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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삼성ENG 합병 무산 배경은? "비전 제시 실패"


입력 2014.11.19 12:33 수정 2014.11.19 12:39        박영국 기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반대 입장→주가 하락→일반투자가 청구권 행사 확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9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9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 계열사간 구조 개편 작업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9월 1일 합병계획 발표 이후 12월 1일 합병작업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통상 상장사간 합병이 주주총회를 통과하고도 무산되는 사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매수대금이 합병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도 이 사례에 해당한다. 회사측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식매수청구 행사 금액의 매수대금 한도 초과 배경으로는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을 제시했다.

외부 여건 때문에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행사가보다 떨어지면서, 주주 입장에서는 청구권을 행사하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으니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가액은 삼성중공업 2만7003원, 삼성엔지니어링 6만5439원이었지만, 마감일인 17일 양사의 주가는 종가 기준 삼성중공업이 2만5750원, 삼성엔지니어링이 6만800원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청구권 행사가액과 주가 차이가 5% 미만이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7.6%에 달했고, 그 결과 삼성중공업은 주식매수 청구금액이 매수대금 한도 내에 들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한도를 크게 초과했다.

언뜻 생각하면 주가 하락이 주식매수청구 확대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합병 이슈가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회사측이 내세운 ‘주식시장 침체와 전반적인 업황 부진’은 양사의 합병 이슈 발생 전부터 존재해 왔던 요인들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쉽게 말해 ‘다수의 찬성(주주총회 통과)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있다면 합병회사가 일정 수준의 가격에 매입해 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양사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주, 다시 말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발행주식의 15~16% 이내일 경우 매수대금 부담을 감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중공업이 발행주식의 15.1%에 해당하는 95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이 발행주식의 16%에 해당하는 4100억원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 한도로 설정했다. 15~16%가 일종의 마지노선이었던 셈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 좀 더 현실적으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마지노선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병에 따라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기업설명회와 투자자 미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적극 설명해 왔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삼성중공업 보유지분 5.91%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6.59%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합병 추진 발표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 분위기가 비관적으로 흘러갔다 (결국 국민연금은 이들 지분 전량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지분률은 삼성중공업이 10.05%, 삼성엔지니어링이 16.28%로, 기관투자가들만 등을 돌려도 삼성엔지니어링의 한도금액을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236억원으로 매수대금 한도인 9500억원 내에 아슬아슬하게 들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7063억원이 청구돼 한도인 410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이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떨어져서 주식매수 청구(합병 반대)가 몰린 게 아니라 합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주가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합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건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양사의 비전이 주주들을 설득시키기에 충분치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합병 무산에도 불구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시장 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며 재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양사가 다시 합병 추진에 나설 경우 어떤 비전을 내세워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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