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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여행가이드간 신경전 사연 들여다 보니...


입력 2014.07.30 08:00 수정 2014.07.30 13:53        조소영 기자

관광안내사협회, "면세점, 가이드번호 고의로 잘못 입력"

면세점, "착복하는 경우 없어…문제는 가이드간 경쟁 때문"

[기사추가 : 2014.07.30. 12:30]

여행가이드를 대변하는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측에서 조만간 대형 면세점에 '가이드번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제주에 위치한 한 대형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연합뉴스 여행가이드를 대변하는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측에서 조만간 대형 면세점에 '가이드번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제주에 위치한 한 대형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대형 면세점과 여행가이드간에 '판매수수료'를 둘러싼 신경전이 한창이다. 가이드들이 면세점들의 업무소홀로 자신들이 받아야할 수수료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판매수수료란 여행가이드가 여행객을 면세점에 소개하는 대가로 받는 수고비를 말한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이드와 소속 여행사를 합쳐 평균 12~15% 정도가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9일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이하 관광안내사협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여행가이드는 조만간 관광안내사협회를 통해 롯데·신라와 같은 대형 면세점들이 '가이드번호'에 대한 업무를 소홀히 해 여행가이드에게 지급되어야 할 판매수수료를 정당하게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다.

관광안내사협회, "가이드번호 문제, 한 두 번 아니다"

보통 가이드는 안내를 맡은 여행객과 면세점에 동행하기 일주일 전쯤 해당 면세점이 준비한 '쇼핑카드'에 고객 이름 및 여권번호, 가이드번호 등을 적어 제출한다. 이후 이 가이드가 면세점에 예고했던 날짜에 여행객들을 데리고 방문하면 면세점에서는 이들에게 이 쇼핑카드를 나눠준다.

여행객들은 물품 구매 시 면세점 직원들에게 이 카드를 제출하고 직원들은 카드에 기재된 가이드번호를 함께 입력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가이드번호를 갖고 있는 여행가이드에게 판매수수료가 지급되는 것이다.

문제는 가이드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면세점 직원들이 가이드번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 해당 여행가이드가 아닌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판매수수료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관광안내사협회 및 여행가이드 측은 이에 대해 면세점 직원들이 고의로 가이드번호를 잘못 입력해 수수료를 빼돌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현 여행가이드인 A씨는 최근 4인 가족을 데리고 면세점을 찾았다가 가이드번호가 잘못 입력된 것을 발견하고 관광안내사협회 측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A씨는 "남성 손님이 옷을 사려고 해 함께 봐주는 도중에 여성 손님이 따로 이동해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사줬다"며 "그런데 나중에 이 영수증을 보니 가이드번호가 입력되는 '그룹(Group) 넘버'에 엉뚱한 번호가 표기돼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한쪽이 번호를 잘못 입력했거나 면세점 측이 손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임의대로 번호를 입력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판매수수료가 다른 곳으로 잘못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관광안내사협회에 제출한 영수증 자료에 따르면 A씨의 안내로 면세점을 찾은 가족인데도 불구하고 옷을 구매해 38만2600원이 찍힌 영수증과 초콜릿을 구입해 1만1100원이 적힌 영수증의 그룹 넘버가 다르다.

관광안내사협회 측은 "만약 가이드번호가 잘못 입력됐을 경우, 그것을 알아챈 여행가이드가 문제제기를 해야만 판매수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더군다나 이 같은 문제는 한 두 번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있어왔다"고 말했다.

면세점 측 "문제 처리 하려 노력하지만 협상 안 될 때도"

반면 면세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광안내사협회에 다수의 사례가 제보된 것으로 알려진 한 대형 면세점 측은 "면세점 직원이 여행가이드의 판매수수료를 착복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면세점 측은 이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손님들이 쇼핑카드를 지참하지 않거나 또는 개인 영업을 하는 가이드가 본래 가이드의 손님을 가로채 자신의 가이드번호를 입력하는 경우"라며 "이런 일로 다툼이 있을 경우 본래 가이드와 개인 가이드간 '반반 처리'를 하려고 하지만 협상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 측은 그러면서 "이런 부분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수 천명이 드나드는 곳이다보니 일일이 체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가이드 측 관계자는 면세점이 지적한 일부 가이드들의 '손님 빼가기' 행동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그런 가이드들은 보통 제대로 된 가이드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면세점의 입장은 결국 '가이드들끼리 어떻게 싸우든 상관없고 나는 내 물건만 팔면 된다'는 것 아니냐"며 '뒷짐지기'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면세점 측에서는 판매수수료 문제를 제기하면 '알고 있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잡아내라. 잡아내면 (판매수수료를) 주겠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면세점 측은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면세점 측은 "가이드들 간 문제가 생겼을 때는 끝까지 중재를 하고, 중재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는 일명 '불량 가이드'에 대해서는 등록말소를 한다"며 "그래도 안되면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안내사협회는 면세점 직원들이 가이드번호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향후 면세점 측에 공식 항의하고 고의성 문제가 확인됐을 때는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관광안내사협회는 2002년 관광산업 발전 및 관광통역안내사 권익보호와 교육 등을 위해 설립됐다. 2003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으며 2009년에는 관광통역안내사 국가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7월에는 청와대 관광진흥확대회의 등에 참석하기도 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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