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동반자살, 가계부엔 10원 단위까지...

스팟뉴스팀

입력 2014.03.01 15:59  수정 2014.03.01 16:12

발견된 가계부에 알뜰했던 삶 보여, 네티즌 "가슴 먹먹"

MBN 방송 캡처.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에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세모녀가 생활고로 동반자살을 선택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반지하 방안에서 생활했던 세모녀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소식을 접한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1일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세모녀의 유품은 많지 않았다. 세모녀의 유품을 정리하던 고물상은 "살림살이가 너무 적어 유품들을 들어내는 작업이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세 모녀의 집 대문앞에서 발견된 가계부에는 2006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세모녀의 팍팍했던 삶이 기록돼있었다.

아 가계부에는 4월 공과금 7만5210원, 5월 공과금 6만9400원 등 매달 공과금 액수를 비교한 내용이 기록돼 있는 등 알뜰한 살림을 위한 세모녀의 치열했던 삶이 녹아있었다. 당근 460원, 어묵 990원과 같이 세세한 식품과 각 물품의 가격도 10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기입돼 있었다.

한편, 2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엄마 박모 씨(60)와 큰딸(35), 작은딸(32)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의 창문을 청테이프로 막아놓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점을 보아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 세모녀의 한 달 생활비는 12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50만원은 집세로 꼬박꼬박 냈고 나머지 돈으로 세 모녀가 힘겹게 버텨왔지만 박 씨가 귀가 길에 넘어져 팔을 다치면서 이 수입원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남편은 지병으로 12년 전 세상을 떠났고, 큰 딸은 고혈압과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딸은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상태였다.

엄마인 박 씨가 식당에서 벌어온 돈 120만원이 세모녀의 전부였지만 박 씨가 팔을 다치면서 이마저도 끊기게 된 것이다.

결국 세 모녀는 박 씨가 식당일을 그만둔 이후 밀렸던 월세·공과금 70만원과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편지를 집주인에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생활고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이들 세모녀는 박 씨의 월급이 끊기기 전까지 방세와 공과금을 연체한 적이 없었다.

이와 관련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논평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방치한 사회적 약자, 바로 우리의 이웃의 하루는 계속해서 병들어 갔다”면서 “축소되고 왜곡되는 복지정책은 그들에게서 한 줌의 희망마저 앗아가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슴이 먹먹하다.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하늘에 올라가셨으니 행복하시길 바란다”, “국가가 보호하지 못한 국민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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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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