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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삼성 뒷다리 잡기, 진짜 위기 맞고 싶나


입력 2014.11.20 15:35 수정 2014.11.20 15:41        조진래 편집인

<칼럼>SDS 제일모직 상장차익 논란 계기로 또 반 삼성 기류 확산

글로벌 광속경쟁 시대…삼성 머뭇거리면 정말 큰 위기 온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의 잇단 상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눈앳가시인 ‘재벌 삼성’의 오너 일가와 전직 고위 임원들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 된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의 삶이 더 피폐해지고 있어 그런지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새천년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 등은 이들이 부당하게 천문학적인 상장차익을 얻었다며 차익을 강제 환수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 중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상장 차익과 그를 매개로 한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듯 싶다. 당장 다음 달 중순 제일모직 상장 전후로 논란이 더욱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삼성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경악할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냈다. 이건희 회장은 건강 상의 이유로 벌써 6개월 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도 많다. 삼성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데 계속 뒷다리를 잡으려는 이들 때문에 한 발 앞으로 떼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상장차익 사회환원, 강제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인가

삼성SDS가 지난 14일 증시에 상장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은 2조8000억원 상당의 상장 차익을 얻게 되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일부 옛 경영진도 수백 배 차익이 기대된다. 특히 그룹 승계 1순위인 이 부회장은 103억원을 투자해 10여년 만에 엄청난 평가차익을 냈다. 예의 ‘상대적 발탁감’ 얘기가 나왔다. 또 이 돈이 3세 경영 구도 확립의 실탄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공격하는 사회단체들도 늘고 있다.

1999년 2월 삼성SDS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덜 알려진 방식’으로 발행했고 이를 오너 일가 등이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가격’으로 인수하지 않았음은 유감이다. 삼성 측도 이 부문에 대해선 여러 형태로 언급을 했고 그 결과 특검과 재판을 거쳤다. 그리고 이제는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시샘과 논란이 증폭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듯 하다. 하나는 참여연대와 같은 NGO나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대로, 부당하게 취득한 재산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상장차익을 토해 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것이 더 큰 이유일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삼성’이라는 국내 대표 재벌기업이기 때문인 듯 하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이라 할 수 있는 두 번 째 이유와 달리 첫 번째의 경우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난 2001년에 443억원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납부했다. 장외 거래가격인 5만5000원을 기준으로 세액을 낸 것이다. 최초 발행가격은 주당 7150원이었다. 이후 헐값 인수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부과된 229억원의 세금도 완납했다.

급기야 삼성은 8114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까지 했다. 이 가운데 5208억원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사재였다. ‘국민정서법’으론 성에 안차겠지만, 삼성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책임져야 할 몫을 사실상 다한 셈이다. 더군다나 많은 이들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되면 사장차익이 얼마가 될 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연일 “예상치 못한 거액”이라는 식으로 똑같은 기사와 논평을 쏟아내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재벌 부(富)의 사회환원론

기업의 존재 목적은 당연히 ‘이익을 내는 것’이다. 사회 환원이나 사회 공헌도 이익이 나야 가능하다. 그런데 부에 대해 일그러진 시각을 가진 좌파 분배론자들이 득세하면서 대기업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지 않는 시선들이 많아졌다. “정부가 그렇게 밀어주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나”, “납품업체 등을 쳐 얻은 이익이지”하며 왠만해선 기업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잉태된 어두운 ‘좌파 재벌관’에 온 국민이 중독되어 있는 느낌이다.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첫날 주가가 용두사미 행보를 보이며 결국 시초가 대비 13.82% 하락한 32만7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안내판에 표시된 삼성SDS 종가.ⓒ연합뉴스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첫날 주가가 용두사미 행보를 보이며 결국 시초가 대비 13.82% 하락한 32만7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안내판에 표시된 삼성SDS 종가.ⓒ연합뉴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면서 지금처럼 재벌기업이 이익을 내면(혹은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득달같이 달려와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강탈해 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모두 겉으로는 정의와 분배를 내세우는 척 하지만 기업에 기생 연명해 온 단체들이 좀 많은가. 대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 내는 준조세가 연간 수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제대로 알고 있는 지 의문이다.

최근 전경련이 지난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과 회원사 등 600개사를 대상으로 사회공헌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그런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조사에서 응답기업 234개사가 2조8114억8330만원을 사회공헌을 위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액수로는 전년 대비 13.6%나 준 것이었다. 세전 이익이 전년보다 22%나 감소한 탓이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대기업들은 나름 성의를 보였다. 사회공헌 액수는 줄었지만 세전이익대비 사회공헌비 지출비율은 3.76%로 2012년의 3.37% 보다 되레 높아졌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우리 대기업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나눔과 지원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배당으로 사회에 돌려주는 금액은 이 보다 훨씬 더 많다. 삼성이 국내외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은 매년 5조원 이상에 이른다. 그런데 정작 배당의 단맛을 가장 크게 누린 사람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주주배당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주주자본주가 창궐한 덕분에, 외국인 지분이 대부분 50%가 넘는 국내 대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외국인에게 돌려준 꼴이다.

