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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의 대답은 '아이들 망치러 가'


입력 2013.12.29 10:23 수정 2014.02.11 11: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애들까지 돈벌이 투입' 자유지만

공공 장소에서 남의 눈총 받게 만드는 건 배려 아닌 학대

마음으로야 한국 사람만큼 열혈 애국자고 예의민족도 드물 것이다. 그런 나라가 요즘 자나깨나 인성(人性)이 화두다. 하여 너도나도 인성교육 한다며 열을 올리지만 안타깝게도 구체적 콘텐츠도 없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다. 인성의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겠다. 분명한 것은 인성의 반대말은 수성(獸性)이겠다.

대한민국 품격을 떨어트리는 가장 큰 두 주체는 정치판과 방송 예능프로그램이다. 착한 서민들이 땀과 세금으로 국격을 높인다고 주야로 애쓰고 있는 반면 이들은 공든 탑을 한 방에 무너뜨리거나 재 뿌리고 다닌다. 한국의 저급한 오락프로 방송제작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조용한’ 제2, 제3의 윤창중 사태들이 물귀신처럼 국격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느 국가든 사회가 안정될수록 빈부의 격차가 점점 크게 벌어지는 것처럼 품격의 차이도 갈수록 심해진다. 해서 상중하 계층의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어느 한 구석은 상승을 포기한 채 썩어가기 마련이다. 자신이 어떻게 살지, 제 자식을 어떤 부류에서 살아가게 가르칠지는 전적으로 자유겠지만 굳이 TV에까지 나와서 남의 가정 아이들에게까지 막사는 법을 가르쳐서는 곤란한 일이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 아닌 학대

기실 지난번 칼럼에서 지적한 '아빠 어디가 - 뉴질랜드에 가다 3편'의 테이블 무매너들은 굳이 서양식 기준에서 평한 것만도 아니다. 그 정도는 한국의 보통 가정 밥상머리 교육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모든 유아교육지침서에 명기되어 있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선 다 가르치고 있다.

설마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이러면 안됩니다!’를 보여주기 위해 나쁜 버릇 다 모아 놓은 건 아닐 것이다. 말이 선진국이지 저들 나라에도 매너없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데 뭐 그까짓 걸 가지고 비교하느냐고도 할 수 있겠다. 저들도 제국주의 시절 서구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바람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 내지는 훼손 시켰으니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저급문화를 저들 나라에 퍼트려도 된다? 단순무지 소국근성의 발로라 하겠다. 그래서 우리가 꿀꿀이죽, 부대찌개 먹었듯 너희들도 라면에 토마토케첩 비벼 먹으라고 주는가?

한국인들은 외국인만 보면 억지로 김치를 먹이려 든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김치를 먹은 외국인들이 아무렴 예의 없게 그 자리에서 뱉을까! 그래서 그 김치가 생각나서 한국을 찾을까? 덕분에 나중에 한국에 놀러가고 싶어도 별난 한국 음식 못 먹을 것 같아 지레 포기하지나 않았으면 다행이겠다. 언제까지 내것 네것 따져가며 이런 후진적 소애국주의 행태를 계속 할 셈인지 아득하다.

그게 뭐 어때서라고? 자녀교육 제대로 시키지 못했음에 대한 부끄러움은 고사하고 오히려 기특하다며 자랑스러워 희희낙락대는 관대한(?) 아버지들, 그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보다 ‘재미’와 ‘시청률’밖에 모르고 품격이라곤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는 프로를 개념 없이 만들어 안방에다 뿌려대는 방송사의 도덕적 사회적 무책임이 더 큰 문제라 하겠다.

빤히 짐작되는 아이들의 실수와 사고 치기를 방관 내지는 유도한 다음 그 장면들을 골라 찍고, 자연스럽지 못하게 억지로 외국 남녀 아이들과 친하도록 강요하는 장면들, 볼품없는 사생활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동물농장' 보듯 그런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보고 웃긴다며 깔깔대고 즐기는 시청자들 역시 가학적이고 부도덕하기는 마찬가지겠다.

돈 많이 벌어다 주고 친구처럼 함께 놀아주는 게 부모의 의무 혹은 책임인가. 자신의 유명세 덕분에 아이들이 공짜 여행에다 TV에까지 나오게 되어서 뿌듯한가. 그리고 고만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게 그저 부러운가. 자녀들과 놀아주는 것은 그저 심심한 아이의 시간을 함께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그건 교육이고 학습이다.

