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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위 막다 의식잃은 경찰 "당시 현장 전쟁터 같았다"


입력 2015.04.17 17:29 수정 2015.04.17 21:01        하윤아 기자

<인터뷰>진격하는 집회참가자들에 밀려 바닥에 쓰러져

"동료들 시위대에 잡혀있어 그냥 돌아나올 수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막혀 대치하는 가운데 경찰이 캡사이신을 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막혀 대치하는 가운데 경찰이 캡사이신을 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광화문 분향소로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광화문 분향소로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참석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 '시행령을 폐기하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을 마친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참석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 '시행령을 폐기하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에서 세월호 모형이 인양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에서 세월호 모형이 인양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인 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4.16약속의 밤'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위대가 밀고 당기는 상황에서 넘어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곳은 한마디로 전쟁터예요.”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집회 도중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사전 신고가 되지 않은 사항이라 경찰은 이들을 저지했고, 곧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청와대로 향하려는 자들과 불법 시위를 막으려는 자들로 광화문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지방경찰청 31기동대 소속 이모 경관(42)이 흥분한 일부 집회 참가자들에게 밀려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데일리안’은 17일 의식을 회복한 이 경관이 입원해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는 당시의 충격으로 간밤에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다. 다만 “내 몸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곳은 전쟁터 같았다”고 당시의 격한 상황을 회상했다.

병상에 걸터앉은 이 경관은 수척한 얼굴이었다. 지난 밤 밀려 넘어지면서 다친 뒤통수에는 하얀 반창고가 붙었다. 허리와 팔다리의 타박상도 심해 몸을 쉽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는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통증 때문인지 얼굴을 연신 찡그렸고, 반창고가 붙은 뒤통수에 여러 차례 손을 갖다 대고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이 경관은 16일 세월호 집회 현장의 상황에 대해 “체포 임무에 투입되면서 시위대가 밀고 당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애초에 많은 인원이 광화문 쪽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우리가 붙들리게 됐다. 시위대가 밀고 당기는 바람에 넘어져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투입 시각과 인원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묻자 “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그런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체포 임무 투입 경위에 대해서는 “불법시위이기 때문에 경찰이 해산 명령도 하고 공지도 한 상태에서 들어가게 됐다”며 “한마디로 검거하러 갔다가 포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에서 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가서 체포하고 그럴 수가 없다”며 상부 지시대로 현장에 투입돼 불법 시위자를 검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6일 오후 9시경 시청광장 일대에서 세월호 1주기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분향소가 있는 광화문 광장까지의 행진에 동참해달라는 희생자 유가족의 호소에 광화문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선두 차량에서 ‘청와대로 가자’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이에 일부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발길을 돌리다 경찰과 정면충돌했다.

경찰은 1만여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차벽을 쳤지만, 참가자 일부는 청계천 우회로로 진입해 경찰의 방패를 뚫으려 시도했다.

경찰은 이 같은 상황을 미신고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여러 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복하고 계란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후에도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연행하겠다’는 경찰의 체포 경고가 내려졌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려 했다. 결국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살포해 진압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경관이 시위대에 밀려 쓰러졌다. 체포조로 현장에 투입된 이 경관은 본인을 밀어 넘어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많은 인원이 밀고 당기는 상황이니까 ‘아, 저 사람이다’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앞에 누가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른 침을 삼킨 그는 대뜸 “기자도 현장에 있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 가면 일단 내 몸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는 한마디로 전쟁터”라며 착잡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어 그는 “어떤 기사에는 그냥 ‘쓰러졌다’라고만 나왔더라”라며 혼자 쓰러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격하는 집회 참가자가 앞뒤에서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바닥에 내쳐졌고, 정신을 잃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그는 구급차가 아닌 현장에 대기 중이던 순찰차에 태워졌다. 워낙 많은 시민이 몰려있고, 도로도 점거돼 구급차가 올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그는 순찰차 안에서 간신히 정신을 되찾았다.

이 경관에 따르면 그가 소속된 제대는 가장 먼저 체포 현장에 투입됐다. 상황이 격화되면서 함께 투입된 같은 제대 소속 동료 경찰들도 이 경관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동료가 시위대에 잡혀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냥 돌아 나올 수 있겠나”라며 “동료들도 시위대에게 붙들려있어 제대가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현재 그는 입원한 상태로 병원 측의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선 검사 결과에서 머리 뒷부분 쪽에 내부 출혈이 발생한 점을 확인했다. 보다 정확한 부상 정도와 출혈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 측에서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권유했다. 10여분의 짧은 인터뷰를 마치며 ‘쾌차하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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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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