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부재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를 위축시켜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재계뿐 아니라 학계, 정치권 등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기업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법률적요건을 갖춘 기업인에 대해서는 대통령 특별사면권이 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총수의 장기부재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투자결정 지연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투자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011년 6조606억원이었던 투자 규모는 지난해 4조928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오너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인수합병(M&A)은 대부분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집행 정지 상태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CJ그룹 역시 지난해 2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 가운데 약 80% 가량인 1조9000억원 가량만 집행됐다.
이에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을 하는 오너가 부재한 상태에서 투자 결정이 이뤄지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M&A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였던 ‘KT렌탈 인수’를 두고 유력 후보였던 SK네트웍스가 쓴잔을 들이킨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최태원 SK회장 부재에 따른 선제적 대응 실패로 분석하고 있다. 또 CJ오쇼핑이 미국 시장 진출과 물류복합센터 건립 등 추진했던 사업을 보류하고 CJ대한통운이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하려다 일본 물류 기업에 밀려 무산된 것도 오너십 부재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 작동이 공익적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정치권에서도 경제살리기 측면에서 기업인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은 기업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일정한 법률적 조건을 갖춘 기업인에 대한 사면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헌법에서 다양한 이유에 입각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며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한데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인 특별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법률에 따른 조건을 갖춘 기업인에 대해 그들이 가진 글로벌 역량을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최태원 회장은 수감된 대기업 총수 가운데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 회장은 징역 3년 6개월 중 현재 형기의 절반이상을 채우고 있다. 옥중에서 무려 2년의 세월을 훌쩍 넘겼다. 이처럼 이미 특별사면 자격요건인 형기의 3분의 1이상을 훌쩍 넘기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론의 눈치를 본 탓인지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대해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 팀장은 “기업인에 대한 사면권과 관련해 법의 엄격성이란 잣대를 들이대면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현시점이 법의 정의와 경제적 효율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 역시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재벌총수다’라고 해서 특사를 제외시킨다고 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각계에서 기업인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신석훈 팀장은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까지는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를 중심으로 한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너의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오너 부재에 따른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팀장은 “글로벌 시대에 외국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너십 부재는 우리 기업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업 총수가 큰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비단 SK그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며 “오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너만이 내릴 수 있는 ‘통 큰’ 의사결정이 어려운 경우는 기업 입장에서 다이나믹스가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초빙연구원 역시 “기업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총수부재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며 “정치권에서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올 해 시기를 놓치면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본다”고 “일정한 법률에 대한 조건을 갖춘 경우라면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너경영에 따른 문제점은 분명히 개선돼야 하지만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정치적으로 악용돼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신 팀장은 “기업수장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수사를 밖으로 드러내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며 “수사는 검찰의 몫인데 마치 이벤트를 하듯 잊을만하면 추진돼 석연치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배임죄 여부의 경우는 판단하기 쉽지 않은 요건으로 기업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배임죄 자체로 기업의 리크스가 커진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도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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