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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불고기 광고는 한국 홍보 아닌 망신이다


입력 2014.03.23 08:22 수정 2014.03.24 09:51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서경덕 교수의 홍보 문제점

내국인에 업적 과시용 아니면 소구대상 고려해야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 광고 모델로 나섰다.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 광고 월드투어'를 하는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2일 뉴욕타임스에 불고기 광고를 게재했다. 'BULGOGI?'라는 제목 아래 추신수 선수가 웃으면서 불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광고다.

서 씨는 지난 2005년부터 가수 김장훈과 함께 진행한 독도 광고를 시작으로 배우 송일국, 이영애 등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덕분에 국내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노력이 알려져 각종 단체의 홍보대사역을 맡아 찬란한 영웅적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데 비해 정작 그의 광고를 접하는 외국인들은 그때마다 문제를 제기해왔었다.

이런 의문투성이의 광고에 결국 참다못해 미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PR(국립공영라디오)의 시니어 에디터 루이스 클레멘스(Luis Clemens)는 지난 13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BULGOGI?’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광고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비판했다.

먼저 그는 치킨마루라는 치킨회사가 왜 닭고기 아닌 소고기를 광고하는지? 게다가 구체적인 상품명이 아닌 불고기 자체를 홍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슷한 예를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미국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영국 신문에 햄버거의 기막힌 맛을 선전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웬디스도 아닌 그냥 햄버거 말이다”라며 광고의 의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광고카피에 쓰인 부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 아래 위치한 짧은 네 문장의 광고 카피 중 “봄이 왔고 난 경기할 준비가 됐다!” (Spring’s here and I’m ready to play!”)라는 표현은 원어민이 쓰지 않는 표현일뿐더러 느낌표 사용도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클레멘스는 불고기 광고에 대한 이해와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광고 하단에 쓰여있던 웹사이트(ForTheNextGeneration.com)를 방문했지만 혼란이 가중되기만 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에겐 익숙한 위안부, 독도 문제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외국인에게는 서로 동떨어진 주제인 케이팝,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글 홍보 등이 망라되어있는 사이트 구성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불고기 광고가 한국 음식과 음료를 알리기 위한 홍보 시리즈의 하나라는 것을 겨우 깨달았지만 아직도 이 웹사이트가 왜 ‘위안부’와 ‘한-일간 영토 분쟁’에 대한 섹션을 포함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소고기를 미끼로 유도한 다음 갖가지 엉뚱한 스팸광고를 보게 만들어 거기까지 따라온 독자들을 분개하게 만든 것이다. 즉 자기 업적 과시용 속임수 광고라 해도 할 말이 없겠다.

미국인에게 역겨움을 유발시킬 수 있는 추신수 불고기 광고

뜬금없이 ‘BULGOGI?’ 도대체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 언어인가? 게다가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한국인조차 많지 않다. 하물며 미국인들이 야구모자도 쓰지 않은 추신수를 알아볼 것이란 건 완전히 착각이다. 설사 알아본다한들 뉴욕팀도 아닌 텍사스팀 선수를 모델로 세워 뉴욕시민을 상대로 광고하다니! 난센스도 그런 난센스가 없겠다. 어쨌든 어차피 모르는, 알 필요도 못 느끼는 웬 동양계, 저 친구 이름이 BULGOGI거나 말거나 통과!

헌데 어라?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권하다니? 미국인들이 볼 때 어이가 없다. 제가 먹던 침 뭍은 젓가락으로 건네주는 고기를 받아먹으라니? 실례도 그런 실례가 없겠다. 서 씨는 이전에 김치홍보행사에서도 가수 김장훈의 입에 손으로 김치를 넣어준 적이 있다. 한국에선 상대방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걸 애교로 여기지만 다른 문명권에서는 천박한 행위로 여긴다.

게다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 트렌드도 못 읽은 광고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기껏 광고를 읽었더니 결국 소고기 먹으란다. 가뜩이나 고기 많이 먹어 비만이 사회문제로 들끓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채식주의 운동하는 나라에 불고기햄버거도 아닌 소고기 덩어리를 먹으라니! 더구나 한국은 우리 소고기를 수입해 가는 나라가 아닌가? 아침부터 별 이상한 광고 다보네! 라고 분통을 터뜨렸겠다.

