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거리 금연구역지정 반대, 최소한의 흡연권 보장을 위한 흡연구역(흡연실) 설치 등을 주장하며 철창 안에서 담배를 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PC방 및 일반음식점에 대해 금연을 시행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금연지침을 후퇴시키는 ‘선택적 금연법’이 국회에 제출돼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시민들은 “불과 6개월 전 실내음식점 및 PC방 전면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들을 길거리로 내몰더니 이제는 또 금연·흡연 선택제라는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냐”며 ‘왔다갔다’ 금연정책에 원성을 쏟아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법률개정안은 일정 넓이(150㎡) 이상의 PC방 및 음식점, 카페 등의 흡연 여부는 사업주가 직접 결정하고, 사업장 입구에 흡연 가능 여부만 표기하면 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150㎡ 이상의 PC방 및 일반음식점 금연정책과 배치되는 법안으로, 일부 사업주들은 “한 번 정할 때 신중히 정하지 왜 사업주들만 고생을 시키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A 씨는 “전면 금연정책 시행 이후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긴 했지만 흡연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갑자기 다시 ‘선택적 금연법’이 통과될 지도 모른다고 하니 치웠던 재떨이를 다시 들여놔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흡연·금연을 선택하도록 하면 어떤 업주가 흡연손님을 받을 수 없는 금연을 택하겠느냐”며 “이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부 정책을 무효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PC방 업주들 "돈 들여 흡연부스 만들고, 금연문화 정착시켜놨더니..."
PC방 업계 온라인커뮤니티인 ‘아이러브피씨방’의 한 네티즌은 “그럼 그 동안 손님 잃어 가며 금연 시행한 PC방과 돈 투자해서 흡연실 만든 PC방 주인들은 뭐가 되는 것이냐”고 하소연 했다.
한 PC방 업주는 “정부가 6월부터 무조건 금연으로 하라기에 부스 만들고 금연문화 정착시켜놨더니 이제는 또 흡연·금연을 마음대로 정하라는 것이냐. ‘다른데 다 흡연 허용하는데 여기는 왜 못 피우게 하느냐’는 손님들 원성을 들으며 누가 금연 PC방을 유지하겠느냐”고 말했다.
“모든 정책에는 과도기가 있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았다.
비흡연자인 시민 B 씨(25.여)는 “정책 시행 초기에는 사업주들의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겠으나 결국 모든 음식점과 PC방이 금연을 시행하면 똑같아지고, 시민의식도 개선될 텐데 참을성 없는 개정안 발의”라고 비난했다.
B 씨는 또 “국민들도 술집, 카페, 음식점 등의 실내 금연문화에 점차 적응해가는 시점이었는데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정부의 정책을 시행 6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흡연자라 밝힌 한 네티즌도 “술자리에서 담배가 생각나면 바람도 쐴 겸 잠시 일어나는 것도 익숙해지고, 이제 금연문화가 자리 잡혀 가는데 이런 개정안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흡연자들 "우리의 흡연권도 보장받아야한다" 환영 분위기
반면,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선택적 금연법’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흡연자 C 씨(27)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PC방을 가는 것이 아니다. 담배 피면서 편하게 게임을 하려고 PC방 가는 것”이라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연을 한다는 PC방은 한 곳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흡연자들에게 이 개정안 통과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이어 “금연·흡연 선택제가 통과되면 개인의 기호에 따라 식당, 카페, PC방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150㎡ 이상의 PC방 및 일반음식점 등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계도기간으로 설정, 내년부터 사업장 단속을 강화하고 오는 2015년부터는 모든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 등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PC방이나 음식점 등이 별도로 설치한 흡연실 이외 공간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될 시 흡연자에게는 10만원, 사업주에게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의 정책 시행 6개월 만에 ‘선택적 금연법’을 국회에 발의한 이 의원은 “사업자와 소비자, 흡연자의 권리 등 3자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면 금연법이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음식점 금연시행 이후 흡연자들이 식당 바로 앞 길거리 등에서 흡연을 해 오히려 비흡연자들에 대한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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