아이들의 기 살리기? 지금 그 아버지들의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람답게 대접받기 위해 진즉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제대로 된 유아교육이지 끼 발산 연기수업도 돈벌이도 아니다. 하루빨리 다니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튼 향후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훈육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저들 따라 해외로 나가 어글리 코리안 짓을 하고 다닐지 걱정이 앞선다.

MBC 주말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뉴질랜드' 편 동영상 화면 캡처. MBC 주말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뉴질랜드' 편 동영상 화면 캡처.

아이니까 봐줘야 한다?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 있는 게지!"라고? 아무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공공장소로 데리고 나올 때에는 사전에 반드시 그에 필요한 에티켓을 가르쳐서 데리고 나오는 게 상식이자 부모의 의무다. 그래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아이도 합당한 인격체로서의 대우받을 수 있다. 요즘은 아파트에서 개 키우는 것도 주민들이 반대한다. 그리고 밖에 데리고 나갈 땐 반드시 목줄을 채워 남에게 불편을 주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남의 눈총 받고 자라는 아이의 인성이 과연 바를까?

"크면 철들겠지!"라고? 자동차 도로에서 과속도 문제지만 지나친 저속도 민폐를 끼친다. 저속에다 교통법규까지 지키지 않는다면? 아이는 아이이니까, 노인은 노인이니까, 청소년은 청소년이니까, 소수자는 소수자니까 봐줘야 한다? 관대한 나라일수록 불평불만은 더 많은 법이다. 강아지보다 길들여지지 못한, 버릇없는 제 아이 때문에 남들이 왜 불쾌해하고 언제까지 고통을 참아줘야 한단 말인가? 이는 전적으로 부모가 책임지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연예인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공인으로서 죄송하다. 국민과 팬들께 사과한다’고 한다. 공공개념이 뭔지나 알면서 공인이란 말을 쓰는지 의아스럽다. '아빠 어디가'의 아버지들이 진정 해야 할 일은 ‘훈육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로 인해 많은 가정의 아이들을 오염시켜 죄송하다’는 사과겠다.

결론적으로 '아빠 어디가'의 대답은 ‘망가지러 가요!’가 되겠다. 제발 이쯤에서 그만두고 차라리 '우리 아이(아빠)가 달라졌어요'란 프로에 나가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선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감독기관에선 점검을 좀 했으면 한다. 제대로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라면 그 부모도 함께 유아교육 시켜야겠다.

언어만이 소통 도구가 아니다

영어도 그 도구 중 하나일 뿐. 영어를 아무리 잘 해도 매너가 없으면 상대해줄 수가 없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하고는 말을 섞기조차 싫은 게 사람이다. 매너에서 형식, 즉 명시적 표현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심중의 뜻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하기 위해, 다른 말로 진정한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그 상황에 합당하게 구별된 행동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매너기 때문이다.

설마 그 따위 번잡한 매너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오르지 졸업장만 따 가지고 오라고 마누라까지 딸려 조기 유학 보냈으랴? 그랬다면 진짜 바보 기러기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다. 한국 땅에서 그 무엇도 자급자족이 안 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일자리도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세계시장이 곧 우리의 먹거리 밭이다. 그 밭을 내 밭처럼 아끼고 가꿔야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들도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고품격으로 글로벌화 해야 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게 진정한 경쟁력이다. 요즘 시골에선 차도 옆 논밭에 쓰레기 버리는 도시인들 때문에 골치라 한다. 해외에까지 나가 물 흐려놓는 것 또한 그와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아이들 미래의 밥그릇 걷어차고 다니는 일이다.

참고로, 식당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절이나 수도원에서도 음식이 준비되면 모두가 식당에 모여 앉은 다음 배식이 된다. 서양의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헌데 대부분의 한국 가정은 음식이 상에 다 차려진 다음 모여 앉는다. 그게 그것 같지만 격이 다르다. 음식을 먹는 것만이 식사가 아니다. 바르게 앉아서 음식 배당 받기를 얌전하게 기다리는 것 역시 식사예절이다.

음식과 음식을 만든 이에 대한 고마움, 음식을 베푸는 이에 대한 존중심, 그 음식을 먹게 해주신 신에 대한 감사의 자세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물론 서양이라 해도 뷔페식 식당엔 그런 것이 없다. 그리고 하인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그 기다림의 식사예절의 차이가 비즈니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되는데 가령 애플과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회의 차이와 같은 것이겠다.