홍보란 소구대상을 먼저 생각하여야하는 작업

유독 뉴욕타임스를 좋아하는 소통불능 광고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서 씨의 비빔밥 광고. 역시나 뉴욕타임스 독자 거의 대다수가 못 알아듣는 외계어(BIBIMBAP)로 광고 카피가 시작하더니 역시나 메인파트, 본문 글자가 너무 작아 난독 함정(un-readability pitfalls)에 빠졌다. 어라, 뭐가 빠진 것 같은데 모르겠다. 그냥 통과!

'대장금'이 미국 안방에 방영된 적이 있었나? 미국인들이 우리처럼 이영애를 안다고 생각하는 건 난센스다. 웬 여자가 웬 이유로 두 손을 잡고 있는지 인과관계의 연결고리 없는 해프닝성 동작, 음식인지 액세서리 장식 조형물인지 회사 로고인지 알 수 없는, 식별 불능, 볼륨감 없는 평면 조감도형 사진, 역시나 광고 주체가 뭐하는 데인지 전혀 이해될 수 없는 ForTheNextGeneration(다음세대위한기구). 누구의 다음 세대인지 뭘 위한 기구인지 구체적이질 못하다. 그저 그럴싸해 보이려는 단체명이겠다.

게다가 광고 문구에 한국의 김을 일본어 ‘nori’로 표기해 국내 네티즌들의 비판까지 받았다. 아무렴 이영애 씨만 '코리아 국격 훼손' 악역에 협조한 불쌍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 광고 모델로 나섰다.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 광고 월드투어'를 하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A섹션 8면 왼쪽 아래에 추신수를 모델로 내세운 불고기 광고를 게재했다. 'BULGOGI?'(불고기)라는 제목 아래 추신수 선수가 웃으면서 불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광고다.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불고기 광고 모델로 나섰다. 세계 주요 언론에 '한식 광고 월드투어'를 하는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A섹션 8면 왼쪽 아래에 추신수를 모델로 내세운 불고기 광고를 게재했다. 'BULGOGI?'(불고기)라는 제목 아래 추신수 선수가 웃으면서 불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독자들에게 권하는 광고다. ⓒ연합뉴스

광고에 웬 명령조 시비조의 카피?

DO YOU HEAR? 대뜸 시비조, 명령조다. 부탁이나 설득조의 영문이 아니다. 역시나 문법적으로 불완전, 목적어가 빠진 콩글리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고속도로의 이 광고판은 휴스턴 거주 한인교포 13명과 서 씨가 함께 만든 것이다. 쌩쌩 달리는 차 안에서 어느 누가 저 광고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할까? 멀리 차 속에서 그 아래 작은 글씨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DO YOU HEAR?
The Japanese government must sincerely
apologize to the women and compensate
them for their mental and physical suffering at once."

깨알 같은 글씨를 굳이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 해석을 하자면 ‘어느 동양계 미국 여성들이 피해를 좀 봐서 일본 정부에 국제 행정소송을 하고 있남?’하는 느낌만 줄 뿐이다. 우선 '군대 위안부(sex slaves)' 핵심 주제어가 빠져 있다. 그리고 다른 부분들에서도 의미 전달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코리안들도 이해 못하는 이 난해한 콩글리시 광고를 이해한 미국인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 위안부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없다. 무엇보다 서 씨를 믿고 십시일반 돈을 보탠 13명의 애국교포들이 어이없어 했겠다. 그러니 이 문법적으로, 내용적으로 불안한 광고를 본 미국인이라면 당연히 돈이 썩어나는 자의 불장난쯤으로 치부할 것이다.

타임스퀘어의 독도 광고는 효과적인가?

서 씨는 또 지구상 가장 붐비는 장소 중 하나인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한 달간 한국의 전통가요인 아리랑 광고를 낸 업적도 있다. 여기에는 차인표, 박찬호, 안성기 제씨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서 씨가 디자인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그는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비빔밥, 독도, 동해 등 6차례 광고를 집행했다고 한다.

