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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납북자 협상’ 일본이 진짜 노리는 것은?


입력 2014.05.30 16:53 수정 2014.06.04 14:04        김소정 기자

호사카 "2년전부터 선 북일수교 여론에 따른 것"

북,거액의 배상금 받고 일,동북아 정세 주도권 잡기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강당에서 납북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왼쪽)씨와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만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강당에서 납북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왼쪽)씨와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씨가 만나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운 북한과 일본 간 관계개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측은 29일 오후 공동발표 형식으로 지난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장급 회담의 합의사항인 ‘모든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이후 30일 “이미 북한이 지난해 납북 가능성이 있는 북한 내 거주 일본인에 관한 정보를 일본 정부에 전했다”는 일본 매체의 보도가 잇따르는가 하면, 북한 조선신보는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북한 측이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최종 표명하기까지 대일관계에서 고도한 정치적 판단과 결단이 있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1차 정상회담을 갖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포함한 ‘평양선언’을 발표한 이후 2008년 9월 후쿠다 야스오 정권 시절 있었던 북일 합의의 연장선으로 이번에 북일수교 가능성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이번 북일 협상이 이전과 다른 점은 그동안 일본 내 지식인 사이에서 제기된 ‘선 납치자 문제 후 북일수교’ 원칙을 바꾸라는 요구에서 시작됐다”면서 “이런 요구를 2차 아베 내각에서 받아들여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이 바뀌었고, 이렇게 되기까지 북일관계에 상당한 진척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그동안 한국에서는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미 2년 전부터 일본 내에서 ‘북일수교부터’라는 목소리는 불거져 나왔고, 지난해 5월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참여의 방북으로 그 물꼬가 터졌다. 이후 이지마는 작년 10월 재차 중국 다례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와 극비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동안 비밀회담에서 상당한 수준의 약속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일본이 단번에 독자적 대북제재를 풀겠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수면 아래에서 논의된 북일간 더 큰 약속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사카 교수는 북일간 이뤄졌을 ‘더 큰 약속’에 대해서 북일수교 가능성을 언급했다.

호사카 교수는 “북일수교가 체결되면 지난 1965년 한일수교 때처럼 북한은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되고,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한국이 받았던 배상금보다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경제를 살릴 유일 카드이므로 거절하기가 힘들고, 일본은 수교 조건으로 핵 문제 해결을 내걸어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권을 잡는 국가이익을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미국으로서도 자국이익이 큰 쪽으로 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북일수교가 맺어진다면 어쨌든 미국으로서도 자신들이 못하던 것을 일본이 먼저 해준 셈이 되므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호사카 교수의 말대로라면 일본으로서는 가장 공포스러운 북한 미사일과 핵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면서 동시에 한국과 미국이 못한 북핵 해결을 통해 동북아 정세는 물론 남북관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아베 총리가 일본의 오랜 숙원이던 납북자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정권 연장을 노린 측면도 크다. 일본 민간단체인 ‘특정실종자문제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납북 가능성이 있는 일본인 수는 470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일본 경찰이 오랜 기간 수사한 결과 특별히 납북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100명 정도로 압축된 상태라고 한다. 이 수는 그동안 북한이 인정한 일본인 납북자 13명이나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했던 17명보다 훨씬 높은 숫자이다.

호사카 교수는 “경찰이 추정하는 100명은 주로 일본 동해안 지역인 니가타나 토야마 등에서 살다가 실종된 사람들로 이미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밝혀진 피해자들과 비슷한 사유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에 북한은 전면 부인하던 태도를 바꿔 이들에 대한 재조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조사를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납북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큰 변화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과연 북한이 일본과의 수교를 위해 그동안 유훈으로 삼아온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이유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보다는 체제수호와 더불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므로 전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사실 북한이 핵 개발을 해서 이익을 얻을 상대도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라 일본밖에 없다”고 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일본이 이번 북한과의 협상 과정과 향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일수교에 대해 얼마나 투명하게 밝히고 진행할 것인지 여부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이 지난 2001년 고이즈미 수상이 북일수교를 조건으로 방북했을 때에도 사전에 미국과 협의하지 않았던 점을 볼 때 당시 아베 수상의 관방장관 자격으로 수행한 아베 역시 끝까지 비밀리에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호사카 교수는 “만약 북일수교가 실패하더라도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한국도 할 수 없는 북핵 해결을 주도할 수 있다는 실력을 선보임으로써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면서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북일수교의 가능성이 제기된 이상 한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대북전략이 얼마나 타당한 지를 미국이나 일본에 더욱 열심히 설파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일본이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그동안 망가진 한일간 비공식 채널을 복원시켜서 일본 내 여론 등 정보수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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