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금연정책 "흡연자 길거리로 내몰더니..."

김아연 기자

입력 2013.12.13 10:48  수정 2013.12.13 11:04

선택적 금연법 제출에 PC방 업주들 "돈 들여 흡연실 만들었는데"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거리 금연구역지정 반대, 최소한의 흡연권 보장을 위한 흡연구역(흡연실) 설치 등을 주장하며 철창 안에서 담배를 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PC방 및 일반음식점에 대해 금연을 시행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아 사실상 금연지침을 후퇴시키는 ‘선택적 금연법’이 국회에 제출돼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시민들은 “불과 6개월 전 실내음식점 및 PC방 전면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들을 길거리로 내몰더니 이제는 또 금연·흡연 선택제라는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냐”며 ‘왔다갔다’ 금연정책에 원성을 쏟아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대표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법률개정안은 일정 넓이(150㎡) 이상의 PC방 및 음식점, 카페 등의 흡연 여부는 사업주가 직접 결정하고, 사업장 입구에 흡연 가능 여부만 표기하면 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현재 시행 중인 150㎡ 이상의 PC방 및 일반음식점 금연정책과 배치되는 법안으로, 일부 사업주들은 “한 번 정할 때 신중히 정하지 왜 사업주들만 고생을 시키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후반의 A 씨는 “전면 금연정책 시행 이후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긴 했지만 흡연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갑자기 다시 ‘선택적 금연법’이 통과될 지도 모른다고 하니 치웠던 재떨이를 다시 들여놔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흡연·금연을 선택하도록 하면 어떤 업주가 흡연손님을 받을 수 없는 금연을 택하겠느냐”며 “이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부 정책을 무효화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PC방 업주들 "돈 들여 흡연부스 만들고, 금연문화 정착시켜놨더니..."

PC방 업계 온라인커뮤니티인 ‘아이러브피씨방’의 한 네티즌은 “그럼 그 동안 손님 잃어 가며 금연 시행한 PC방과 돈 투자해서 흡연실 만든 PC방 주인들은 뭐가 되는 것이냐”고 하소연 했다.

한 PC방 업주는 “정부가 6월부터 무조건 금연으로 하라기에 부스 만들고 금연문화 정착시켜놨더니 이제는 또 흡연·금연을 마음대로 정하라는 것이냐. ‘다른데 다 흡연 허용하는데 여기는 왜 못 피우게 하느냐’는 손님들 원성을 들으며 누가 금연 PC방을 유지하겠느냐”고 말했다.

“모든 정책에는 과도기가 있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시민들의 불만도 높았다.

비흡연자인 시민 B 씨(25.여)는 “정책 시행 초기에는 사업주들의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겠으나 결국 모든 음식점과 PC방이 금연을 시행하면 똑같아지고, 시민의식도 개선될 텐데 참을성 없는 개정안 발의”라고 비난했다.

B 씨는 또 “국민들도 술집, 카페, 음식점 등의 실내 금연문화에 점차 적응해가는 시점이었는데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정부의 정책을 시행 6개월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흡연자라 밝힌 한 네티즌도 “술자리에서 담배가 생각나면 바람도 쐴 겸 잠시 일어나는 것도 익숙해지고, 이제 금연문화가 자리 잡혀 가는데 이런 개정안이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흡연자들 "우리의 흡연권도 보장받아야한다" 환영 분위기

반면, 대다수의 흡연자들은 ‘선택적 금연법’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흡연자 C 씨(27)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PC방을 가는 것이 아니다. 담배 피면서 편하게 게임을 하려고 PC방 가는 것”이라며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금연을 한다는 PC방은 한 곳도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흡연자들에게 이 개정안 통과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이어 “금연·흡연 선택제가 통과되면 개인의 기호에 따라 식당, 카페, PC방 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150㎡ 이상의 PC방 및 일반음식점 등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계도기간으로 설정, 내년부터 사업장 단속을 강화하고 오는 2015년부터는 모든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 등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PC방이나 음식점 등이 별도로 설치한 흡연실 이외 공간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될 시 흡연자에게는 10만원, 사업주에게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의 정책 시행 6개월 만에 ‘선택적 금연법’을 국회에 발의한 이 의원은 “사업자와 소비자, 흡연자의 권리 등 3자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면 금연법이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음식점 금연시행 이후 흡연자들이 식당 바로 앞 길거리 등에서 흡연을 해 오히려 비흡연자들에 대한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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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연 기자 (withay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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