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휴진한다" 몰래 문연 동네병원들 속내는...

이충재 기자

입력 2014.03.10 18:19  수정 2014.03.12 09:51

의료계 왕따 우려 '위장휴진' 많아

복지부 추산 전국평균 휴진율 29%

10일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정상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 서계동 소화아동병원에서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전공의들이 휴진에 동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노환규 대한의사협회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릴 기자회견을 위해 대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건물 안에서 의사협회의 의견이 담긴 팻말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오늘 병원 진료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실제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이 많지 않아 우려됐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의협이 원격의료 도입과 낮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등 정부의 의료정책 전반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이라는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상당수 지역 의사회와 동네병원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아 휴진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휴진율이 저조한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동했다. “자기이익과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시선을 우려한 의사들의 고민과 함께 병원 안팎에서는 “의협의 투쟁 명분이 부족했다”, “동네병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역으로 투영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정오기준 전국 251개 보건소에서 전화로 전수조사한 결과 전국 동네병원의 휴진율은 29.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2만8691개 진료기관 중 휴진한 곳은 8339곳이다. 이는 복지부가 이날 오전 전국 보건소를 통해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 전화와 방문을 통해 휴진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복지부 휴진 참여율 29%…'실제 휴진'은 많지 않아

하지만 일부 동네병원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고’ 진료를 하는 등 실제 휴진 참여율은 조사결과 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이 서울지역 동네병원 가운데 무작위로 15곳을 선정해 진료 가능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화를 받지 않거나 “휴진한다”고 밝힌 병원은 3군데에 불과했다. 기자가 환자라고 밝히고 전화를 한 병원 가운데 12군데는 “오늘 정상 진료를 한다”고 했고, 아예 전화를 받지 않은 병원은 2군데였다.

특히 ‘위장 휴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의원급 이비인후과 병원 관계자는 “원장 선생님이 오늘 진료를 하지 않는 것처럼 전화를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가 보건소에서 직원이 나오니까 ‘진료 한다’고 설명했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데, 오전에는 전화만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가정의학과 의사는 “파업 후 의사모임에서 만나서 물어보면 다들 ‘난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실제 휴진에 참여한 의사는 몇 명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위장휴진’을 하는 이유는 동료 의사들이 ‘휴진에 동참했느냐’라고 물었을 때 ‘난 했다’고 대답하기 위한 것. “집단성향이 강한 의료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의사들끼리 너도나도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한다”는 설명이다.

휴진에 참여하기 어려운 동네병원의 또 다른 속사정도 있었다. ‘생존경쟁’에 놓인 동네병원의 경우, 지역 주민들에게 ‘찍히면’ 진료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지역 사거리 마다 병원이 수십개씩 빼곡한데, 10군데 중에 현상유지는 절반 수준이고, 흑자인 병원은 3군데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휴진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지역별 휴진율 부산은 54% 전북은 2%? 복지부 "편법여부 조사 중"

실제 복지부의 파업율 지역별 조사에서 편차가 높게는 65.5%(세종시)에서 낮게는 2.4%(전북)에 불과한 결과가 나타나는 등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휴진율은 54.5%로 절반을 넘어섰고, 충청남도 48.4%, 경상남도 48.5% 등이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58곳의 의료기관중 38곳이 문을 닫아 가장 높은 65.5%의 휴진율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19.7%에 그쳤고, 광주광역시 10%, 전라북도 2.4%, 울산광역시 12.1% 등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북지역 휴진율이 2.4%밖에 되지 않는 등 지역별 편차가 커 편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1차 전화조사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휴진 여부는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의협의 집단 휴진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확고히 했다. 복지부는 이날 집단휴진과 관련 이미 예고한대로 휴진에 참여한 동네의원들을 원칙대로 모두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도 직접 ‘엄중한 책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정상적인 집단 이익추구나 명분 없는 반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도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의사의 본분을 저버린 일”이라며 “의협이 집단이익을 위해 불법단체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돌아와 대화로 문제를 푸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