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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아바타' 조희연, 서울 학생들도 마루타?


입력 2014.11.06 09:33 수정 2014.11.06 12:10        조진래 기자

<칼럼>경기교육청 9시 등교 '무작정 따라하기'안돼

경기학부모들 "같이 망하자"...여론조작 원천봉쇄를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 교육청도 2015학년도 부터 관내 모든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듯 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예상했던 대로 정치적 동지이자 스승인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뒤를 잇기로 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일단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학교 현장 구성원들의 충분한 토론을 바탕으로 해 9시 등교 실시 여부를 자율 결정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왠지 방향을 미리 잡아놓고 토론회를 짜맞추기 여론몰이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 지 의구심을 거둘 수가 없다.

‘비판 일색’ 이재정의 9시 등교, 따라야 할 성공모델인가

9시 등교를 처음 시작했던 경기도교육청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아픈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우리 집만 이런 건가요?” 같은 제목의 글 들이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한다. 9시 등교 이후 달라진 가정과 학교의 일그러진 풍경을 절절하게 확인 해 볼 수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찬반양론이 분분한 9시 등교! 어차피 경기도가 선발대로 총대를 멨으니 무조건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 보단 결과를 점검하는 건 어떨까요? 과연 (이재정)교육감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9시 등교가 좋은 결과로 가고 있는지...설문조사를 확실히 좀 해보셨으면 합니다.”

“9시 등교 시작 이후로 아침엔 온 집안이 전쟁터다. 초,중,고생 1명 씩에 맞벌이 부모까지 모두 5명이 전쟁을 치룬다. 같은 시간에 모두 일어나 화장실 전쟁을 치루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매일 머리가 돌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은 왜 아무 생각 없이 '애 하나 있는 외벌이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일찍 등교할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 와서 책 보면 되니 문제가 없다? 도서관에 아이들이 꽉 차서 앉을 자리도 없고(이렇게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건 9시 등교를 원하지 않는다는 반증일런지도...) 지도가 없는 수용 상태이다 보니 너무 시끄러워 책을 읽을 수 없고 결국 같이 떠들게 된다고 한다. 게으르고 자기 조절 안되는 학생들을 양산하는 게 (9시 등교의) 목표는 아니시겠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사진 오른쪽)도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뒤를 이어 9시 등교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사진 오른쪽)도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뒤를 이어 9시 등교 정책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도 않고, 대부분 학생과 부모들이 찬성한다고 거짓말을 해 믿게 하고 9시 등교를 관철시켰던 경기도교육청이다. 이제 그에 대한 중간 평가를 받아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9시 등교에 익숙해져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모르겠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익숙해 졌다’는 게 ‘인정한다’로 둔갑해선 안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처음 9시 등교를 밀어붙일 때 관내의 한 여자중학교를 ‘총대’ 메게 했다. 설문조사도 해 보고 토론회도 열어 들어보니 학생들 100%가 등교시간 늦추는 걸 환영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나중에 그런 조사도, 그런 결론의 토론회도 지어낸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심지어는 그 여중에서도 학생의 70.9%만이 찬성했다는 조사결과가 밝혀졌다. 3학년 학생들의 찬성율은 더 낮아 66.0%에 그쳤다. 학부모 찬성율도 66.7%였다. 활동가들이 흔히 써먹는 ‘여론조작’ 수법을 교묘히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9시 등교는 시행된 후였다. 번복은 불가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시 학교 도서관 개방, 독서 및 음악 감상실 개설, 아침운동 프로그램 준비 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위 댓글들을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나아가 이 교육감은 학교장 재량인 수업시간 조정 문제를 강제로 빼앗아 놓고는 이제와선 자신이 약속한 인프라 구축을 ‘학교장들’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까지 9시 등교를 강행하는 게 옳은 일인가.

경기도에 묻어가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청이 더 걱정된다

늦은 감은 있으나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감없는 찬반의견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를 보면 차라리 먹통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든다. 왜 일까? 경기도교육청에는 댓글이 가능한데 서울시교육청은 찬반 댓글 찾기가 여간해선 어렵기 때문이다.

