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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는 KTX 열차안, '안전벨트'가 없는 이유는?


입력 2015.02.17 15:29 수정 2015.02.17 16:41        박민 기자

KTX, 물리적으로 급제동 되지 않아 안전벨트 효능 미미

열차 안전벨트, 탈선·충돌 사고시 대피·구조 방해해 인명 피해 키워

KTX 열차 모습ⓒ코레일 KTX 열차 모습ⓒ코레일

설 명절을 맞아 고향길에 오른 KTX 열차 안. 열차를 타다보면 ‘왜 안전벨트가 없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승용차나 고속버스 모든 좌석에는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는 갑작스런 교통 상황에 따라 급제동을 하게 될 경우 탑승자가 받게 되는 충격을 줄여주거나 관성력으로 차량 앞유리를 깨고 튀어나가 입을 수 있는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차에 의무화 돼 있다.

하지만 국내를 비롯해 세계 모든 열차 좌석에는 안전벨트가 없다. 다만 핀란드에서는 1998년 발생한 유바스큘라 탈선사고를 계기로 2점식(허리고정방식) 안전벨트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을 하다 설치를 중단한 바 있다.

왜 열차에는 안전벨트가 없을까?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열차 내 안전벨트는 그 효능이 미미하고, 탈선·충돌 등의 대형 사고 발생시 대피·구조 등을 방해해 오히려 인명 피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우선 열차는 비상제동을 해도 차량처럼 ‘급’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시속 300km의 속도를 내는 KTX 열차의 경우 급제동을 할 경우 정지할때까지 1분 10초가 소요된다. 제동거리만 놓고 봐도 3km를 넘기 때문에 사실상 급제동에 따른 신체 피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사람이 느끼는 감속도 역시 1.19m/s2로 차량으로 비교·설명하면 정지상태에서 2초만에 시속 10km로 가속할 때 느끼는 정도로 미미하다. 이 같은 기술적 측면에서 안전벨트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열차 내 안전벨트는 탈선·충돌 등의 위기상황 시 대피나 구조 등을 막아 사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열차 사고는 승객이 차체 밖으로 튀어나가거나 머리 충격 등의 부상으로 인한 사망보다 대부분 차체가 손상, 즉 찌그러지면서 승객이 의자에 앉은채로 압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주원 코레일 연구위원은 “열차의 특성상 사고 발생시 승객의 이탈로 인한 사망자 보다 생존공간의 유실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사망자가 월등히 많다”며 “안전벨트가 없어야 차체 손상이 덜가는 공간으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고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KTX 열차 좌석ⓒ코레일 KTX 열차 좌석ⓒ코레일

영국의 철도안전 분야의 권위 있는 기관인 철도안전표준위원회(Railway Safety &Standards Board : RSSB)도 열차의 안전벨트가 안전성을 높이기 보다는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위원회는 열차 안전벨트 착용이 승객 대피나 구조를 방해해 사망자가 6배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 RSSB가 1996년~2004년까지 영국 내에서 발생한 중대철도사고 6건에 대해 사망사고를 분석한 결과 차체 이탈로 사망한 사람은 11명인데 반해 차체 손상에 의해 발생된 사망자는 14명이었다. 하지만 생존공간이 유실된 좌석은 220석으로 만약 모든 차량에서 전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고 가정하면 사망자는 88명으로 6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잇단 열차 탈선사고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기차에도 안전벨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쟁이 재점화 되고 있다. 현재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안전벨트 설치 필요성에 대한 연구 검토를 하고 있고, 업계 전문가들은 안전벨트 보다는 열차내 충격완화 설비, 비상탈출을 위한 구조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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