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K3 디젤 "형님보다 나은 동생"

박영국 기자

입력 2013.12.06 10:53  수정 2013.12.06 10:59

폭스바겐 골프보다 힘 세고 아반떼 디젤보다 조용해…코너링은 아쉬워

K3 디젤이 5일 시승행사에서 일산 자유로를 질주하고 있다.ⓒ기아자동차

‘수입차 국내시장 점유율 지난해 10%에서 올해 13%로 확대’, ‘수입차 중 디젤 차량 비중 65%’

최근 현대·기아차를 괴롭게 만드는 수치들이다. 수입차들의 영토 확장을 막고 ‘텃밭’인 한국 시장을 지켜내고 싶다면 답은 하나다. 제대로 된 디젤차를 만드는 것.

그 선봉에 선 차종이 아반떼 디젤과 K3 디젤이다. 시장도 가장 크고, 디젤의 장점인 연비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많이 포진한 차급이 아반떼와 K3가 속한 준중형 차급이다.

5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K3 디젤을 몰아보며 이 녀석이 과연 디젤차를 앞세운 수입차 진영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 평가해봤다. 시승 코스는 엠블호텔에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까지 왕복 약 100km 구간이었다.

‘연비’ 보다 ‘동력성능’에 중점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는 서로 반비례하는 요소들을 적당히 절충해야 할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파워트레인의 경우 연비와 동력성능이 그런 요소들이다.

특히, 디젤엔진은 연비 측면의 장점이 강조되지만, 주요 타깃인 20~30대 젊은층의 다이내믹한 취향을 고려한다면 동력성능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절충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기아차 개발자들로서는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이미 현대차 개발자들이 대신해줬다. 앞서 출시된 아반떼 디젤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니 K3 디젤 개발 과정에서 또다시 고민할 필요는 없는 부분이다.

아반떼 디젤 출시 당시의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기아차도 K3 디젤의 비교 대상으로 폭스바겐 골프 1.6TDI를 언급했다.

K3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128마력, 최대토크 28.5kg·m로 골프 1.6 TDI(105마력, 25.5kg·m)보다 동력성능에서는 우위에 있는 대신, 공인연비는 골프 1.6 TDI(18.9km/ℓ)가 K3 디젤(16.2km/ℓ)을 압도한다.

K3 디젤의 절충점이 동력성능 쪽으로 다소 치우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주행에서 K3 디젤은 1.6ℓ 배기량의 준중형으로서는 부족하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7세대 골프를 시승했던 지난 7월의 기억을 되짚어 보니 골프 1.6TDI 보다는 K3 디젤의 가속페달 반응이 좀 더 좋았다는 평가도 내려줄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고만고만한 소형 엔진끼리의 비교인데다, 디젤엔진 자체가 가속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은 관계로 어느 한쪽에 ‘완승’이라는 감투를 씌워주기엔 무리가 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지 않는 퍼포먼스, 이를테면 골프에게서 받았던 고속주행 안정성이나 코너링시의 ‘탄탄한 하체’의 느낌은 K3 디젤 시승에서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히려 K3 디젤 시승에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고속도로 주행보다 엠블호텔의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였다. 제법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도 신음소리(rpm이 치솟을 때 내는 굉음) 한번 안 내고 탄탄하게 붙잡고 올라가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아차가 이날 공개한 K3 디젤 TV 광고도 세계에서 가장 경사가 심한 도로를 배경으로 K3 디젤의 등판능력을 부각시키는, SUV에서나 볼 법한 콘셉트였다.

연비는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공인연비보다 한참 떨어지는 14.2km/ℓ가 나왔지만, 반환점을 돌며 동승자에게 운전대를 넘긴 뒤 도착지점에서 확인해 보니 16.3km/ℓ로 올라왔다. 기자는 마구 밟아댔고, 동승자는 얌전하게 운전한 결과다. 왕복 합산 실적이 16.3km/ℓ니, 동승자의 운전 패턴으로만 주행했더라면 18km/ℓ 이상 나왔을 수도 있겠다.

퍼포먼스에 중심을 맞췄다지만 연비도 이정도면 디젤엔진 때문에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2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아깝지 않을 수준은 된다.

이날 시승한 기자들 중 가장 높은 연비는 24.3km/ℓ였다. 물론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일상적인 운전 습관으로 나올 만한 수치는 아니니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다.

형님 보다 더 탄탄하고, 더 조용한 동생

기아차 입장에서는 폭스바겐 골프를 K3 디젤의 비교대상으로 삼아줬으면 싶겠지만, 소비자들로서는 형제차인 현대차 아반떼 디젤과의 차이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두 차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기 때문에 동력성능에서 큰 차이는 있을 수 없다. 제원상의 수치도 동일하다.

다만, ‘현대차는 좀 더 말랑하고 기아차는 좀 더 딱딱하다’는 통상적인 인식이 두 회사의 준중형 디젤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느낌이다.

이 역시 어느 쪽이 옳다기 보다는 ‘승차감’과 ‘운전 재미’의 상반된 요소들을 절충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일단 폭스바겐 골프와의 비교에서 아쉬움을 줬던 코너링 안정성에서는 서스펜션을 상대적으로 단단하게 튜닝한 K3 디젤에 아반떼 디젤보다는 조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K3 디젤이 형님 격인 아반떼 디젤을 확실히 넘어선 종목은 소음·진동(MVH) 부분이다. 창문을 열면 디젤엔진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음이 여지없이 들리지만, 창문을 닫으면 확실히 조용해진다. 엔진 소음은 어쩔 수 없어도 차량 내부와 엔진룸 등에 흡차음재와 제진재 등을 아낌없이 사용해 실내 정숙성을 높였다는 얘기다.

특히 정차시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가 출발시 다시 시동을 켜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이 구동될 때는 K3 디젤의 정숙성이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시동음이 과격한 디젤엔진에 조합된 ISG 시스템은 오히려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탑승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K3 디젤의 시동음은 디젤엔진 치고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기아차 측도 아반떼 디젤 대비 K3 디젤의 장점에 대해 “소음·진동을 줄이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점을 내세웠다.

K3 디젤의 판매가격은 럭셔리 1925만원, 프레스티지 2100만원, 노블레스 2190만원이다. 최저트림이 15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아반떼 디젤과 비교해 진입가격이 높게 느껴지지만, 이는 K3 디젤에는 수동변속기 트림이 없어 그런 것이다.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트림별로 비교하면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정선교 기아차 국내상품팀장은 “쿠페가 아닌 세단 차량은 수동변속기 트림을 운영해 봐야 판매 비중이 1~2%에 불과하다”며, “초기가격을 낮게 하느라 수동변속기 트림을 추가해 트림을 다양하게 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자동변속기 트림만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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