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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후 밥은 먹는데 누가 목숨걸고 탈북합네까?


입력 2014.08.24 10:26 수정 2014.08.24 10:28        목용재 기자

<긴급진단-탈북자 급감하는 이유②>식량 지표 개선

워터파크, 승마장 등 위락시설 건설로 주민 기대감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탈북자수는 2914명으로 역대최고점을 찍었다. 2011년 탈북자수도 2706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2년에 들어와 탈북자 숫자는 1500명대로 역대 최고치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떨어진 탈북자 숫자는 최근까지 150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탈북자가 급감한 것은 김정일의 사망, 김정은 정권의 출범 시기와 그 맥을 같이한다. 지도자 교체로 인한 북한의 정치·사회·경제 등 다방면의 변화상이 북한주민들의 탈출을 억제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탈북자 숫자가 급감한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통한 북한사회의 변화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중국과 접경한 북한 황금평에서 영농 준비를 하는 북한 농민들의 모습.ⓒ연합뉴스 중국과 접경한 북한 황금평에서 영농 준비를 하는 북한 농민들의 모습.ⓒ연합뉴스

"식량사정이 확 풀리지는 않았지만 김정은 정권 출범이후 그나마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김정은이 워터파크, 스키장 등 위락시설들을 세워놓으니 '좀 변화가 생길까?'라고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대량 아사(餓死)시기인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년 증가해왔다.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당시 최악의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들 약 300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악의 식량난이 개선되지 않자 북한주민들은 탈북을 시도했다. 당시 탈북의 가장 큰 이유는 '배고픔'이었지만 탈북자 수가 급감한 최근 3년간 남한으로 입국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탈북 이유는 더 이상 배고픔이 아니다.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두 끼의 식사는 챙겨먹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의 관측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개선되는 식량사정…"살 만한데 누가 목숨을 걸고 탈북을..."

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북한 주작목(벼 등 주 생산산 작물) 생산량은 2012년보다 5%증가한 526만 톤(조곡)으로 추정된다. 전체 식부면적(실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면적) 2%가량 감소했지만 오히려 평균 단수는 6% 증가했다.

특히 종자공급의 개선으로 2012~2013년에 비해 2013~2014년 겨울 및 조기작물은 약 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의 주작목 생산량은 2013년의 526만 톤보다 5% 증가한 598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기타곡물과 고구마 식부면적도 2012년에 비해 10%이상 축소됐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12% 증가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식량사정이 개선되고 있는 모양새다.

WFP(유엔세계식량계획)의 2011-2013년도 북한 식량소비지수 추세를 봐도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1년 식량소비 지수가 '취약'으로 평가받았지만 2012년과 2013년에는 '경계' 수준으로 개선,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경우 과거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식량상황을 견뎌낸 사람들이고 특히 최근 식량사정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 더 이상 배고파서 탈북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경제상황을 호전시킬 정도로 식량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최근 3년동안 식량생산이 증가하고 관련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식량사정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 탈북자들의 숫자를 감소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에서 시장화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유통구조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시장활동이 활발해지니까 사람들이 이를 통해 먹을 것을 획득하고 있다. 곡물가격도 비교적 안정세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들이 목숨을 담보로하는 탈북 동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문수물놀이장에서 북한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문수물놀이장에서 북한 근로자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 식 '전시행정'에 북한주민들, "이제 좀 변할까?" 기대감

이렇게 식량사정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식 전시행정도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품게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문을 연 마식령 스키장, 평양 문수 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등의 서양식 위락시설의 등장은 서양 문화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주민들에게 “이제는 변하겠구나”라는 희망을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일 시대에 연이어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김정은이 성공시키면서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998년, 2006년, 2009년 대포동 미사일과 은하2호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단 분리 실패 등으로 번번이 ICBM발사를 실패했다. 김정은도 2012년 초, 은하 3호를 발사해 실패를 맛봤지만 같은 해 12월 광명성 3호-2호기를 발사해 위성의 궤도진입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김정은이 등장 이후부터 김일성의 복장, 헤어스타일 등 '김일성 따라하기'를 진행하면서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북한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일성이 환생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 주민들이 김일성의 번영시기가 다시 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양새다"라면서 "특히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지만 다양한 위락시설을 세우면서 막연한 기대감을 주고 있어 탈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김정은이 경제적 시혜로 리더십을 확보하지는 못해도 모란봉악단, 데니스 로드먼 초청 등 문화적 충격을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장마당도 안정돼 먹을 것도 예전만큼 굶어죽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탈북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영호 선임연구위원도 "그나마 근근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목숨을 담보로 탈북을 시도하려는 북한 주민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라면서 "오락거리, 스포츠 장려, 위락시설 등을 보여주는 것은 '김정은에게는 뭔가 기대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북한주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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