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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극진한 아베 환대, 초라해진 한미동맹


입력 2015.05.01 10:41 수정 2017.10.16 10:4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예견됐던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불안감 증폭

"부러우면 지는거다" 대 중국 대 일본 정책 재점검해야

미국을 방문중인 아베 일본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를 타고 워싱턴 링컨기념관으로 향하고 있다.ⓒ백악관 미국을 방문중인 아베 일본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를 타고 워싱턴 링컨기념관으로 향하고 있다.ⓒ백악관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의 핵심 내용

2015년 4월 27일 미국과 일본의 외무․국방장관들은 1978년 제정되었다가 1997년 1차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재개정하여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미국과 일본 간 안보에 관한 '빈틈없는'(seamless)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번 협력지침에서 미국과 일본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의 공동대응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자위대는 "도서(島嶼)를 대상으로 하는 육상공격을 저지․배제하기 위한 작전을 주체적으로 실시하고” 미국은 이를 '지원 보완'하기 위한 작전을 실시한다는 개념이다.

그 외에도 “평시부터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은 물론이고, '주변사태'에 이르기까지 미일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이 모든 것을 “동맹조정 메커니즘(Alliance Coordination Mechanism)을 통하여 일사불란하게 시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나아가 미일 양국은 우주에 관한 자산․정보․기술 협력, 사이버 공간에 대한 공동 감시, 방위산업에 대한 기술협력 강화, 교육 및 연구교류 등 현존하는 어떤 동맹보다도 구체적이면서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이번 방위협력지침을 통하여 제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의 미일방위협력지침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개입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 지에 중점을 두어 평가하고 있다.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일본군은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적절한 작전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어 과거 침략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고, '주권존중과 '적절한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국제정치는 정글에서와 같이 냉정한 힘의 법칙이 작용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어떤 문귀로 표현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격차 증대

이번의 미일협력지침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진행방향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반면에, 일본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바탕으로 미국과 철저하게 협력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와 관련하여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감안해주고자 노력한 것과는 매우 다른 방향이다.

이번에 미국과 일본은 X-밴드 레이더를 비롯한 다양한 레이더를 탑재한 채 1만 5000km까지 40시간 이상을 계속하여 비행하면서 동북아시아의 모든 군사표적들을 정밀하게 정찰할 수 있는 글로벌 호크를 일본에 배치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것은 사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하여 일본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비록 당분간은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연기된 상태이지만 한국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한미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를 해체하고자 하는 반면에, 일본은 평시부터 가동되는 조정매커니즘(coordination mechanism)을 만들어서 일원화된 지휘체제를 보장하고자 한다.

“평상시부터 긴급사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자위대 및 미군이 수행할 활동과 관련된 정책측면 및 운용 측면에서의 조정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미일동맹은 한미연합사에 못지 않은 일원화된 지휘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다양한 실무협의가 더욱 종합적이면서 일사불란하게 통합될 수 있는 틀이 보장되었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해야할 절박한 상황임에도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을 주저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이를 위한 정보교환, 요격에 철저하게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미일 양국 정부는 조기경보능력, 상호운용성 및 네트워크화에 긴밀하게 협력함으로써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실시간 정보교환을 확대하고,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 및 기타 항공활동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조하며,” “탄도미사일 대처능력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협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비하는 것은 미국의 ‘MD’에 편입되는 것이라면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한미동맹과 달리 미일동맹은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여 계속적으로 진화 및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한국이나 일본은 공히 공산주의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차원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국가안보의 근본으로 생각하여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은 대미관계에서 자주성을 강조해온 반면에 일본은 다양한 위협상황을 가정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중요시하는 가운데 가능하면 호혜적이면서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은 중국과의 대결 가능성을 숨기지 않은 채 공동대응을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 타당한지는 역사가 증명하겠지만, 일본에 비해서 한국의 안보방정식이 훨씬 복잡한 것만은 사실이다.

일본은 오히려 연합협조체제 강화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한미 양국군 간 연합사령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일동맹에 비해서 강력하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번 미일방위협력 지침을 통하여 미일 양국은 '동맹조정 매커니즘'을 설치하게 되었다. 이제부터 미군과 일본군은 연합사 못지않은 일사불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 미군과 일본군은 연합연습과 훈련, 연합 정찰․감시 활동, 그리고 기지의 연합사용이라는 세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서로 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왔다. 미군과 일본군은 1985년부터 지휘소연습과 실병훈련으로 구성되는 미일합동연습(Japan-US Bilateral Joint Exercise)을 매년 실시해오고 있고, 자위대의 상당수를 미국에서 실시하는 미군의 훈련에 참가시키는 등 다양한 실무 분야에서 양국군 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강화하고 있다. 정찰․감시 활동의 경우에는 2013년부터 실무단을 구성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양국 정보수집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더욱 주목할만한 사항으로서 미일 양국군은 각자의 기지, 훈련장, 기타 시설 모두를 공유한다는 방침 하에 주요사령부를 동일한 기지에 통합하였고, 지속적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일본은 자마 기지에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1군단을 함께 수용하여 긴밀한 협력을 보장하고 있고, 미 5공군사령부가 있는 요코다 기지에 일본 항공총대사령부를 이전시켜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합동운용조정소(BJOCC: Bilateral Joint Operations Coordination Center)를 설치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군과 일본군은 인도적 지원이나 재해재난 구호, 평화활동, 해적퇴치, 우주 및 사이버공간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 및 강화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미군과 일본군은 공동으로 처리해야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협조기구를 구성하여 양국 간의 노력을 조정하고 있다.

대중국 정책의 재평가 필요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필수적이라면, 지금의 한미동맹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속 일방적인 요구만을 지속해서는 곤란하다. 동맹은 위협, 목표, 이익을 공유할 때 건강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미일동맹이 강화될수록 한미동맹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일동맹과 비교하여 한미동맹의 견고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로 진전 및 유지시킬 것인가를 심각하게 봐야 고민해야 한다. 중국이나 미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균형을 유지한다는 방향은 가능하지 않거나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적 교류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할 것이다. 안보에 관해서는 한미동맹에 철저하게 의존하겠다는 방향을 정립하고, 이것을 미국에게 설명해야할 것이다. 균형자를 지향하여 중립노선을 선택할 경우 6.25직전의 경우처럼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관계개선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미일동맹이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계속 공고해질 것이라면, 일본과 공고한 우방국관계를 유지하지 않고는 견고한 한미동맹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역사와 감정에 치우쳐서 한일관계를 추진할 경우 우방국은 커녕 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일관계를 복원하여 한국, 미국,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할 경우 나토의 집단안보체제와 같은 실질적인 동맹관계가 동북아시아에 형성되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안보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부러워하기만 하면 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4월 28일 일본의 아베 총리를 영접하면서 “1960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조부 기시 총리를 여기 백악관에서 맞이했다...오늘 우리는 함께 동맹관계를 펼쳐 나갈 아베 총리를 환영한다”라고 말하였다. 그 전에는 일정에 없던 링컨기념관도 아베 총리와 함께 방문하였다. 정상회담 직전 언론 앞에서 일본어로 ‘가라데’ ‘가라오케’ ‘망가(만화)’ ‘에모지(이모티콘)’ 등 다수의 일본 용어를 열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일 간의 관계를 부러워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교훈을 도출하고, 필요한 사항은 반성 및 시정해 나가야할 것이다. 부러워하기만 하면 지는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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