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과 통상임금 판결 패소로 난관에 처한 현대중공업과 사장 선임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1분기 수주실적에서도 심각한 부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1분기 수주실적은 도합 39척, 47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척수 기준으로는 49.4%, 금액 기준으로는 4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빅3의 1분기 성적표가 ‘반토막’이 난 대부분의 원인은 현대중공업에 있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지난해 1분기 56척, 50억달러의 수주실적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했지만, 올 1분기에는 13척, 10억달러까지 급감했다.
전년 동기 22척에 달했던 LPG선은 올 1분기 2척에 불과했고, 나머지 11척은 유조선이었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은 2014년도 임금·단체협상을 9개월이나 질질 끈 끝에 올 2월에야 타결했다. 얼마 뒤면 2015년도 임단협 교섭이 시작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월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에 패소하기까지 했다. 구조조정과 여직원 희망퇴직 여파로 노사관계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첫 분기 성적표부터 바닥을 보였으니 돌파구는 요원해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선별수주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발주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불황기에 선별수주는 수주잔량만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시 사장’ 체제의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차기 사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3월 말로 임기가 종료된 고재호 사장의 유임 체제로 운영되면서 영업에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연초 주력 선종인 LNG선을 잇달아 수주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2월 중순 이후 잠잠한 상태다. 3월 말까지 LNG선 6척과 유조선 2척 등 8척, 14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치며 전년 동기 15척 17억4000만달러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 정기주주총회서 “2월 이후 수주가 한 건도 없다. 고재호 사장의 임기가 몇 달 연장 되긴 했지만 선주들이 과연 유임 상태인 고재호 사장과 사인할 수 있느냐며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장 선임 지연 사태가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1분기 18척, 23억달러를 수주하며 전년 동기(6억, 20억5000만달러)보다 오히려 나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일등공신은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3월 초 MOL로부터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6억2000만달러에 수주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2만1100TEU급 컨테이너선 6억을 OOCL로부터 9억5000만달러에 수주하며 1개월 만에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 기록을 경신했다.
컨테이너선은 후발 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낮은 범용 선종이지만 규모가 큰 만큼 척당 선가도 1억5000만달러를 상회해 수주액 기여도도 쏠쏠하다. 이들 컨테이너선 10척으로 확보한 수주행기 15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밖에 삼성중공업은 1분기 유조선 6척, LNG선 2척 등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해양플랜트 수주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선 일색인 1분기 수주실적만 가지고 일희일비 할 수는 없다”며, “대형 (해양플랜트) 계약 한 건 터지면 단번에 역전될 수도 있고,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다 같이 바닥을 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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