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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잔재 수학여행은 왜 살아 있나
<김헌식의 문화 꼬기>집단 여행 일제의 유폐 소규모로 분산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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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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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 16일 오전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 여객선 침몰사고를 당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학부형들이 학교측이 확인한 구조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개인적인 모임이나 콘텐츠에서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서 수학여행은 추억의 단골 아이템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수학여행은 본질적으로 매우 위험한 여행행위라는 것이 재난 상황에서 드러나고는 했다. 이번에도 여지 없었다. 수학여행이 정신 문화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그 운영상에서 문제점을 일으키는가하면, 반교육적인 측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수학여행의 기원을 유럽의 귀족 자제들의 여행에서 찾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다. '유럽 대륙 순회 여행'(Grand Tour)이라는 귀족 자제들의 여행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들은 1-2년 정도 여행을 시켰다는 점이 2박 3일이나 3박 4일의 수학여행일정과 확연히 다르다. 또한 귀족 자제들의 여행은 대중교육기관에서 집단으로 행하는 여행과는 다르다. 조선시대 양반자제들이 행한 여행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수학여행은 대중교육기관에서 집단적으로 시행된 학생여행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여행은 일본근대화의 산물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1907년 수학여행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1910년부터 조선과 만주를 오가는 13박 14일의 수학여행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결코 근대화의 바람직한 요인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수학여행을 통해 일본은 학생들을 집체교육의 대상으로 삼는다.

대규모 여행과정에서 학생들은 통제의 대상이 되며, 그 가운데 집단적인 야외 여행의 조직적 행동을 습득하게 된다. 또한 조선의 학생들을 일본에 수학여행을 보내 조선반도를 자학하고, 열도를 우러르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20년대 거부동맹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수학여행을 흉내 낸 여행프로그램은 이후 일제식민시기를 거치면서 한반도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여행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한국에서는 여가문화 생활이 척박했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저렴하게 다녀오는 여행이 의미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의 단골 아이템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 여행 문화가 발달하여 웬만한 곳은 이미 학생들이 다녀온다. 또한 집단주의 문화보다는 개인의 자유주의 문화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비선호적이 되었다.

무엇보다 수학여행이 위험한 이유는 리스크 헤징(hedging)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그 사고에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관광버스에 여러 대 타고 한 번에 대규모 이동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기차와 비행기, 그리고 선박도 상당히 위험하다.

따라서 집단적인 이동을 요하는 수학여행은 안전 보호 입장에서 대단히 취약하다. 분산된 방식의 여행운영이 필요했지만, 일제 때부터 형성된 이런 유폐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각 개인의 진로와 연결된 체험 학습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제 시대부터 전해내려 온 집단주의 여행제도를 그대로 이어왔다.

이런 이러한 여행 프로그램은 항상 이권을 낳았고, 학교에서는 행정편의를 위해 여전히 시행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은 쉽게 위험과 죽음에 노출된다. 더구나 저렴한 가격에 이뤄지는 여행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렇게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더구나 많은 인원이 이동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인격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가족단위의 여행이라는 그런 대우는 받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학교에서 시행되는 것이라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사례이면서, 최악의 사태였다.

이미 수학여행은 그 기원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안전취약, 교육적 효과도 의문이었고 이는 비단 수학여행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선 학교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모든 집단적인 프로그램을 성찰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각 자의 인격적인 존중을 받으면서 여행권을 보장받을 권리적 주체들이다. 그것은 각자의 안전을 스스로 보장받을 권리를 내포한다.

그 가운데는 개인들의 자유의지가 존중받아야 하며 그들 스스로 집단적 구성을 선택하거나 자발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학습이나 여행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교육 현장에 맞게 수학여행이라는 말자체가 폐지되어야 하며 개인적 개별적인 신개념의 교육 여행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조상들이 수행했던 상류층 자제들의 여행 체험 프로그램이나 18-19세기 '유럽 대륙 순회 여행‘(Grand Tour) 프로그램의 원용도 필요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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