9시 등교안을 밝힌 지난 3일에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교육청 정책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방적인 조 교육감 정책홍보 수단에 불과했다. ‘제안방’이란 곳에 들어가 봐도 ‘참여제안 코너’가 있긴 하지만 9시 등교에 대한 학생제안 글에는 대부분 자물쇠가 잠겨져 있었다. 회원 비밀번호를 눌러야 글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교육청의 9시 등교 추진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6월24일자 올린 글 가운데 ‘등교시간 늦추기’라는 제하의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예상대로 찬성 쪽 글이었다. 이런 일방적인 먹통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무슨 대토론회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어느 시점에선가 여론몰이용 댓글 코너가 소리없이 등장하리란 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이재정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공약이었으니 관철시켜야 한다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은 그냥 ‘따라하기’다. 그것도 많은 시행착오와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따가운 지적을 받고 있는 교육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힘들게 하려는 것이다. 옳은 교육자의 자세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이 교육감의 초반 패착을 잘 알기에 9시 등교를 위에서 부터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학생 자치의 관점에서 전면적인 대토론을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현장의 교육 주체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토론을 통해 각급 학교마다 자치적으로 결론을 내려 시행에 옮기자고 한다. 이런 건 토론과 여론조작에 익숙한 사회활동가의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또 그는 초등학교 1~2학년 숙제 검사를 폐지하고 초등학교 전 학년 20~30분 놀이 시간 도입가 같은 학생들이 혹할 정책을 내놓았다. 또 학부모들을 겨냥해선 게임이나 약물 중독 학생들을 위한 중독전문상담센터 운영 안을 제시했다. 언뜻 보아선 그럴 듯 하지만, 시야를 흐리게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식 홍보전이다.

한 학부모가 지적했듯이 ‘경기도가 했다고 서울시가 따라가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도의 여론 호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내년 신학기부터 시행할테니 준비하라는 식으로 압박하기 보다, 진짜 정확한 조사와 여론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당초 취지대로 제도가 잘 이행되고 있는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는 어떤지, 결함이나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공정하고 세밀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명한 조사와 함께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한 수용할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교육감 아집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학부모들 "우리 애들만 손해보면 안돼" 그롯된 동조 부작용

서울시교육청이 경기도처럼 초중고교 9시 등교 추진을 발표하자 경기도 학부모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왕 경기도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왔으니 서울시는 물론 전국 다른 교육청들도 따라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경기도 학생들이 학업 성취 부문에서 크게 뒤질 것을 우려한 목소리들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모두 9시에 등교하게 해 경기도만 받던 불이익을 공평하게 나눠 갖자는 것이다. 교육환경의 하향 평준화를 학무모들이 앞장서 얘기하고 있는 셈이다. 잘못된 정책이 얼마나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위험하고 피폐하게 만드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대로 가다간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라는 존재는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될 지 모른다. 공부에 찌든 학생들은 휴식을 원한다.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학생들 아침 잠 더 재우겠다고 학생들 의견만 듣고 막무가내 정책을 펴는 것은 또다른 의미의 직무유기다. 이재정 교육감이 간과했던 학부모들 의견을 충실히 듣겠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친절함’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여론 호도의 수단으로 악용해선 안될 것이다.

진보 교육계가 주도해 만든 작품들을 보면 학교 현장의 이해당사자들 생각과 동떨어진 결과가 자주 노출된다. 김대중 정부 때 모든 학생들을 대학 가게 해 주겠다며 대학 정원 늘렸던 결과가 무엇인가.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 진학으로 몰리고 그 바람에 공교육 붕괴, 사교육 팽창이라는 심대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우리 사회의 진보 세력들이 만들었다가 해도 과언이 아닌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학생과 학교의 인권과 교권은 오히려 더 침해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학교 자율화’라는 대의의 교육정책과는 반대로 학교는 교육과정을 자의적으로 운영하거나 학생에게 임의적인 교내외 행사 참석을 강요해선 안되는 등 온갖 통제 투성이다. 학생 인권 못지 않게 학생들을 올바로 키워야 할 학교의 의무가 방기되고 있다. 학생지도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어느덧 학교에서는 교육과학부나 교육청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면피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학생들은 더욱 더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미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아침에 생긴 한 시간의 틈을 파고 들어 새벽 인터넷 사교육 시장이 발흥할 분위기다.

학교는 교육 현실에 아무런 책임을 질 수도 없고 교사의 존엄성도 사라져 통제 불능이 된 지 오래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진보계 ‘혁신학교’를 추진 중인 지자체의 학생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타 지역 보다 월등히 높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교육계는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조진래 편집인]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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