얼핏 똑같아 보이지만 매너적 시각에서 보면 전혀 격이 다르다. 기술, 디자인 등 다른 것들은 다 따라잡았지만 이런 미묘한 문화적 차이는 아직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다. 해서 그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판매 이익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튼 식사 문화 전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겠다.

‘요’자는 가정교육, 인성교육의 시작

대한민국엔 두 부류의 가족이 있다. ‘요’자가 있는 가족과 없는 가족! 부자유친(父子有親)? 동방예의지국에선 언제부터인가 부모 자식이 ‘야-자!’하는 친구 사이가 되어버렸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제집인양 떠들고 막무가내 뛰어다니는 아이들 중 제 아비에게 ‘요’자를 붙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아무렴 그런 가정의 부모 혹은 자녀라면 이 글을 읽기가 더 없이 불편하겠다. 해서 품격을 얘기하면서 글은 오히려 품격이 없다고 불평한다.

쓴 소리를 달게 포장해달라는 말인데, 그런 서비스까지는 내키지 않을뿐더러 과연 그런다고 곱게 삼킬 것 같지도 않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식만 찾지 말고 때론 떫고 거친 음식도 먹는 기회도 가졌으면 싶다. 쓴 약은 그냥 쓰게 마시는 게 좋다. 더구나 약이 아닌 주사라면? 안 아픈 주사가 있던가? 안 아픈 수술이 있던가? 그것마저 폭력이라 할 텐가?

영양제, 약, 주사, 수술 어느 것으로 환자를 치료하든 그건 오르지 의사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난 인권을 존중하는 의사니까 영양제와 약만으로 치료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누가 아픈 제 자식을 맡길까?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교육 받은 사람의 특징’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약이 쓰다 달다 않는다.

필자 또한 어린이의 글로벌 매너 개인지도를 부탁 받을 적엔 먼저 이 ‘요’자의 유무로 가부를 결정한다. ‘요’자를 안 붙이는 아이는 붙이는 아이보다 몇 배 가르치기 힘들 뿐더러 설사 아무리 가르쳐본들 가정에서 협조가 안 되기 때문에 결국은 허사가 되고 만다.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에도 체크해야 할 주요 포인트다. 대부분 오래 못 견디고 나간다. 혼사도 집안의 재력, 학벌 대신 이 ‘요’자부터 확인해서 같은 부류끼리 맺어야 뒤탈이 적다. 근본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자 아빠보다 지혜로운 아빠가 되어야

“무릇 지혜로운 여인은 그 집을 세우되 미련한 여인은 자기 손으로 그것을 허느니라”(잠언 14장 1절).

IMF의 부산물로 한국의 외식산업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조기 명퇴 바람에 고학력자들의 요식업 진출이 갑작스레 늘어난 탓이다. 주말이면 자녀들을 데리고 나가 외식을 하는 가정이 많다. 왁자지껄 피난민급식소 내지는 동물사육장 같은 그런 대중식당에서야 배를 채우는 것 외에 달리 배우고 가르칠 게 없다.

한국도 이제는 맛있는 음식 배불리 먹여야겠다는 후진국적 배고픈 시절의 외식 개념을 바꿔야 한다. 필자는 일부러 주변의 맛은 별로지만 깨끗한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한다. 우선 과식을 안 하게 되고, 손님이 적어 쫓기듯 식사할 필요도 없고, 조용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대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적 가족적 욕구 충족이 아닌 사회적 인격 존중의 외식문화를 가꿔나가야 한다. 조기 유학 보낸다고 아이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제발이지 소문난 맛집이나 푸짐한 식당만 찾지 말고 한 달, 아니 일 년에 단 한번을 사 먹이더라도 시내의 제대로 된 정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서빙을 받는 오찬이나 만찬을 하면서 정품격 테이블 매너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자신이 없으면 훌륭한 선생을 초대해서 함께 식사하며 아이들이 배우게 하면 된다. 글로벌무대에서 국가 대표선수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외교부 본부대기대사 같은 분들이라면 더없이 좋겠다.

품격이 곧 인성이고 인격이다. 신사의 매너와 웨이터의 에티켓, 그게 그것 같지만 실은 전혀 격이 다르다. 매너가 없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같이 밥 먹어줄 글로벌 신사는 없다. 맛과 칼로리로 배를 채우기보다는 품격 비타민으로 가슴을 채워주길! 아이가 훗날 큰물에서 놀 수 있게 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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