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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는 유죄, 주진우는 무죄, 종북은 금칙어


입력 2014.08.13 15:56 수정 2014.12.12 15:34        박주희 바른사회 실장

<칼럼>종북은 좌파진영내서 탄생한 용어

명예훼손 판단하는 사법부의 '이중잣대'

지난 2월 2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공개 첫 변론에 참석해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2월 28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공개 첫 변론에 참석해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2심 법원은 명예훼손 혐의로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변 씨의 SNS를 인용 보도한 일부 언론에도 배상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은 통합진보당과 이 대표에 대한 ‘종북 면죄부’로 비춰질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종북’ 용어에 대한 현격한 견해 차이가 문제였다. 재판부는 ‘종북’을 ‘조선노동당을 추종하는 사람’이라고 좁게 해석했다. 그러나 ‘종북’은 이미 정치-사회-언론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대중용어다. ‘북한에 우호적 입장으로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통상적으로 지칭해왔다. 정치이념과 무관한 일반 시민조차 ‘종북’이란 말을 흔히 쓰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내 ‘종북 금칙어 선언’인 셈이다. 누군가를 향해 함부로 그 용어를 입에 올렸다간 사법 처벌대 앞에 서야할지도 모른다. 또한 널리 통용된 수사(修辭)적 표현이 ‘명예훼손’ 사안이라면 우리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형평성 차원에서 앞으로 ‘극우’ ‘친일파’ ‘수구 꼴통’ 등 좌파가 우파에게 퍼 붓는 인신공격성 용어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 과연 재판부는 이런 사회적 혼란까지 고민했을까.

명예훼손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이중 잣대

한편 재판부는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이정희 대표를 겨냥해 ‘진보의 가면을 쓰고 총선에 나선다’고 논평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원심의 800만원 배상 판결을 취소했다. “정당과 정당인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어느 정도의 과장 등 수사적인 표현은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용인되고, 변 대표처럼 일반인이 정치인을 비판하면 유죄라는 말이다. 지극히 이중 잣대다. 오히려 정치인은 공인이기에 발언의 파급력이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정치인에게 더 관대하다. 더구나 세금을 지원받는 공당의 대표, 종북성향 논란으로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대에 오른 정당의 대표에 대해 국민이 이런 의혹조차 제기할 수 없는가.

사법부가 형평성을 잃은 모습은 다른 명예훼손 사례에도 나타난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성상납 받으면서 총 맞아 죽은 독재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의견과 논쟁을 통해 사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주씨의 발언은 진실 규명 과정의 하나다”고 설명했다.

‘종북’ 발언에 대해선 ‘종북 성향을 입증할 증거가 명확지 않아 위법’이라 했던 사법부가 ‘성상납 독재자’ 발언엔 ‘진실규명 차원이니 무죄’라니, 명예훼손 여부를 구분짓는 사법부의 잣대가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1년 대법원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의 상고심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국정원 비판 칼럼에 대해 국정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은 위 판례를 근거로 사건을 각하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헌법기관이다. 그렇다면 그 의원들로 구성된 정당의 대표가 과연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있는가.

좌파진영내 ‘종북’ 용어의 ‘탄생’과 ‘소멸 전략’

‘종북’ 용어는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탄생했다. 당시 PD파 조승수 의원은 NL파를 향해 “종북주의자들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며 박차고 나갔다. ‘종북주의자’로 지칭된 자들은 이후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잡았다. 이처럼 종북 논란은 우파진영이 아닌 좌파진영 내부에서 제기됐다.

종북 의혹은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북한문제에 애매한 발언-태도로 일관하자 점차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야권연대 전략으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NL파가 대거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좌파진영에서는 ‘종북 논란 불똥’이 튈까 서둘러 NL파에 대한 ‘종북 탈출 독려’ ‘대북관 회유’ 전략을 펼쳤다.

이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당선인 신분으로 '100분토론'에 출연했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시민논객에게 이 의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사상검증과 양심의 자유를 옥죄어 가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의원이라면 유권자를 대변해야 하므로 양심의 자유를 얘기할 수 없다. 답하지 않을 거면 공직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답변을 재촉했다. 패널로 함께한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도 “주체사상을 가진 분들 자기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진영이 끊임없이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다그쳤다.

좌파성향의 일간지들도 통합진보당의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우려했다. ‘자주파의 시대착오적 대북관’이라며 주요 인사들의 북한두둔 발언을 실었다. 전문가의 입을 빌려 통합진보당의 대북관 재정비와 당권파와의 결별을 주문하기도 했다.

좌파진영에 편입해 친북성향을 희석시키려고 통합진보당은 적극적으로 ‘종북 용어 지우기’에 나섰다. 오병윤 비상대책위원장은 “종북이란 건 옳지 않은 표현”이라며 과민반응을 보였고, 김재연 의원은 “옛날 주사파 논쟁이 다시 되살아나나”며 선을 긋고, 이상규 의원은 “종북이란 말 자체가 유감”이라며 종북 씻어내기에 열을 올렸다. 통합진보당이 우파언론과 우파인사들의 ‘종북’ 표현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종북 지우기’의 일환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좌파진영에서도 ‘종북’은 끊임없는 이슈였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일부 우파 언론들의 느닷없는 ‘종북 때리기’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종북’ 표현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은 사회 실상과 괴리감이 커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

종북 성향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국어사전에 오르지 않은 용어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적용시켜야 한다. 재판관의 고무줄 정의(定義)로 용어를 규정한다면 ‘표현의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법의 예측가능성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6.25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고, 북한이 무력도발하는 상황에도 북한을 두둔하고, 북한인권-북핵-3대세습에 침묵해왔다. 그가 이끄는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 정당”이라 했다. 국민 상식을 기준한다면 이밖에 ‘종북’에 대해 어떤 입증이 더 필요한가. 사법부의 ‘종북’에 대한 시각으로 본다면, 북한노동당 당원증을 가져야 종북(從北)인가.

글/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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