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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나눠주다 탈북자-보수단체 충돌, 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4.10.20 16:09 수정 2014.10.20 18:13        목용재 기자

남북하나재단 둘러싼 탈북자들간 이견에서 비롯

"재단 임원진에 탈북자 없다"-"과격한 탈북단체가 문제"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이 함께하는 2014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이 함께하는 2014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석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 예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서울역광장에서 벌어진 일부 탈북자단체와 보수단체의 충돌은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하 재단)’을 둘러싼 갈등이 누적, 폭발해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날 충돌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1일 파주임진각 공원에서 재단이 주최한 ‘북한이탈주민이 함께하는 2014 어울림 한마당’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에서 비롯됐다.

이날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모인 탈북 동포들에게 기부 받은 두부 5000여 모를 나눠주기 위해 참석했다가 다른 탈북자에게 멱살을 잡히고 폭행을 당하는 등의 ‘봉변’을 당했다.

김 대표에게 폭행을 가한 탈북자는 현재 재단 측에 “정옥임 이사장은 사퇴하라”, “남북하나재단 별칭 사용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A’라는 탈북단체에 소속돼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이 어버이연합과 복수 탈북단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9일 탈북자단체-보수단체의 충돌 원인은 재단을 둘러싼 탈북자 간 이견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은 19일 서울역광장에서 A단체가 재단 규탄시위를 벌이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알고 ‘폭력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맞불집회를 놓은 것이다.

어버이연합과 복수 탈북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A단체 탈북자는 김용화 대표가 재단 측이 주최한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분개해 폭력을 가했다. 탈북자단체들과 재단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재단 측에 잘 보이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김용화 대표는 2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재단이 행사를 주최했던 당시 우리 단체가 두부 5000모를 기증받아 탈북동포들에게 이를 나눠줘야 했다. 탈북자들이 각지에 흩어져 있어 이를 나눠주기 위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재단과 일부 탈북단체 간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에 참여했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탈북단체들은 재단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면서 재단과 탈북단체들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특히 정옥임 재단 이사장 취임이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라는 기존 명칭을 ‘남북하나재단’이라는 별칭으로 공식화하기 시작했고, 재단의 주요 임원진들이 모두 탈북자지원과 관계없는 사람들뿐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실제 현재 재단의 이사진 가운데 탈북자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정옥임 이사장뿐이다. 정 이사장은 18대 국회의원 시절 당시 한나라당 북한이탈주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재단 임원진, 탈북자지원 전문성 결여…"재단 기준 못맏추는 탈북자들 문제도"

하지만 나머지 9명의 상임·비상임이사, 상임·비상임감사는 탈북자 지원 업무에 대한 전문성, 혹은 경력이 없는 인사들이다.

재단의 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탈북단체들은 “탈북자 지원을 위해 일을 한다는 재단의 임원 가운데 탈북자는 한 사람도 없다”면서 “또한 탈북자 지원재단의 이름을 ‘남북하나재단’이라는 별칭을 사용하는 것도 재단의 정체성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화 대표가 재단의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응징’을 당했고, 이에 대해 어버이 연합이 A단체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 갔다가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김 대표의 폭행사건에서 비롯된 것과 같이 "재단은 개혁하라"며 앞장서고 있는 A단체의 '과격성'이다. 또한 재단이 제시하고 있는 지원·회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불만을 품는 일부 탈북단체들의 태도다.

박완석 어버이연합 사무부총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A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탈북자는 그동안 탈북자 사회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사람이 김용화 회장이 재단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는지 A단체 사람을 보내 폭행하고 멱살 잡고 끌고 다녔다”고 말했다.

박 사무부총장은 “재단과 탈북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A단체 사람들이 탈북단체에 재단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김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참석하자 그렇게(폭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화 대표도 "재단하고 싸우려면 우리(탈북단체)에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탈북단체를 만들어 놓고 재단 측에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재단이 돈을 과연 내놓나"라면서 "사람들이 나는 재단 측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한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단체 대표와 일부 소속 탈북자의 ‘과격성’ 때문에 이미 몇몇 탈북 단체들은 A단체와의 연대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A단체의 대표가 참가 했던 곳에는 분란이 늘 생겨왔다는 주장이다.

한 탈북자단체 대표는 본보와 통화에서 “A단체 대표는 과격한 탈북자로서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인정 받지 못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면서 “정옥임 이사장이 갈등해결을 위해 탈북단체 대표들과 만나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A단체 대표를 주축으로 한 대표단이 찾아갔지만 정 이사장이 ‘당신이 한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탈북자 대표성이 없는 인물이라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A단체 대표는 과거 별 문제없이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는데 그 기준이 엄격해지자 재단과 맞서는데 앞장서 왔다”면서 “재단이 통일부 산하가 되면서 지원 규정, 회계 규정이 엄격해 졌고, 이렇게 되면서 탈북자 단체들이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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