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교수의 저서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표지 이미지.ⓒYJ&networks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신장섭 싱가포르대학 교수의 서적을 통해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 당시의 비화를 공개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대우차를 처리하는 과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신장섭 교수는 대우해체 15주년을 맞아 대우그룹의 성장과 해체 과정에 숨겨진 비화를 담은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최근 출간했다.
신 교수는 지난 2012년 김우중 전 회장과 책 출간에 합의한 이후 베트남 하노이, 서울 등지에서 김 전 회상을 20여차례 만나 150시간 이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신 교수의 저서를 통해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을 모토로 지나치게 확장 투자를 벌이다가 대우자동차의 부실로 몰락했다’는 국내외 정설(定說)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대우해체 이후 다른 계열사들은 살렸지만 대우자동차는 부실이 더 심해져 국민경제에 더 큰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거의 공짜로 넘겼다”며, “이는 크게 잘못된 판단으로,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한국경제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관련 자료를 찾아내고 대우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우차 부실처리로 인해 한국경제가 본 손해액을 시나리오 별로 산출해 냈다.
한국금융위기 중에 진행됐던 대우자동차와 GM간 합작 협상에 대한 비화도 공개됐다.
일반적으로 대우가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GM에 합작을 요청했고, GM이 대우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합작협상을 깬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김 전 회장은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이와 크게 다르다”며, “금융위기 극복방안을 둘러싼 경제관료들과의 충돌 때문에 실제와 다르게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책에서는 대우-GM 간 합작협상의 자세한 내막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대우의 유동성 악화와 워크아웃 과정에 대해서도 ‘대우의 경영실패’가 아닌 ‘정부의 기획해체’가 주된 요인이라고 김 전 회장은 주장했다.
대우의 유동성 문제가 외부로 본격적으로 불거진 계기는 금융감독원에서 두 차례 걸쳐 시행한 유동성 규제조치(1998년 7월 ‘CP 발행 한도 제한조치’와 10월 ‘회사채 발행 한도 제한조치’)였으며, 경제팀에서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대우의 자금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 후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면서 대우가 결국 1999년 8월 ‘워크아웃’으로 처리됐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 유동성 위기에 대한 정부 측 주장이 본말(本末)을 전도(轉倒)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시 정부의 판단과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 책에서는 김 회장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대북특사’로 일하면서 남북기본합의서(1991년)를 만들어내고 노태우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 정상회담을 거의 성사시켜 놓았다는 남북관계 비화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저자인 신장섭 교수는 “일차적으로 대우해체에 관한 김 회장의 증언과 논란에 관심이 쏠리겠지만, 이 책에서 역사적으로 더 길게 남을 내용은 세계경영에 대한 재해석과 신흥시장 진출에 관한 경영 교훈일 것”이라며 “한국이 현재 당면한 저성장이나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대우의 세계경영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먼서 2012년부터 글로벌 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s) 과정을 만들어 젊은이들을 ‘대우인’처럼 조련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동남아에 뿌리를 내려 국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젊은이들을 양성하는 게 그의 목표로,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정신교육, 생활지도까지 한다. 졸업한 학생들도 정기적으로 만나 격려하고 취직한 회사에서 잘 정착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신 교수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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