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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전대 딜레마 '떨어지면 망신 당선돼도 고민'


입력 2014.11.21 11:31 수정 2014.11.21 14:33        김지영 기자

출마시 비노 결집에 장담 못해…당선시 최고위원 선거서 친노계 패배 가능성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세균 비상대책위원과 박지원 비대위원이 본격적으로 당권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비대위원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 위원과 박 위원은 현재까지 전국대의원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각종 매체와 인터뷰에서 차기 전당대회 원칙과 당 혁신방안을 제시하는 등 당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외적으로 보폭을 넓혀가던 문 위원은 최근 들어 당권과 거리를 두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위원이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는 표면적인 이유는 자신이 현직 비대위원이고, 현재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문 위원은 20일 국회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당대표 출마 의사와 관련해 “생각 자체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비대위에서 당을 우선 세우는 데 시급한 기간이고, 정기국회 중이고, 지금 할 일이 있고, 이 일이 끝난 다음에 전당대회가 있는 거니까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이어 “그렇게 긴 시간이 주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어제 전당대회 일정을 2월 8일로 확정했기 때문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전당대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논의해서 결정하면 그걸 비대위에서 최종 결정할 텐데, 그런 시기에는 확실히 입장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찬 자리에 배석했던 문 위원의 핵심 측근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문 위원은 그 문제에 대해 지금 국회의 상황도 있고 하니 미뤄놓은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말은) 고민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결정을 좀 미뤄놓은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일단 정기국회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권보단 대권을" 당내 불출마 요구 부담으로 작용할 듯

다만 당내에서는 문 위원이 전당대회 출마 결정을 미루는 배경에 정기국회 회기 등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비대위 내 당권주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문 위원의 결단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변수로는 대권·당권 분리론을 내세워 문 위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인사들을 들 수 있다. 직접적으로 문 위원을 압박하는 박 위원, 김영환 의원 외에도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결집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 문 위원이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다면, 문 위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비노계 인사들에 의해 친노대 반노 프레임이 짜일 수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수장으로 불리는 문 위원의 입장에서 전당대회가 계파간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 자신은 물론, 당의 입장에서도 이로울 것이 없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을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 박 위원은 지난 2012년 대선 직후에도 이런 이유로 문 위원에게 조급하게 정치욕을 드러내기보다는 다소 느리더라도 진정성을 인정받으라는 취지의 조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에 따르면, 그는 문 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통령 선거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그 동안에도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김 전 대통령을 우리 당의, 자신들의 대통령으로 생각했다”며 “결국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반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양보한 조순 전 서울시장을 내치고, 자신을 위해 당적을 옮겼던 이기택 전 한나라당 부총재를 내쳤다”며 “이를 통해 이 전 총재는 다음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끝내 대통령이 되진 못 했다”고 소개했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 “나는 문 위원이 이회창 총재의 길보단 김대중 대통령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당시 문 위원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박 위원은 전했다.

박 위원이 대권·당권 분리론을 주장하는 명분도 이와 유사하다. 문 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고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데, 당권은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상처만 줄 것이라는 우려이다. 실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1순위였던 안철수 의원은 당대표를 맡은 뒤 지지율이 급락했다.

이와 관련, 문 위원은 “박 위원이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늘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세력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고, 그 속에는 다음 대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겠다는 염원과 나를 아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다만 “아직 대선을 말하기에는 까마득한 시기이다. 국민에게도 닿지 않는 얘기 같고, 우리 당의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며 “(물론) 우리 국민이 볼 때는 그렇다는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점 중에 하나이다. 그 점도 한 쪽으로 충분히 고려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선 여부 불투명…당권 잡아도 득보다 실 많아

이와 함께 다른 후보들과 역학관계도 문 위원이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문 위원과 정 위원, 박 위원이 모두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전제할 때, 현 상황에서는 문 위원의 당권 획득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문 위원과 지지층이 겹치는 정 위원의 존재이다. 정 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낸 범친노계 인사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문 위원과 정 위원간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정 위원의 독자 출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문 위원과 정 위원이 모두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고 비노계 후보를이 연대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운다면, 친노계의 표가 갈려 박 위원 또는 제3의 인물이 당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권 경쟁에서 패배하는 경우이다. 당장 당내 선거에서 낙마한다면 단기적인 지지율 하락이 불가피하고, 다시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 전 총재의 사례처럼 당내에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면 몰라도, 현재 야권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통령 선거 경선 승리도 불투명하다.

문 위원이 당대표에 당선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는 당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투표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투표로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는 보통 계파별 대리전 양상을 띤다.

여기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직을 모두 비노계 인사들이 차지한다면 당 지도부는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될 소지가 크다. 새정치연합 최고위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임명직 최고위원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데, 중립에 가까운 우윤근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4대 4 동수 싸움이 돼버린다.

결과적으로는 문 위원이 차기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당대표로서 최고위나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이 때문에 문 위원에게 있어서 당권은 양날의 칼로도 표현된다.

한편, 차기 전당대회에는 비대위원 3인방 외에도 김영환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486계의 이인영 의원, 4선의 추미애 의원,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노웅래 의원, 최고위원 출신의 조경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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