작으로 동일업종 노조와의 연대, 타업종 노조와의 연대도 모자라 최대주주를 겨냥한 ‘글로벌 이벤트’까지 현대중공업 노조의 행보는 연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지켜보는 외부의 관심이 ‘긍정’보다는 ‘부정’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마련한 스펙터클한 이벤트들이 매우 좁은 단위의 ‘집단이기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명목상으로는 하청노동자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핵심은 ‘임금인상’이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동결을 제시한 회사측에 수정안을 내놓으라는 게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조금만 더 범위를 넓혀 ‘회사’나 ‘조선업종’ 단위로만 확장됐어도 이들을 응원하는 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중심 축 중 하나인 현대중공업을 살리자는데 누가 비난하겠는가.

하지만 적자 폭탄으로 힘겨워하는 회사에 임금을 올려달라며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으니 외부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데일리안 박영국 차장대우.
이날 조선노련 연대파업에는 현대중공업 외에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참여하지만 이들의 지향점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들은 ‘임금인상’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한 정부 및 채권단의 지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투쟁에 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6일에는 “정부와 정치권은 정당과 개인의 이익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행위 역시 ‘집단이기주의’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양사의 노조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집단 이기주의의 범위를 ‘노조’로 한정하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회사’까지 포함하고 있다.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살려달라고 정부·채권단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이기주의’라는 용어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일은 흔치 않다. ‘공익보다는 집단적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인만큼 어감 자체는 좋지 않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싸우는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만큼은 이 용어의 몇 안되는 긍정적인 활용의 예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성명서에서 “노조는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키고 그 속에서 구성원들의 일터를 지키는데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울산 태화강 둔치에 모인 이들 중 열렬한 응원을 보낼 만한 노조가 한 곳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현재 벌이고 있는 투쟁과 파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당장 눈 앞의 이익만을 좇는 것인지, 그 어느때보다 꼼꼼하고 냉정하게 '이기적'으로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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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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