삼성의 경우 만약 매년 1조원 정도만 배당에서 빼 미래 투자에 썼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미래 신수종 사업의 기반을 지금보다 훨씬 더 탄탄히 다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서 거침없는 M&A도 가능했을 것이다. 국가 전체 R&D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버금갈 기업 하나 정도 더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내부 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의도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톱 기업들에게는 축구에서의 강력한 백 태클과 같은 것이다. 내부 유보는 투자 재원이다. 오래 묻어두고 있다고 해서 세금으로 빼앗아 갈 성질의 자금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을 머뭇거리게 하면 진짜 위기 맞는다

삼성은 최근 4조1000억원 영업이익이라는 경악스런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너무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익 규모가 가장 문제였다. 휴대폰에 버금갈 미래 수종사업이 확실히 대두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당연히 시장에서는 ‘삼성 위기설’이 확산되었다. 삼성의 정신적 리더인 이건희 회장이 유고인 상태라 체감 위기감은 더 큰 듯 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삼성의 스마트폰이 그렇게 빨리 성장할 줄 몰랐다. 그리고 중국이 또 그렇게 빠른 속도로 따라올 줄도 몰랐다”고 말한다. 고성장에 취해 잠시 숨고르고 있던 사이에 글로벌 시장의 판도는 180도 달라졌다. 이 시간에도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샤오미 등 경쟁자들은 엄청난 자금력과 식견으로 글로벌 M&A 시장을 나눠먹고 있다.

혹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못미더워 한다. 예의 e-삼성을 비롯한 몇 건의 실패 사례 때문이다. 그러나 이 처럼 이율배반적리고 편향된 비판도 없다. 경영 그루나 세계적 석학들은 다들 고고하게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도 ‘실패론’ 열풍이 거세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 후계자의 한 때 실패에는 왜들 그리도 관대하지 못한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재벌 기업 후계자들에게 유난히 엄청난 도덕성과 전략적 능력과 통찰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건희 회장도 자동차, 골프웨어 사업 등 굵직한 몇 개 사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끝났는가? 오히려 보다 명확한 미래비전으로 대도약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 회장은 지금 세계적인 통찰력을 가진 경영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GE의 잭 웰치도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회사에서 쫒겨날 뻔 했다. 빌 게이츠는 OS 사업을 하다 헛발질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CEO도 최근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아이구글, 웨이브, 버즈, 피전랭크 등 시장에서 사라져 버린 구글의 실패 제품들을 언급하며 실패에서 얻는 교훈을 얘기했다.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워렌 버핏이 자신의 재산을 대부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발표한 후 “부자들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2020년 올림픽 팀 대표선수를 200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큰 아들로 선발하는 것과 같다”고 비꼰 적이 있다.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처럼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내놓는 기업인들이 추앙받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기업인을 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번 상장 차익 논란만 해도 그렇다. 개인 재산을 사회에 내놓지 않는다고 해서 지탄을 받을 일은 아니다. 그들의 이익은 엄밀히 말해 그들의 사유재산인 것이다. 법이 가만히 있는데 국민정서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좌파적 시각으로 섣불리 재단해선 안될 일이다.

삼성을 다시 뛰게 하자

지금 삼성에게 주어진 과제는 ‘스피드’와 ‘글로벌 M&A’다. 과거 “삼성보다 빠르게”라는 경영 모토 하에 광속 경영을 전개했던 삼성이다. 그러나 어느덧 글로벌 시장에서 그 ‘광속 DNA’가 둔화되어 있다. 어찌 보면 삼성이 느려졌다기 보다는 경쟁자들이 너무 빨라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삼성에게 앞으로 2~3년이 매우 중요하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는 별개로 대내적으로는 반(反)삼성 시류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큰 잡음없이 치러야 한다. 최근 벌이고 있는 그룹 전체의 사업 구조조정도 연착륙시켜야 한다. 승계 과정에서 혹 야기될지 모를 경영권 공격에 대한 방어책도 만반의 준비를 해 둬야 한다.

밖으로는 글로벌 경쟁자들의 공격에 적극 대응해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애플 구글 뿐 아니라 샤오미와 같은 중국 후발기업들로부터 시장을 지켜야 하고 의료 바이오는 물론 스마트 디바이스와 같은 새로운 미래 경쟁력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선 안된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사회는 불평등을 얘기한다. 상장 차익 논란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기업의 내부 유보를 줄이고 임금과 배당으로 분배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삼성 같은 대기업은 임금이 오를 만큼 올라 있다. 안 그래도 대기업 노조들이 때만 되면 임금인상을 내세워 파업 압박을 하는데 알아서 더 올려주라는 말인가. 자칫 양극화만 초래되는 역풍 맞을 수 있다.

정작 삼성의 위기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삼성이다. 아울러 그 해결 방법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찾고 있고 그 해법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삼성일 것이다. 삼성의 위기극복 DNA는 위기 때 마다 발휘되어 왔다. 그 DNA가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다.

삼성이 자칫 상속과 경영권 방어 등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투자 적기를 놓치게 된다. 제조업의 위기에 삼성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미우나 고우나 삼성은 우리가 지켜야 할 국부(國富)다. 적법한 감시와 견제 속에서도 더욱 더 삼성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껏 밀어주어도 힘든 판에 억지로 뒷 목을 잡고 뒤집으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삼성이 위기극복 DNA를 다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직도 재벌을 한국경제의 최대 리스크라고 얘기하는 세력들이 있다. 통진당은 한 때 30대 그룹을 3000개 전문기업으로 쪼개겠다는 초법적 발상을 실현시키려 했다. 이런 국적없는 ‘경제 민주화’의 이름으로 얼마나 기업 비 친화적 정책들이 난무하고 기업의 힘을 빼는 입법들이 자행되었는가. 삼성이 분기에 10조 이익을 낼 때와 4조 이익 낼 때 우리경제가 어떻게 다른가 생각해 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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