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가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SBS
서서히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임박해오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팀의 조별 예선 첫 경기인 러시아와의 일전이 6월 18일 오전 7시이니 이제 한 달 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월드컵은 전세계인의 축제이며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는 경기 시간대가 오전 7시와 4시, 5시 등이지만 그럼에도 날을 새워가며 길거리를 지킨 열성팬들의 길거리 응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다. 물론 브라질 현지로 떠나 월드컵을 직접 본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TV를 통해 브라질 월드컵을 관람한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과연 어느 채널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하느냐다. 이를 두고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단연 SBS다. 차범근 해설위원-배성재 캐스터 조합을 메인으로 내세운 SBS는 케이블 채널 ‘SBS 스포츠’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을 중계하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박문성, 장지현 등의 해설위원 등이 다른 중요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차범근-배성재 카드는 현재 상황에선 단연 가장 검증된 카드이며 흥행력이 보장된 카드다. ‘라디오 스타’에서 MBC 중계진인 김성주는 “차범근이 체력을 유지하면 우리가 진다”고 언급했을 뿐 아니라 안정환은 “차 감독님 이제 쉬셔야 돼요. 너무 오래했어. 후배들을 위해서”라는 도전적인 발언까지 했다.
이처럼 경쟁자들까지 인정한 확실한 카드로 인해 SBS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조용히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박문성, 장지현 등의 해설위원 등도 고정적인 팬층이 두터운 터라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중요 경기 중계에서도 SBS가 한 발 앞서 있는 분위기다.
반면 MBC와 KBS는 SBS의 독주를 막아내기 위해 총력적은 이어가고 있다. 이 두 방송사 가운데 조금 더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곳은 MBC다. 과거 차범근 해설위원의 러닝메이트로 2006 독일 월드컵을 중계했던 김성주가 캐스터로 나선다는 부분이 우선 강점이다. 스포츠 캐스터로서의 김성주의 저력은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여기에 해설위원으로 안정환과 송종국이 가세했다. 김성주는 두 해설위원의 장점을 “일단 젊다”며 “또한 월드컵 무대에서 골을 넣은 선수들이다. 차범근 감독도 월드컵에선 골을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 최초 비 선수출신 축구 해설위원인 서형욱도 가세했다.
MBC는 오랜 기간 안정환 송종국 카드를 가다듬었다. 선수 시절의 인기를 해설위원으로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이들을 ‘일밤-아빠 어디가’에 꾸준히 출연시켜왔다. 최근에는 ‘라디오스타’에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서형욱 등을 동시에 출연시키며 브라질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본격적인 발동을 걸었다.
여기에 MBC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까지 가세한다. 과거 ‘이경규가 간다’ 등을 통해 월드컵과 예능의 조화를 시도해온 MBC는 ‘무한도전’ 출연진을 브라질로 보내 응원전을 주도할 예정이다. 이처럼 MBC는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계진의 지명도와 인기를 꾸준히 향상시켜왔으며 ‘무한도전’이 브라질 현지에서 직접 분위기를 띄우는 방향으로 이번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현장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를 직접 응원하며 화제를 양산할 경우 유재석이 실질적인 MBC 중계팀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유재석을 필두로 한 ‘무한도전’ 팀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일 경우 막강한 SBS 차범근-배성재 카드를 위협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3사가 '브라질 월드컵' 중계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KBS MBC
KBS 역시 MBC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 KBS 메인 중계 카드는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캐스터 조합이다. 그 동안 KBS 메인 해설을 맡아온 이용수 해설위원 대신 이영표가 메인 자리를 맡게 된 부분이 KBS 월드컵 준비의 가장 큰 변화다.
서기철, 전인석 등 기존 스포츠 캐스터 전문 아나운서들 대신 최승돈, 이재후, 이광용, 조우종 등 젊은 아나운서들이 기용된 부분 역시 확실한 변화다. KBS는 이영표를 필두로 이용수, 김남일, 한준희 등의 해설위원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미 검증된 이용수 한준희 해설위원이 중심을 잡고 MBC와 같이 월드컵 스타 출신인 이영표와 김남일이 흥행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MBC와 KBS로만 압축해서 볼 경우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과 송족국, 그리고 이영표와 김남일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해설 위원으로 맞붙게 되는 셈이다. SBS의 1위 독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월드컵 스타들을 기용한 MBC와 KBS의 2위 싸움도 볼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MBC가 유재석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KBS는 강호동 카드다.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편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 분위기를 주도하며 강호동을 필두로 출연진을 브라질 현지로 급파하는 전략을 세운 것.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 편에는 이영표 해설위원과 조우종 아나운서가 직접 출연한다. MBC와 마찬가지로 이영표와 조우종을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브라질 월드컵 메인 중계팀의 인지도와 인기를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1년 전부터 이런 계획을 실행해온 MBC에 비하면 KBS는 조금 늦은 듯한 분위기다. 게다가 치명적인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팀의 에이스인 축구선수 출신 가수 구자명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것. 그것도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 편 1회가 방영되고 2회를 방영하는 날 이른 아침에 날라든 비보였다. 결국 2회부터 구자명의 출연 분량이 대부분 편집됐다.
결국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해 KBS가 마련한 비장의 카드인 ‘우리동네 예체능’ 축구 편은 구자명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악재로 인해 2회부터 빨간 불이 들어오고 말았다.
그렇지만 강호동을 중심으로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온 ‘우리동네 예체능’은 축구 편을 통해 KBS 브라질 월드컵 띄우기에 본격 돌입했다. KBS 역시 SBS 차범근-배성재 조합과의 정면 승부에선 다소 말리는 상황이라 강호동을 필두로 한 ‘우리동네 예체능’ 팀이 브라질 현지에서 얼마나 맹활약을 선보이느냐에 큰 기대를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3사가 치열하게 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세 방송사의 월드컵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 지 여부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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