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노숙투쟁에 돌입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5월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의 직접 교섭 등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잠 좀 자게 해 주세요”(주민) “제발 아이들 오가는데 욕이라도 안 했으면…”(어린이집 주부) “시위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습니다.”(상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노조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무기한 노숙투쟁에 돌입한지 벌써 한달을 훌쩍 넘겼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 아파트 주민들과 어린이집, 상가 입주민들은 밤낮을 가리지않고 계속되는 시위대의 무기한 노숙투쟁으로 인해 소음과 매출감소를 하소연하면서 불만과 원성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심지어 인근 한 주민은 최근 청와대 인터넷 게시판에 “제발 시위대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잠 좀 자게 해 달라”며 하소연했다.
이곳에는 매일 4~500명, 많게는 2000여명의 시위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숙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에 속한 노조원들이다. 여기에 이를 저지하는 경찰병력까지 총동원돼 한달째 전시상황을 방불케하고 있다.
시위대들은 어린이집이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서초사옥 앞에서 매일 대형 스피커, 마이크, 확성기 등 각종 집회 장비를 동원해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다. 특히 집회와 시위도중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시위를 하지 않을 때는 노동가, 심지어 장송곡까지 연일 틀어놓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한 커피숍. 금요일이라 평소 같으면 이곳은 아침부터 삼성전자 딜라이트(홍보관)을 찾은 이들과 인근 직장인들로 발디딜 틈 없이 손님들로 북적이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특히 오후에는 시위대 2000여명이 몰려와 건물 자체를 에워싸고 집회시위를 하는 바람에 일반손님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이 카페 직원은 “벌써 두달째 접어드는 시위로 매출이 50%가량 뚝 떨어졌다”면서 “가게 바로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연일 몸싸움을 벌이는 통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 직원은 “시위대들이 경찰과 대치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가게안으로 들이닥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면서 울상을 지었다.
또다른 상가의 관리소장은 “시위 때문에 상가매출도 떨어지고, 그 바람에 임대도 잘 안되고 있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심지어 건물 앞에 세워놓은 병원 원장님 자동차 앞유리와 본닛이 파손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시위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외부업체에 용역을 맡겼기 때문에 엄연히 삼성전자서비스와는 별개회사인데, 삼성 직원으로 고용시켜 달라는 것은 말이 되느냐”며 반문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시위대의 노숙투쟁으로 한 여름인데도 베란다 창문을 열어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밤낮을 가리지 않는 시위고성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삼성 서초사옥 인근 오피스텔에 사는 한 주민은 "아이들과 함께 지나갈 수 없어 한참을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며 "삼성과 상관없는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며 반문했다.
인근 아파트 경비원은 "낮부터 스피커를 켜 놓고 시끄럽게 떠드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며 "지역 주민들도 매일 민원을 제기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 본관 1층과 삼성생명 3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이다. 이곳에 속한 120여명의 어린이들은 장기간 계속되는 시위대의 집회농성으로 성장기 발육에 필수적인 낮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야외활동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위대 수백명이 도로와 건물 앞을 점거한채 밤낮으로 고성과 욕설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이는 통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곳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한 주부는 “아이들이 시위대를 따라할까봐 겁이 난다”면서 “아이들이 오가는 길에서 제발 욕설을 하거나 술판을 벌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에게 경찰아저씨들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지켜주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가르치는데 매일 시위대들이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충돌하고 있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서초타운 인근 아파트 주민이 지난 10일 청와대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시위대의 밤낮없는 집회소음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올린 글.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인근 아파트 주민이 청와대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연일 계속되는 시위대의 집회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민 A씨는 지난 10일 '서초동 삼성본관 집회시위 소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도때도 없이 확성기와 수십대의 경찰버스의 매연 등으로 도저히 집안에 머물수 없을 정도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112, 구청, 시청,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문제가 없다’라고 답면한 할 뿐"이라며 "주민들은 어찌하란 말이냐. 계속 참아야만 하느냐"며 반문했다.
A씨는 특히 “요즘은 밤 11시30분, 아침 7시에도 고성과 앰프에서의 상여소리, 그리고 몇백명이 질러대는 고성과 노랫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면서 “삼성본관(강남역)은 분명 주거지역 아파트로 조성돼 있어 주민들의 불편도 어느정도 감안을 해 주시고 헤아려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노조원들 중에는 최근 노조를 탈퇴했거나 업무에 복귀하는 등 노숙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숙투쟁이 장기화되면서 투쟁으로 인한 피로감이 누적된데다 생계의 위협, 간접고용이 법적으로 허용된 상태에서의 장기 투쟁에 대한 회의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의 한 비노조원은 얼마전 자신의 블로글 통해 씨는 “우리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일을 하지만 하도급 하청관계 직원일 뿐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면서 “내가 만일 노조였다면 삼성 본관이 아니라 국회로 갔을 것이다. 거기서 비정규직법, 하도급법을 개정하라고 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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