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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학부모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


입력 2014.04.22 16:23 수정 2014.04.24 13:34        안산 = 데일리안 백지현 기자

"죽은 아이들, 구조 못하고 있는 아이들, 살아남은 아이들 모두 우리가 책임져야"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일동이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작업과 진실된 언론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일동이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작업과 진실된 언론보도를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75명의 생존자의 학부모가 한 자리에 모였다.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 교육지원청 정문 앞에서다. 이들은 각계각층의 시민사회에 바라는 가족들의 입장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세월호에서 마지막으로 구출된 여학생의 아버지인 장동원 씨는 당초 호소문을 발표하기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30여분 앞서 취재진 앞에 섰다. 심신이 지쳐있는 학부모를 대신해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기자회견 직후 질문과 인터뷰는 삼가 달라”며 과도한 취재열기로 학부모들이 또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거듭 요청했다.

52분께 75명의 생존자 학부모들를 대신해 약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자리에 모였다.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났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고개를 떨구고 주체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장 씨가 학부모 일동을 대표해 호소문을 낭독했다. 그는 “세월호가 침몰한지, 실종자들이 바다에 갇힌 지 엿새가 지났다. 구조작업은 더디고, 지켜보는 부모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고 운을 떼자 주변이 더욱 숙연해 졌다.

그는 “진도의 실종자 학부모들은 대통령을 만나자고 했고, 청와대로 가자로 했지만 경찰들에게 저지당했다”며 “그들 또한 섬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학부모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초기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큰 피해는 없없을 것”이라며 “재난관리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 지금이라도 당장 민관의 역랑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그들은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신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느냐”며 “그저 속보경쟁에 열을 올리고, 오보를 내기 일쑤고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과도한 경쟁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은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 달라.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취재경쟁을 멈춰 달라”며 “아이들은 창문을 바라보다 물이 들어올까 덜컥 겁이 난다고 한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의 신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하며 “정부의 늑장대응에 대해 온 국민이 규탄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규명은 그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번사고는 비극 그 자체이다. 아직 구조되지 못한 아이들도, 하늘로 간 아이들도,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다 우리가 책임지고 살펴야 할 아이들”이라며 “살아남은 아이들마져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말하는 장 씨의 눈가에도 눈물이 서렸다.

담담하게 낭독문을 읽어내려가던 장 씨도 끝내 울움을 터트리며 “생존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모든 각계각층, 전 시민사회가 애써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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