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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파격 행보, 한-미-중 협력구도를 노렸다


입력 2014.07.03 20:15 수정 2014.07.04 01:36        김수정 기자

<분석>'북 핵개발 반대'에 방점 찍고 일본 재무장 견제

한국과 공조 통해 동북아내 일과의 패권쟁패서 우위 꾀해

1박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의장단을 사열한 뒤 은평초등학교 어린이 환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의장단을 사열한 뒤 은평초등학교 어린이 환영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중국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한반도 핵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기존의 ‘한미일’ 대(對) ‘북중’의 전통적 이분법으로 보는 국제관계를 깨뜨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즉, 그동안 중국이 미국과의 동북아 및 국제사회 내 패권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 삼은 것에서 탈피, 향후 ‘한미중 협력구도’ 구축의 밑바탕을 그렸다는 것이다.

이날 한중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앞세워 ‘한반도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공유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물론, 이번 성명에서도 중국은 직접적으로 ‘북핵’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의 조건을 마련하고, 우리 정부의 드레스덴 통일구상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한중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2005년 9월 19일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 및 UN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데 공조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정상회담 등 다양한 계기에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하면서 비핵화의 대상이 북한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동안 혈맹국가로 평가됐던 북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은 중국의 한반도 균형외교의 추가 한국에 좀 더 기울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역대 중국 주석으로는 최초로 취임 후 북한을 방문하기에 앞서 한국을 방문했다.

아울러 ‘특정 국가를 단독으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역대 중국 국가주석들의 관행도 이번 방한을 통해 깨뜨리는 등 한중 관계의 무게를 실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이날 중국이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우리와의 6자회담 재개 카드를 꺼낸 것은 대북이슈와 관련,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 대한 견제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한국에는 북한의 핵위협이 가장 중요한 이슈지만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재무장”이라며 “한중 양국 간 전략적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이어 “이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공조가 가장 큰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공조를 깨고 한미중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데 포석을 깔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은 ‘북핵 불용’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북핵 문제를 6자회담 연결시키면서 한중간 전략적 협상 관계를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가령, 중국은 큰 틀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만드는 로드맵을 제공하면서 기존 한미일이 주장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의 수위를 낮추는데 한국과 조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센터장은 “만약, 한중 사이에서 이같은 전략적 협의가 이뤄지면 한국이 중간자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한다면 한미중이 대화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면서 “자연히 한미일 구도에 작은 균열이 생길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 “중국, 한미일 공조 대응위한 한미중 협력원해”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시 주석의 방문을 통해 중국은 ‘한미일’ 구도를 대응하기 위해서 한중 간 협력 체계를 강화시키고, 일본을 고립·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성명에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합의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합의했다.

물론, 이날 공동성명에는 ‘일본’이란 대상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강한 표현을 동원해 ‘역내 안정을 해치는 역사 왜곡에 대해 공동대처하고 그 움직임을 강력 경고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양 정상은 이 밖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한중 FTA 2단계 협상 촉진, 양국 국민 영사보호 강화를 위한 영사협정 체결 등 10여 개의 협력문건에도 서명함으로써 경제, 정치 등 다방면에서 보다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미, 대중 관계 설정을 두고 지나치게 치킨싸움화 시키는 경향이 컸다”면서 “과거 미국과 소련의 대립과 달리 미중은 경쟁자이자 경제적 협력자다. 우리가 이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중국은 이번 시 주석 방한을 통해 무엇보다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일본을 압박하고자 했다”면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한중 FTA 2단계 협상 촉진 및 현재 일본이 쥐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에 맞서는 금융기관을 구축하는데 한국과 협력하면서 동북아 내 일본과의 패권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사회주의 국가에서 거의 탈피했을 뿐만 아니라 뼛속까지 ‘실리’를 따지는 나라”라면서 “더 이상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과의 공조를 통해 일본을 견제하고 나아가 한미중 모델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일 것이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번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가 기존의 한미일 3각 공조, 북중 동맹 등 전통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면서도 동북아 전체의 긴장을 유발하는 북한과 일본에 대한 공동대응의 수위를 중국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시 주석은 이날 박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이튿날인 4일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실을 방문한 뒤 서울대에서 강연을 한다. 이후 시 주석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저녁 중국으로 떠난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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