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을 통해 아동 음란사진을 유포하려던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을 신고한 이는 다름아닌 구글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지역방송인 KHOU는 지난 4일(현지시각) 구글이 어린 소녀의 음란사진을 구글의 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을 통해 친구에게 보내려던 존 헨리 스킬런의 신원을 아동보호 기관인 국립실종학대아동센터(NCMEC)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스킬런은 음란물 소지 및 유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는 구글이 이용자의 메일을 뒤져 이를 경찰에 넘겼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수집'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음란사진을 유포한 이를 신고한 구글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에대해 구글 측은 "첨단 기술을 통해 음란물이 있는지만 체크할 뿐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다른 내용은 확인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실제 구글은 지난 2008년부터 전자 개인정보 시스템인 '해싱'을 통해 지메일 등에서 아동 음란물을 골라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글의 음란물에 대한 도덕성과 첨단 필터링 기술은 국내에서는 그닥 발휘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한 언론매체가 랭키닷컴에 의뢰해 올 상반기 모바일 검색에서 음란물 검색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구글이 9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8.6%, 다음이 0.2%에 그친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구글이 음란물 및 유해성 컨텐츠를 접하는 전용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구글의 음란물 및 유해성 콘텐츠 검색에 대한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전에도 국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구글도 청소년 음란물 검색 차단을 위한 여러 방책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청소년에게 부적합한 검색결과가 포함된 특정검색어를 검색할때 경고표시를 한다든지,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은 사용자는 필터링된 검색결과를 보게하는 식이다. 또한 음란물 검색을 막기 위해 현재 △구글 검색에서 세이프서치 설정 △유튜브 안전 모드 사용 △모바일에서도 세이프서치 설정 가능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세이프서치나 안전모드 설정의 경우에는 본인이 설정을 해야만 그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설정을 하지 않는다면 음란물 및 유해성 콘텐츠를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다.
설사 이같은 설정을 했더라도 음란물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자가 직접 세이프서치나 안전모드 설정을 한후 검색해 본 결과, 일부 대표적인 키워드들에 대해서는 차단이 이뤄졌지만, 이를 제외한 수많은 키워드에는 여전히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세이프서치를 설정한 상태에서 '키스방'을 검색한 결과 총 3600여건에 이르는 웹문서가 검색됐다. 심지어 우측에는 한 키스방 업체의 위치와 주소, 연락처까지 안내돼 있다. 우측상단을 보면 세이프서치가 가동 중이라는 안내가 나오고 있지만 이같은 결과는 이를 무색하게 한다.ⓒ구글 검색 캡처
특히 성인 사이트를 비롯해 키스방, 안마방 등 퇴폐업소 등에 관련한 검색은 더욱 취약했다. 세이프서치를 설정한 이후 '키스방'을 검색하니 3600만건에 달하는 웹문서가 검색됐으며 심지어 한 키스방의 구글맵 위치정보까지 노출됐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가족부가 지정하고 있는 청소년 유해물, 즉 19금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인터넷상에서 성인인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유튜브는 사실상 인증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용자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국내 사업자로 국내법에 따라 엄격한 가이드 및 규제를 받고 있지만 구글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해외사업자로 국내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컨트롤을 받지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의 경우 국내법에 맞춰 완벽하지 않지만 모니터링과 필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란 콘텐츠 차단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구글의 경우 이 같은 콘텐츠들이 쉽게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포털사이트는 물론 동영상 사이트도 성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용자들이 이 같은 과정이 귀찮고 어렵다고 느껴져 구글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있다"며 "단적인 예로 지난해 한 여가수의 사진이 유출돼 논란이 벌어졌을 때 구글 검색이 급격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남궁민관 기자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구글의 이같은 음란물 노출에 대해 여성가족부도 전혀 고발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를 비난했다.
반면 해외 다른 나라들은 정부가 나서 구글의 음란물 검색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까지 나서 구글의 음란물 검색 차단을 요구하면서 만약 검색차단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입법을 통해서라도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음란물 차단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구글이 해외사업자라고 해도 이 문제만큼은 '성역'을 구분해서는 안된다. 국내 포털사업자들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구글 역시 '음란물 천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구태의연'의 자세를 탈피해야 한다. 현지 국가의 법절차와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구글코리아가 밝힌 "(현지)국내법을 존중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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