그 광고에 대해 국가브랜드화와 관련된 한국의 한 인사가 “모든 메시지는 적절한 그룹의 사람들을 목표로 해야 하며, 이는 청중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비즈니스 원칙이다”고 지적하며 “타임스퀘어에 광고를 하는 것은 한국인들에게만 의미가 있을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그렇지 않다”고 점잖게 꼬집은 기사가 코리아타임스에 실린 적이 있다.

무슨 신흥종교 광신도도 아닌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 광고에 농락당한 유명인들만 우습게 됐다. 이와 더불어 값비싼 광고료와 관련한 불만과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의 노이즈 접근 방식에 대한 의문도 한 미국 거주 교민에 의해 제기된 적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 결과 독도가 ‘오히려’ 분쟁지역으로 주목받아 미국 내 주요기관에서 독도 명칭을 제3의 표현으로 바꾸었다가 몇 년 지나자 월스트리트저널도 Dokdo를 Dokdo/Takeshima로 바꾸었다.

영국 기자의 고언을 귀담아들었어야

일찍이 영국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앤드루 새먼은 조선일보를 통해 서경덕 씨가 뉴욕타임스지에 낸 독도 광고에 대해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종합 지적한 바 있다. 우선 서 씨가 '한국홍보전문가'라면서 왜 기자들을 불러 얘기할 일을 광고부터 낸 것일까? 그리고 홍보와 광고는 엄연히 다른 분야인데 그의 광고를 보면 그는 확실히 광고 전문가는 아닌 것 같다며 서 씨의 광고 이미지나 카피 모두 시선을 끌기 어려울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만을 매번 강요하는 것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서양의 학문 풍토에서 역사는 주관적이지 객관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다양한 해석에 대해 열려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인들은 종종 ‘우리 문화는 서양과 다르다’고 한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적인 논쟁의 장에서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치려면 한국식 화법(話法)만 고집해선 안 된다. 수준급의 영어 실력은 물론, 광고와 홍보 양쪽에서 전문가적인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논리적 근거를 대고, 제삼자가 인정할 만한 실질적 증거 자료를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친구보다는 적을 만들고, 친목보다는 굴욕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왜 미국인들이 독도 문제를 들어야하는가'가 컨셉의 초점이었어야

‘Do you know? 역시 도전적이다. 문법적으로도 문제다. 역사적 사실이라면 당연히 ‘Did you know?’가 되어야 맞다. 문법을 틀리게 쓰면 성숙된 문명인이 아니란 것이 서양인들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광고는 고사하고 문법의 기본도 모르고 서양인을 상대로 광고를 하다니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 그리고 역시나 제목에 목적어 즉, 주제어가 없다. 이런 광고문 작성자는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로 보기 때문에 다음 글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통과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그 아래의 깨알 같은 글의 내용은 ‘지난 2000년 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동해로 불려왔다. 동해에 위치한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며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또 ‘한국과 일본은 다음 세대에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물려줘야 하고 지금부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는 등의 내용이 실렸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할 만큼 당연한 말씀이다.

헌데 이 말을 왜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들이 들어야 하는가? 번지수가 틀렸다. 미국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사대적 발상에서인가? 하지만 뉴욕타임스 독자들이 동해가 어딘지 독도가 뭔지 관심이 있을 턱이 없다. “영문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 독자들의 관심사 영역 스펙트럼과 이 지도상의 지역과 무슨 연결점이 있나.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구먼?”이 1차 반응일 것이다.

좀 더 억지로 살펴본다면, 주중 한창 바쁜 수요일 날 정상적인 뉴욕타임스 독자들에게 1)세계 변방 어디 아주 낯선 곳에서 분쟁이 일어난 모양인데 (통과. 아니면 좀 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라면) 2)일본과 한국에서 분쟁이 생긴 모양이지 (통과. 아니면 아주 널럴한 사람이라면) 3)이런 이슈라면 뉴욕타임스가 아니라 동아시아 지방신문인 The East Asia Times나 차라리 The Asian Wall Street Journal에 광고 내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거야라는 반응일 것이다.

