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하이브리드카 운전, 게임보다 재밌다니!

박영국 기자

입력 2014.04.28 13:24  수정 2014.04.30 15:07

토요타 프리우스로 연비 30.77km/ℓ 기록하고도 3위…1위는 대체...

토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프트 아카데미 체험기

25일 한국토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참가자들이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몰고 장거리 시승을 진행하고 있다.ⓒ한국토요타자동차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에 가진 편견이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번거롭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이것저것 달린 부품도 많고 계기판도 낯선 형태니 조작이 힘들지나 않을까 우려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하이브리드카를 일반 가솔린차처럼 대강 몰아도 아무 문제없을 뿐 아니라, 어쨌든 연비는 더 좋게 나온다. 게다가 하이브리드카를 일반 가솔린차처럼 대강 모는 사람은 바보다.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재미있는 유희 도구로서의 장점을 내팽개쳐버리다니.

지난 25일한국토요타자동차는 몇몇 자동차 담당기자들을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토요타 트레이닝센터로 불러 모았다. 명목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 하이브리드카가 받는 편견을 해소하고 장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기자들을 하이브리드 전문가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오전 8시부터 3시간여에 걸쳐 하이브리드카의 특징과 장점을 기자들에게 ‘주입’시킨 한국토요타는 이후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에 태워 서울과 강원도 정선을 오가는 왕복 500km에 달하는 고된 시승코스로 기자들을 내몰았다.

평소 신차 시승행사 때는 500km 정도는 4시간 이내로 주파하던 기자들은 이날은 교통 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가속페달을 조심스럽게 밟았다. 그 덕에 총 주행시간은 중간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도 7시간에 달했다.

기자들이 주최 측의 요구대로 연비운전을 한 이유는 주행테스트 후에 성적표를 공개하겠다는 협박(?)도 있었지만, 이론교육을 받고 실습에 적용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25일 한국토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에서 참가자들이 이론교육에 열중하고 있다.ⓒ한국토요타자동차

게임 즐기며 돈도 버는 하이브리드카

자동차 운전은 처한 상황이나 마인드에 따라 ‘고된 노역(?)’이 될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유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하이브리드카는 굉장히 유용한 ‘유희 도구’다.

순전히 업무 때문에 7시간을 운전대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면 지겹고 힘든 일이겠지만, 7시간 동안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면 느낌은 확 달라진다.

게임기를 생각해 보자. 달랑 운전대와 가속페달만 달린 게임기가 재미있을까,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가 추가된 게임기가 재미있을까? 더구나 미션을 수행하면 게임비(기름값)를 아낄 수 있는 메리트까지 더해진다면?

오전 교육을 통해 숙지한 ‘하이브리드카’라는 게임기의 사용 매뉴얼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카가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를 이용하는 방식은 가속이나 감속시 낭비되는 에너지로 발전기(모터를 거꾸로 돌리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가 된다)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시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가장 기본적인 하이브리드카의 기능인 회생제동이 이것이다.

전기모터의 존재는 시내 정체구간 주행시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차체를 움직이기 위해 기름을 낭비할 필요 없이 전기모터로 그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모터와 엔진의 토크 곡선.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높은 이유는 저속시 토크가 높은 모터를 주로 이용하고 중속 이상에서는 엔진과 모터를 병행으로 사용해 성능 및 연비를 최대화하기 때문이다.ⓒ한국토요타자동차

전기모터가 힘을 내봐야 얼마나 내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정지상태에서의 움직임은 엔진보다 모터가 더 뛰어나다. 엔진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최대토크를 발휘하지만, 모터는 전기를 공급함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내기 때문이다.

즉, 과도한 급출발로 엔진까지 동원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지만 않는다면 시내 정체구간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도 충분히 운행이 가능하다.

게임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한 덕에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첫 번째 시승차인 프리우스는 2.6ℓ/100km의 연비를 기록했다. 국내식 복합연비로 환산하면 38.5km/ℓ에 달한다.

엔진으로 충전한 배터리로 모터 돌리면 무슨 소용?

