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매출은 줄고, 살리려는 중소기업은 큰 효과 못보고, 그래서 소비자는 불편하고, 같이 살자는 취지는 좋은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제 민주화인지 모르겠다” (유통업계 관계자)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로 이어져 오히려 중소기업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이른바‘경제민주화의 역설’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65%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논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여 실제 기업들이 느끼는 경제민주화의 긍정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302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회 기업정책 현안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41.2%는 “경제민주화는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논의는 과도하다”고 응답했으며, 24.2%는 “경제민주화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므로 논의를 재고해야 한다”고 응답해 전체의 65.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경제에 도움이 되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중소기업은 34.6%였다.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53.6%(대기업 65.1%, 중소기업 42.5%)가 ‘대기업 규제 위주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응답했다. 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대기업 20.1%, 중소기업 26.1%에 그쳤다.
경제민주화로 인한 동반성장? 돌아온 건 부작용 뿐
대기업의 사업 확장 제한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오히려 대기업과 골목 상권의 소상공인 모두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같은 대표적인 사례는 대형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부터 실시된 월 2회 공휴일 휴무와 신규 출점 금지로 올해 매출이 대부분 떨어졌다.
특히 월 2회 일요일 휴무가 의무화되면서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국내 식품업체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졌고,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과 어민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다.
여기에 영업규제로 인해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대학생과 주부들의 일자리를 비롯해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수많은 서민들의 일자리는 크게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가 쉬는 날을 알게 되면 그 전날 미리 마트를 방문해 물건을 구입하는 등 의무 휴업일을 피해 대형마트를 방문한다”며 “의무휴업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도 실제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같은 추세라면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발 묶인 국내 대기업, 외국계 기업 진출은 봇물
경제민주화 바람에 국내 브랜드와 외국계 간의 역차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 등이 지난 5월 프랜차이즈 및 외식 업종 출점제한 규제를 틈타 외국계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나선 것.
특히 동반위가 역세권 반경 100m 밖 혹은 연면적 2만㎡ 미만의 복합다중시설에 대기업 외식업체들의 신규 출점을 제한키로 함에 따라 롯데리아(롯데) 빕스(CJ푸드빌) 애슐리(이랜드) 등은 사실상 대도시 내 신규 출점의 길이 막혔다.
반면 이를 비집고 미국계인 아웃백스테이크는 199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106개 까지 매장 수를 늘려왔으며, 피자헛을 비롯해 스타벅스, 커피빈 등 기존 미국계 커피전문점들도 상대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매장에 피해 규제를 덜 받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진출하는데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 성장이 막힌 상황에서 오히려 경제민주화로 인해 외국 기업들의 배만 불리는 현상을 낫게 됐다”며 “경제민주화로 오로지 대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칫 토종 브랜드의 역차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대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한 시장경제 원칙을 보장하는 경제 환경을 만든다는 경제민주화의 취지를 잘살려 기업과 국민이 모두 이롭게 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적인 과제”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민주화는 역행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경제적인 상황을 보면서 완급 조절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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