이어서 내보낸 2차 독도광고 제목 역시 완전 미성년자 수준이다. ‘Error in NYT’ 글자 그대로 에러투성이 광고 문안이다. Error에 단수라면 부정관사 An이, 복수라면 복수임을 나타내는 s가 빠진데다가 NYT 앞에 the도 빠졌다. 이 따위 광고를 뉴욕타임스지에 싣지? 하고 독자들이 열 받았겠다. 그러니 누가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게다가 NYT? 뉴욕타임스 독자조차도 이런 약자의 의미를 모른다. 기껏해야 New York (Local) Time, 그러니까 뉴욕표준시각에 오차라도 생겼나 하는 정도로 스쳐 넘길 게 빤하다. 매사에 귀찮이즘으로 약자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남의 나라 글자까지 제멋대로 약자화 시키는 치명적인 실수까지 예사롭게 저지른다.

지난 2013년 2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영애 씨 모델 비빕밥 광고.ⓒ연합뉴스 지난 2013년 2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이영애 씨 모델 비빕밥 광고.ⓒ연합뉴스

'애국 마케팅'에 무너지는 한국인들의 고질병

상대방의 인식, 수용 기준에 맞춰야 하는 ‘소통의 미디어’로서 광고의 기본도 모르는 한국홍보전문가. 그리고 그의 ‘애국적 똥볼차기’에 놀아난 줄도 모르고 아까운 거금을 기꺼이 갖다 바치거나 모델이 되어 영웅심 가득 우쭐해하는 유명 연예인들.

한국인들은 ‘애국’이란 글자 앞에서는 깜빡 죽는다. 이성이고 판단력이고 그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다. 아마도 소국 콤플렉스, 피식민지배 트라우마 때문이리라. 역으로 이 ‘애국’을 잘 이용하면 금방 스타로 뜬다. 안철수의 개인용 진단백신 무료배포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어차피 한국 풍토에선 PC사용자들한테서 돈 받아내기 어렵다. 차라리 공짜로 뿌려 시장이나 독점해놓고 대신 치료백신과 기업용 진단치료백신에서 그 이상의 수입을 뽑으면 그만인 게다.

헌데 그게 그만 젊은이들에게 애국적 행위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안철수의 ‘애국바이러스’는 그렇게 개발된 것이다. 비판적 안목 부재한 젊은이들이 안철수 증후군처럼 서경덕 증후군에 감염되어 막연한 것을 맹목적으로 좇다보니 자살골에도 박수치고 열광하는 추종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 유사종교가 번창하는 것도 그런 성향 때문이다. 헌데 ‘애국백신’은 없다. 그러니 무식한(혹은 약은) 자의 선한(혹은 사악한) 의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당하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한국인의 유전병적 고질병 무개념DNA 때문이겠다. 상대방 인식 수준에서 사전에 셀프모니터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국심으로 거금을 도네이션했다 하더라도 결과에는 책임을 연대해서 져야한다. 건물을 지을 때 감리를 맡기는 것처럼 광고비를 낸 기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제3자에게라도 의뢰해서 더블체크를 했어야 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광고문이니까 문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무례한 한국적 발상이 문제

진즉 새먼 기자가 지적했을 때 서 씨는 그간 낸 광고에 대해 성찰했어야 했다. 국내 영어학자들도 문제다. 관대한(실은 대충 모드) 한국인들과는 달리 선진사회에서는 문법은 문명인 여부의 척도, 오자(誤字, typographic errors)는 인격의 결함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애국’이란 단어 앞에서는 그 고매한 지성도 마비되는가 보다.

한국에 잠시 관심을 가졌던 선진문명권 오피니언 리더들도 대한민국을 ‘말도, 글도 제대로 안 통하는 나라’로 인식할 것은 물론 아직 투자하기에는 위험한 나라로 판단할 것이다. 아무렴 이런 일이 서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대방 입장, 시장에서의 반응에 대한 생각 없이 그때그때 책상머리에서 만들어 낸 수많은 전시행정과 규제들로 나라가 몸살을 앓고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다. 엉뚱한 곳에다 헛힘을 쏟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이겠다.

