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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홍명보가 역적된 이유? 문제는 더벅머리야!


입력 2014.06.28 10:00 수정 2014.06.28 12:24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깻잎머리 CEO는 미래 없어

유니폼도 폼만 잡지 말고 독일처럼 스텔스디자인을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벨기에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선수들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전(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 대 벨기에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는 선수들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포츠형 머리라는 게 있다. 하지만 요즘은 운동선수들조차 이 스포츠형 머리를 기피하고 있어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깍두기’ 조폭형 머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선 더벅머리가 스포츠형 머리를 대신하고 있다. 심지어 마라톤 선수들조차 머리를 펄펄 휘날리며 뛴다. 2014년 월드컵 한국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앞머리를 길러 이마를 가리고 있다. 스포츠형이 아니라 K-pop형이라 해야겠다.

운동선수가 연예인들처럼 어려 보이게 하려고 앞이마를 가리다니 체면이 영 아니다. 혹 그 내면에는 운동선수로서의 열등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포츠맨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지 못한 건 아닌지? 하여 연예인이 그들에겐 선망의 대상인가? 진정한 개인주의도 모르는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준다는 것이 그만 어쭙잖은 스타의식만 심어준 결과겠다.

깻잎머리 더벅머리 CEO는 없다

머리와 마찬가지로 모자 역시 스포츠형이 있다. 모자의 앞 챙(Brim)이 길게 나와 있는 캡(Cap)타입이다. 운동선수는 물론 젊은이들과 군인들이 이런 모자를 애용한다. 이런 모자를 쓰면 무의식중에 앞을 주시하게 된다. 해서 저돌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철모가 살짝 그랬다.

사람은 뭘 유심히 볼 때 절로 손으로 눈썹 위를 가린다. 역으로 앞머리로 앞을 가리는 사람은 전방만을 주시하는 버릇이 생긴다. 기마병의 말들이 앞만 바라보게 좌우 눈에 가리개를 대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신 귀족이나 신사들은 챙이 사방으로 나 있는 둥근 햇(Hat)타입 모자를 애용한다.

축구나 농구같이 팀 전원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전 방위적인 시야 확보가 절대적이다. 하여 전 동료와의 교감, 상대 선수 전원에 대한 즉각적인 좌표인식은 물론 상대 팀 선수들 간의 소통 메시지까지 동물적 감각으로 읽어내야 한다. 굳이 고개를 돌려 살피지 않고서도 자동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눈과 입만큼은 아니지만 사람의 이마도 표정이 있다. 그리고 눈이나 눈썹이 원활하게 소통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헌데 더벅머리가 이 부분을 가리는 바람에 소통을 치명적으로 방해한다. 엄폐물로 애써 눈을 감추는 모양새다. 그러니까 캡 모자를 쓰고 공을 차는 꼴이다.

정면에서 마주 주시하지 않으면 소통이 잘 안 된다. 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동료와 교감하고 적을 살피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 그게 잘 안 되면 손짓, 몸짓, 고함까지 동원하게 되는데 이런 건 모두 적에게 노출되고 만다. 더구나 앞 더벅머리가 모자의 앞 챙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선수가 어디를 보고 누구와 사인을 주고받는지 거의 자동적으로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만다. 따라서 머리를 기르려면 앞뒤좌우로 다 기르든지 아니면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는 것이 유리하다.

사소한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목을 앞으로 내밀고 있어 다음 움직임까지 상대 선수들이 쉽게 예상해낸다. 바른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말이다. 유니폼 역시 멋만 부리지 말고 처음 접하는 상대 선수들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후가 헷갈리는 스텔스 디자인으로 할 필요가 있다. 독일팀 유니폼을 유심히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들 간의 실력 차이란 미미하다. 그런 미세한 것들이 판단에 착오를 부르고, 그것이 실수로, 골로 연결되는 것이 축구다. 그런 걸 재수 혹은 운(運)이라고 한다.

앞머리로 이마를 덮는 것은 남들과 터놓고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심리적 표현이다. 당연히 상대도 그렇게 인식하게 된다. 그 무엇보다 스스로 어리게 보이고자 하는, 성장을 두려워하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미성숙 발달 장애나 사회적 자폐로까지 진단할 수도 있다. 시야가 좁은 사람은 당연히 사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다양한 전술이니 전략이니 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주문이다.

게다가 투지나 야성마저 찾아볼 수 없는 태극전사들. 청소년 팀인지 K-pop 팀인지 구분이 안 가는 헤어스타일. “오빠!”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은가? 이왕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깎고 두 눈 부릅떠서 당당하고 위협적이게 보여도 모자랄 판에 적 앞에서 애송이처럼 보여서야 이미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간 것이 아닌가? 감독이나 선수나 도통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연예인 따라하라고 정장 입으라는 것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더벅머리를 한 감독이 한국 말고 또 있던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벨기에전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홍명보(왼쪽)감독과 벨기에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공식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벨기에전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상파울루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홍명보(왼쪽)감독과 벨기에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공식훈련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국가개조는 정권이 아닌 국민 개개인의 몫

어느 한군데만 썩는 사회는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의 더벅머리 답답함이 곧 어쩌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답답함,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겠다. 앞머리에 숨어 눈만 빠꼼히 뜨고 거울만 쳐다보는 젊은이들의 미래는 더 암담하겠다. 기실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정치적 경제적 성과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차근차근 쌓아온 실력이라기보다는 남 따라 우리도‘하면 된다’는 투혼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투혼마저도 찾아볼 수가 없고 또 그것으로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세월호 침몰과 월드컵 축구에서 확인했다. 예전처럼 선수들더러 삭발투혼을 강요할 수도 없다. 그러니 선수는 물론 시민 개개인이 더없을 만큼 디테일해지는 수밖에는 길이 없다 하겠다. 그렇게만 해도 시스템은 굴러간다.

국가개조가 대한민국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기실 그건 쿠데타 용어다. 그러니 정부더러 국가를 개조하라고 보채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공무원개조고 국민개조여야 맞는 말이겠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제 분수를 지키고 염치를 갖추는 것이 곧 국가개조고 국민개조다. 한국축구, 승패를 떠나 선수들 모두 스포츠맨다운 모습이라도 갖췄으면 한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이다. 그래야 다음이라도 기약할 수 있겠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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