사실 예전에도 프리우스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하이브리드카를 몰아본 경험이 있지만 정체 구간에서의 전기모터와 배터리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배터리 용량이 기껏해야 얼마나 될 것이며, 배터리가 바닥나면 일반 가솔린차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 프리우스도 정체 구간이 길게 이어지고 배터리 잔량 표시 눈금이 줄어들자 슬그머니 엔진을 구동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은 이미 오전 교육을 통해 풀려 있었다. 배터리 용량이 낮아질 때 엔진이 구동하는 것은 바퀴를 굴리기 위함이 아니라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함이다.

이 때 ‘엔진구동→배터리 충전→모터구동’의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에너지 손실이 있지 않겠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한국토요타 트레이닝센터 고정덕 과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가솔린 엔진 효율이 가장 좋은 엔진 회전 영역은 2000~3000rpm입니다. 이 때 연비가 가장 좋죠. 하지만, 이런 환경을 매번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고속도로에서 80km정도로 정속 주행을 해야 고연비 환경이 나오죠.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1000rpm 이내로, 엔진 효율이 가장 떨어질 때입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카가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을 구동할 때는 효율이 가장 좋은 rpm을 택합니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가장 연비가 좋은 rpm대에서 엔진이 회전하는 만큼, 저속 구간에서는 이를 통해 충전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운행하는 게 엔진으로 직접 바퀴를 굴리는 것보다 기름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진의 개입을 가능한 줄이고 전기모터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가속페달에 가하는 힘의 세기를 조절하는 일은 발목과 종아리에는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지루한 시내 주행에서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평지에서라면 시속 70km 정도까지는 EV모드(전기모터 단독구동)로 커버하고 그 이상이 되면 계기판에 엔진이 개입했음을 알려주는 표시가 나온다.

굳이 속도를 그 이상 올릴 생각이 없고, 엔진을 다시 잠재우고 싶다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다시 살짝 밟으면 된다.

고속 주행에서는 모터도 돌리고 배터리도 충전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는 엔진 주행이 불가피하다. 시속 110km 제한 도로에서 70km로 기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도 모터와 배터리는 나름의 역할을 한다. 고속주행시에도 전기모터는 계속해서 돌아가며 출력을 보조해주고, 그 덕에 엔진은 쉬엄쉬엄 일해도 되니, 기름을 적게 먹는다.
토요타의 직·병렬 혼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념도. 모터-제너레이터가 2개이므로 모드에 따라 발전 및 구동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한국토요타자동차

토요타 하이브리드카의 특징은 이 과정에서도 배터리를 충전한다는 점이다. 토요타의 직·병렬 혼합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제너레이터가 2개 장착돼 있어, 한쪽은 바퀴를 돌리고, 다른 한 쪽은 남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모터-제너레이터가 하나 뿐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동시에 충전 혹은 구동 한 가지 일만 수행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을 운전자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엔진과 배터리, 그리고 두 개의 제너레이터를 어떻게 활용해 최대의 연비를 짜낼지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장착된 파워매니지먼트 ECU가 고민할 부분이다.

일반 자동차라면 고속도로에서 시내주행보다 연비가 더 높아지게 마련이지만, 이놈의 프리우스는 오히려 시내주행에서 벌어 놓은 연비를 고속도로에서 깎아먹는다(시내주행 연비가 워낙 좋았던 탓이긴 하지만). 서울 시내에서 ℓ당 30km대 후반이었던 연비는 어느새 30km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모든 시승을 마치고 서울 강남 집결지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 7시 언저리였다. 집결지에서 최종 성적표 공개 결과 기자가 속한 조는 프리우스가 30.77km/ℓ, 캠리 하이브리드가 25.0km/ℓ를 기록했다.

두 차종 모두 공식 표시연비(프리우스 21.0km/ℓ, 캠리 하이브리드 16.4km/ℓ)를 크게 뛰어넘은 성적이었기 때문에 1등을 자신했지만 총 6개조 중 3위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조는 프리우스의 연비가 34.28km/ℓ나 나왔단다.

“오늘 체득한 연비운전을 널리 알려서 서울시내 공기가 더 맑아지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홍보팀 이사는 이번 행사의 이미를 부여한 총평을 그 뒤로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그런 소리가 귀에 들어올 기분은 아니다.

7시간 동안 박 터지게 게임했는데 패한 느낌이다. 절로 이런 소리가 나온다. “한 판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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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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