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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히어로’ 장현수·한국영…무실점 전승 이끈 클로저


입력 2015.01.31 09:50 수정 2015.01.31 09:55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경기 막판 승리 지키는 마무리투수 역할

주전 부상공백 메우고 전술변화 ‘숨은 주역’

한국영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대표팀의 전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영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희생정신으로 대표팀의 전승 행진을 이끌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숨은 공신이 있다.

모든 선수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부으며 5연승, 무실점으로 결승까지 오른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교체선수로 마지막 10분 남짓 뛰는 장현수(24·광저우 푸리)와 한국영(25·카타르SC)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야구에서 팀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 투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승리를 단단히 지켜내는 슈틸리케호의 든든한 '클로저'들이다.

장현수와 한국영은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이라크와 4강전까지 주로 교체 멤버로 뛰면서 한국 수비진의 뒷문을 든든하게 걸어잠그고 있다. 이와 함께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부상 공백까지 메우는 역할도 담당한다.


호주전부터 교체로 맹활약, 선수 부상 공백도 메워

아시안컵 5경기에서 이뤄진 15번의 교체에서 8명의 선수가 기용됐다. 이 가운데 한국영이 네차례, 장현수가 세차례 교체로 나섰다. 15차례 교체 가운데 이들이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교체카드로서 중요하게 활용된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교체카드는 아니었다. 아시안컵 개막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서 슈틸리케 감독의 테스트를 받았다. 물론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대표팀에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박주호(28·마인츠)-한국영 라인이 만들어진 것도 이유였다.

그러나 기성용-박주호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이 구축되면서 한국영은 벤치로 밀렸다. 태클과 스토퍼 능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은 오만과 1차전에는 나오지 않았고 쿠웨이트과 2차전에서는 남태희의 교체멤버로 후반 41분 출전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무실점 우승의 주역인 장현수는 오만전과 쿠웨이트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쿠웨이트전에서 경고를 받은 장현수의 카드 관리를 위해 호주전에 교체로 나선 것이 전환점이 됐다.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루 맡아 멀티요원으로 선발된 장현수 교체카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김영권-곽태휘 중앙 수비진이 구축되면서 장현수까지 계속 교체요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주와 3차전에서 한국영은 상대 수비에 가격당해 코 부상을 당한 박주호를 대신해 전반 41분 교체로 나섰다. 장현수는 1-0으로 앞선 후반 31분 한교원의 교체카드로 활용돼 수비벽을 더욱 두껍게 만들었다.


기성용 전진 공격 돋보이게 하는 숨은 공신

장현수, 한국영 교체 카드는 녹다운 토너먼트 두 경기에서 수비 강화 목적으로 활용됐다. 전술의 유연성에서도 효과 만점이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부터 한국영과 장현수는 상대팀의 파상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내고 전술 변화를 이뤄내는 슈틸리케 감독의 '히든 카드'가 됐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한국영이 이정협 대신 후반 34분 교체로 나서면서 한국영-박주호 수비 미드필더 라인이 구축됐고 이와 함께 기성용을 전진 배치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어 장현수는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앞서던 연장 후반 6분에 이근호와 교체돼 출전했다. 장현수-한국영-박주호의 중앙 수비 미드필더 라인으로 우즈베키스탄의 파상 공세를 막아냈다. 특히 장현수는 오른쪽 측면에서 손흥민의 연장 후반 14분 추가골을 도운 차두리에게 공을 전달하기도 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한국영가 먼저 나온 것과 달리 이라크와 준결승에서는 장현수가 먼저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정협과 김영권의 연속골로 비교적 손쉽게 2-0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이라크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이 때 남태희를 빼고 장현수를 후반 36분에 교체 투입함으로써 기성용을 위로 올렸다. 이는 공격 강화 측면도 있지만 이라크의 공세를 위부터 막아내기 위한 압박의 의미도 있었다. 또 한국영은 후반 추가시간 오랫동안 뛴 기성용에게 짧게나마 휴식을 주기 위해 교체로 나섰다.

월드컵 멤버와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의 '백의종군'

한국영과 장현수는 이미 각급 대표팀의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한국영은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춰 브라질 월드컵에서 뛰었다. 장현수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으로서 무실점 전승 우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국영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픔을 딛고 일어섰고 장현수도 210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의 영예는 과거의 일로 묻었다. 이들은 모두 슈틸리케호에서 공동의 목적인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10분 남짓 짧은 시간 교체 출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의 희생정신은 대표팀의 전승, 무실점 행진에 큰 힘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경기 막판 10분 남짓한 시간에 전력을 쏟는다. 이는 대표팀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는 원동력다. 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대표팀 승리를 지키는 숨은 공신으로 가치를 받기에 충분하다.

80분 정도를 이기다가 마지막 10분에서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동점을 허용하거나 역전패를 당할 수도 있는 축구 경기에서 이들은 대표팀의 90분과 승리를 확실하게 매조지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의 활약 속에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승, 무실점 아시안컵 우승은 이제 한 걸음만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이기는 축구'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두 '언성 히어로'의 희생과 헌신이 마지막 결실로 열매 맺을 것인지, 팬들의 시선은 31일 시드니로 향해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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