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영웅 박태환(25·인천 시청)이 비록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태환은 25일 인천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75의 기록으로 터치 패드를 찍어 중국의 닝 제타오(47초70)에 이어 2위로 골인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5번째 종목 출전 만에 은메달을 획득했다. 앞서 박태환은 자유형 200m를 시작으로 출전한 모든 종목서 동메달만을 따낸 바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안게임 통산 19번째 메달(금6, 은3, 동10)을 획득, 사격의 박병택과 함께 한국인 최다 메달 타이를 이뤘다.
이날 박태환은 출발 총성과 함께 힘차게 물에 뛰어들었다. 첫 50m 구간을 지날 때에는 23초76으로 4위로 처졌지만 턴을 하고 난 뒤에는 막판 스퍼트가 돋보였다. 일본의 시오우라, 중국의 유허쉰을 차례로 제친 박태환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두 번째로 골인했다.
충분히 금메달을 노릴 만한 성적이었지만 바로 옆 레인에서 믿을 수 없는 스피드를 펼친 닝 제타오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닝 제타오는 내친김에 아시아신기록까지 다시 쓰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태환도 금메달 보다는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친 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태환은 "최고 기록에 많이 못 미쳤지만 값진 경험이 됐다. 또 우승한 닝 제타오 선수가 너무 좋은 기록이 나와 축하해줘야겠다. 바로 옆에서 레이스를 한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올해 25세인 박태환은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수영 선수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물론 20대 중반 이후에도 현역 생활을 유지하는 선수가 상당하지만 데뷔 때부터 경쟁자들에 비해 체구가 작아 보다 많은 힘을 쏟아내야 했다. 그의 기량이 2년 전인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하향세를 그렸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태환 역시 체력적인 열세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박태환은 주 종목이었던 자유형 400m에서 예상 밖의 부진으로 동메달에 그치자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은 바 있다.
하지만 박태환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국내에서의 첫 메인이벤트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박태환은 경영 종목 첫날이었던 지난 21일 자유형 200m을 시작으로 남자 계영 4x200m, 자유형 400m, 계영 4x100m 순으로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매 종목 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물론 박태환처럼 매일 경기에 나와 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가 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인 일본의 수영 신성 하기노 고스케(20)다. 고스케는 이번 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깜짝 금메달을 포함해 무려 7개의 금메달과 은1, 동2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체력적으로 가장 왕성한 약관이다.
따라서 박태환의 적지 않은 나이와 신체적인 한계, 그리고 현재 기량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투혼’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더욱 대단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란 점이다. 박태환은 경영 마지막 날인 26일에도 자유형 1500m와 혼계영 4x100m에도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이 쉽지 않지만 박태환은 자신의 수영 커리어 마지막을 위해, 또한 자신처럼 되기 위한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연일 박태환수영장을 가득 메워 아낌없는 응원을 펼쳐주고 있는 홈팬들을 위해 물에 뛰어들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박태환은 존경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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