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자칫 8위' 롯데 급락, 정말 히메네스 탓일까


입력 2014.08.23 07:49 수정 2014.08.24 16:3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6월 최고의 월간 성적으로 2~3위까지 넘봐

7월 이후 급락..마운드-수비 조직력 붕괴 탓

롯데 외국인타자 히메네스. ⓒ 연합뉴스 롯데 외국인타자 히메네스. ⓒ 연합뉴스

가을잔치의 마지막 티켓을 향한 중하위권 팀들의 4위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오랜 기간 4위 자리를 지켜왔던 롯데 자이언츠의 추락이다.

롯데는 6월을 마친 시점에서 35승 30패 1무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4위를 지켜왔다. 6월 한 달 동안 9개 구단 중 가장 뛰어난 월간 성적(13승6패)을 기록한 결과였다. 롯데는 당시 2위였던 NC와 3경기, 3위 넥센과는 2.5경기 차였고, 5위 두산에는 3.5게임 앞서 있었다. 6월의 상승세를 떠올리면 2~3위권으로도 치고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롯데는 7월부터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7월 한 달 동안 8승 14패에 그치며 시즌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졌고, 8월 들어서는 2승 10패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7월 이후 롯데의 승률은 3할도 채 되지 않는다. +5였던 승패 마진이 어느덧 -9로 바뀌었다.

롯데가 이처럼 부진한 원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외국인타자 히메네스 공백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히메네스는 부상을 이유로 한 달 가까이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연히 ‘태업설’이 나돌고 있으며, 이미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말도 들려온다.

하지만 롯데의 지금과 같은 추락을 히메네스 한 명으로 설명하기엔 어폐가 있다. 그의 공백이 팀 전력에 적잖은 손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진짜 부진의 원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실 히메네스의 공백은 최준석이 훌륭히 메우고 있다. 올 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둘은 절묘한 시점에서 4번 타자 자리를 주고받았다.

최준석은 6월 12일까지의 47경기에서 2할대 초반의 저조한 타율에 머물며 5홈런 2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대신 히메네스는 그 당시 44경기 13홈런 48타점 타율 0.365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시점까지의 최준석은 히메네스와 박종윤에게 밀려 대타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하지만 6월 13일부터 시작된 KIA와의 3연전부터 둘의 운명이 바뀌었다. 당시 3경기에서 5홈런 9타점을 폭발시킨 최준석은 이후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맹타를 휘둘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46경기에서 15홈런 51타점 타율 0.351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반면 히메네스는 이후 24경기에서 2할대 중반의 타율로 1홈런 7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결국 이들 둘은 바통을 이어받으며 롯데 타선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둘이 함께 출장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있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최준석으로 바뀌었을 뿐, 잘 나가던 당시와 비교해 롯데 타선에 마이너스 효과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롯데는 1루 포지션 중첩의 문제라는 고민거리도 안고 있다. 때문에 박종윤을 좌익수로 출장시키기도 했지만, 사실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리그 최고의 1루 수비를 보여주는 박종윤을 좌익수로 돌린다는 것은 롯데의 전반적인 수비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어쩌면 타격에서 얻는 이득 이상으로 수비에서의 손실이 클지도 모를 일이다.

롯데가 7월부터 추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투수진의 부진, 그리고 수비 조직력의 붕괴 때문이다. 6월까지의 66경기에서 롯데의 경기당 평균 실점은 5.05점이었고, 이는 삼성과 NC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타격도 좋았지만, 안정된 투수력이 6월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7월 이후의 34경기에서 롯데의 경기당 평균실점은 6.65점으로 치솟았다. 유먼(1승 3패 7.71)을 시작으로 장원준(1승 4패 5.56)과 옥스프링(1승 2패 5.31), 송승준(2승 2패 5.06)까지 주축 선발 4명이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선발진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롯데로서는 이들의 부진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다.

더 큰 문제는 불펜에서 발생했다. 마무리 김승회는 안정을 찾았지만 혼자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6월 상승세의 주역이었던 강영식을 비롯한 셋업맨들이 모두 ‘방화범’으로 전락했다. 3~4점 차 리드가 8회 이후 뒤집힌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수비에서도 실책이 난무하고 있다. 8월 치른 12경기에서 롯데 야수들이 기록한 범실은 무려 14개,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그보다 훨씬 많다.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 좋은 컨디션을 보이다가도 거듭되는 수비 불안으로 인해 무너지는 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최근 정민태 투수 코치가 징계 차원에서 3군으로 내려가는 일도 있었다. 책임은 투수 코치가 홀로 졌지만, 김시진 감독 역시 투수 운용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롯데 팬들 중 상당수는 이미 김시진 감독에 대한 신뢰도 지웠다.

롯데가 올 시즌을 준비하며 야심차게 내걸었던 슬로건은 ‘거인의 근성을 깨워라!’였다. 하지만 올해도 팬들은 롯데의 근성이 실종됐다며 탄식한다. 2년만의 가을잔치 복귀와 더불어 우승까지 내다봤던 구단이 자칫하면 8위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히메네스 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김홍석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홍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