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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부터 출고까지…감춰진 PDI센터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4.11.18 13:11 수정 2014.11.20 16:51        김평호 기자

[심층진단]수입차 100만 시대 'A/S 어디까지 왔나'…②배 타고 온 수입차, 첫 A/S센터 'PDI'

PDI센터 보관, 점검 과정 공개 꺼리는 업체들, 문제 있어도 수리 후 판매해

국내에서 수입차가 등록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승용차에다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까지 포함하면 이미 지난 6월 말 100만대가 돌파했고, 승용차는 지난 8월 100만대가 넘어섰다. 지난 1987년 자동차 시장 개방 이후 27년만이다. 이처럼 수입차 판매가 급증해 100만 시대가 열렸지만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오히려 서비스 인프라가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 수입차 A/S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차 100만 시대를 맞아 수입차 A/S 개선을 위한 구조적 문제와 대안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푸조·시트로엥 PDI센터 ⓒ한불모터스 푸조·시트로엥 PDI센터 ⓒ한불모터스

[심층진단]수입차 100만 시대 'A/S 어디까지 왔나'
1) "팔고나면 끝"…A/S로 먹고사는 수입차
2) 배 탄 뒤 첫 A/S 'PDI센터의 불편한 진실'
3) '오락가락' '대차서비스'…수입차 오너의 한숨
4) "수입차도 A/S가 경쟁력"…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
5) 전문가 진단, 수입차 A/S 개선 방안
회사원 김모(33)씨는 얼마전 독일 브랜드 수입차를 구입했다. 평소 갖고 싶었던 드림카를 구입했다는 기쁨도 잠시 차량을 인도받고 차체 표면에 먼지방울 같은 것이 다수 있는 것을 발견, 잘 아는 광택업체에 문의하니 사고차량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해당 딜러사에 항의를 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사고 차량은 원천적으로 출고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 뿐이었다.

올해 초 미국 브랜드 수입차를 구입한 박모(39)씨는 차량 구입 후 한달도 되지 않아 차량의 뒷범퍼에 생긴 긁힘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김씨는 딜러사에 입항날짜와 PDI 점검 내역 등으로 요구하자 “차량 운송 과정에서 일부 흠집이 난 부분이 있어 도색을 실시했으며, 차량의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수입차 첫 A/S센터 'PDI', 보관 및 점검 과정은 공개 안해

PDI센터는 'Pre Delivery Inspection'의 약자로, 모든 수입차들은 입항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보관 및 정밀검정이 이뤄지는 이곳 PDI 센터를 거쳐 출고된다.

해외 현지 본사에서 출고돼 약 1~2개월 간 전용선을 타고 운반되는 과정에서 염분이 강한 해풍의 영향으로 녹이 쓸거나 부식이 된 수입차들은 PDI 센터에서 기능상 결함 여부를 비롯해 흠집 제거, 세차와 건조 작업 등 새차로 탈바꿈하기 위한 수리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인도되기 때문에 PDI센터는 수입차의 '첫 AS센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PDI센터의 경우 수도권과 가깝고, 국제적인 물류항으로 성장한 경기도 평택항에 주로 몰려있다.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 닛산, 포르쉐 등이 PDI센터를 평택항 인근 자유무역지대에 두고 있으며, 푸조는 경기도 화성, 토요타는 경기도 안산에 PDI센터가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PDI센터가 주로 바다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현지에서 들여왔지만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미처 출고되지 못한 많은 차량들이 바닷가와 맞붙어 있는 이곳에서 장시간 동안 바다 바람을 맞으며 차량이 부식될 수 있는 염분에 노출돼 있다. 또한 이 중 일부 차량은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실외에 주차돼 부식 등 차량 파손 우려가 늘 존재한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여기에 차량이 장시간 보관돼 있어도 PDI센터에서 검사부터 광택작업까지 거쳐 번쩍번쩍하게 차를 완성시켜 출고시키기 때문에 딜러들이 굳이 얘기를 하지 않으면 7~8개월된 재고차도 신차로 둔갑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PDI센터의 보완 및 보관 과정을 명확하게 공개하는데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춰진 PDI센터의 불편한 진실이다.

공장과정의 연장선 VS 윤리적으로 공개해야

푸조·시트로엥 PDI센터 ⓒ한불모터스 푸조·시트로엥 PDI센터 ⓒ한불모터스

수입차 업체들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신차의 수입부터 출고 과정을 선뜻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PDI센터에서의 작업을 공장과정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PDI 자체가 문제가 생기면 한번 더 검사를 해서 나가는 과정의 일환이고, 이를 일일이 고객들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며 “현지에서 생산된 차를 바로 들여와서 파는 것이 아니라 문제 여부를 다시 체크하는 제작공정상의 이유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이 차를 샀는데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딜러사와 본사를 통해 제작 과정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모든 차에 대해서 물리적으로 알려줄 수는 없다”며 “미리 출고 및 보관 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인 하자도 없고, 현실적으로 어떤 브랜드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도 “일련의 과정에 대한 공개는 일일이 한다기 보다는 고객이 요청이 있을 시에 공개를 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공개하는 부분에 있어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업체 입장에서는 현행법에 준행해서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차량의 입항날짜와 입항 후 출고 전까지 PDI센터에서 점검 및 수리된 부분에 대해서는 차량 구입자에게 미리 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흠집이나 스크래치 등에 대해서 사전고지를 할 경우 소비자들은 좋아할리도 없고, 보통 다른 차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업체들은 가격을 할인 해서 팔아야 되는데 그대로 새차로 포장해서 파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간단한 흠집이나 스크래치가 난 부분에 대해서 PDI센터에서 조치를 취하는 부분은 맞다”면서도 “수리를 해서 나온 차들은 사실 여부를 알리고 가격도 할인해 줘야 하는데 무작정 숨기고 나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장 등 보관과정을 사전에 고지하는 것은 법으로 세세하게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이 차를 받은 후에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수입차 업체들이 윤리적으로 먼저 고객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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