베트남 주석의 편지와 중국의 댜오위다오 광고

자, 그럼 이 서씨의 독도 광고와 중국의 댜오위다오(釣魚島) 광고를 비교해보자. 기본적인 문법은 고사하고 전달가능한 명시적 표현도 없는 시비조를 광고 문구로 내지르고 보는 서씨와는 달리 중국사람들은 핵심주제어를 곧바로 던지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위싱턴포스트지에 2개 지면에 걸친 대형광고에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것이다’란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그 아래 조목조목 역사적 근거를 대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굳이 광고를 하더라도 직설적인 비방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히 하려면 일본인들을 설득할만한 단서, 사건에 합당한 역사적 신화적 스토리텔링을 찾아서 일본에다 광고를 했어야 했다. 역시나 미국에 광고하는 것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계사적 아젠다를 찾아냈어야 하고 뉴욕타임스 독자나 미국인들이 자신들과도 이해관계가 있는 것처럼 유도하는 도입부가 있어야 했다. 그런 건 홍보나 광고의 ABC다.

한 예로 우리가 한참 후진국으로 알고 있는 베트남의 응우옌민찌엣 주석이 종전 32년 만에 미국을 방문할 때 미국 국민들에게 쓴 편지 광고는 “토머스 제퍼슨은 1787년 자신의 버지니아 농장에 심을 볍씨를 베트남에서 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의 독립선언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제퍼슨의 불멸의 선언과 함께 시작됐습니다.”로 시작한다.

먼저 편지 전면에 부시대통령의 사진을 실음으로써 미국인으로 하여금 이 광고가 미국과 관련이 있음을 알려 시선을 붙잡고, 어어 본문 도입부에 미국 국민 모두가 존경해마지 않는 건국의 아버지 제퍼슨의 일화를 들먹이면서 스토리텔링하고 있다. 이어 두 나라 간의 오래된 우정 깊은 역사를 소개하며 슬픈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아침에 워싱턴포스트를 집어든 독자들은 ‘친애하는 미국 친구들에게’로 시작되는 주석의 정중하고도 품위 있는 편지를 읽으면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의 품격 수준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베트남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자신들이 미개한 나라에 패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그동안의 치욕감 대신 위안감마저 가졌을 것이다. 이런 걸 두고 바로 창조적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는 것이다.

“고급와인의 명산지 프랑스의 부르고뉴는 원래 독립국인 부르고뉴공국이었는데 프랑스 독일간의 전쟁 후 조약에 따라 아무 이유 없이 프랑스에 강제 합병된 나라입니다. 한국은 한 때 부르고뉴공국처럼 일본에 병합된 적이 있었는데 광복 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식으로 일본해, 한국식으로 동해 바다입니다. 동해의 빼앗긴 이름, 강탈당한 인격을 되찾을 수 있도록 뉴욕타임스지 독자 여러분들도 이 역사회복, 한국 국민들의 인간존엄성 회복을 위한 ‘범 글로벌 선진문명사회 공동전선’에 참여해주십시오!"

부르고뉴를 모르는 서양인이 있을까? 굳이 독도를 들먹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 없다. 그 독도가 속한 동해의 이름만 찾으면 독도는 가만 두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정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부당함을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려면, 러시아가 예전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긴 것을 불공정한 계약이었다며 이제 와서 돌려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억지주장이라고 호소한다면 미국 국민들이 화들짝 관심을 보일 것이다.

위 부르고뉴공국에 관한 역사 소재는 약 20 몇 년 전 한국 '아영FBC' 우종익 대표가 부르고뉴 와인 수입 협상에서 실제로 써먹었던 소재다. 당시 한국 같은 미개국에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인 부르고뉴 와인을 팔 수 없다고 하자 서양 역사에 밝은, '이야기 세계사'의 공저자였던 우 대표가 부르고뉴공국의 역사를 들먹이며 한국과의 동질감을 유도해서 설득해낸 것이다. 이런 게 현재 한국에 필요한 창조적 솔루션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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