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탈·불법 경영, 국세청은 알고 있었다

김재현 기자

입력 2013.10.31 11:54  수정 2013.10.31 14:38

2009년 세무조사 당시 탈법 경영실태 포착

국세청이 4년전 동양그룹 세무조사시 불법경영을 알고도 검찰에 고발 조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세청이 동양사태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현미 의원(민주당)이 입수한 지난 2010년 1월 국세청에서 작성된 '조사진행 보고내용' 문건을 보면 2009년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동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세청은 동양메이져(현 주식회사 동양) 등 동양그룹 계열사 6곳에 대해 예치조사 방식으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문건에는 동양그룹의 부실경영, 탈세·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부당지원 등이 확인한 것으로 작성됐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은닉자금 조성 혐의(2334억원) △업무무관 가지급금 및 인정이자(468억원) △자산유동화(ABS)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313억원) △PK2(주)의 해외차입금 이자비용 과다 유출혐의(236억원) 등이다.

이 문건을 토대로 몇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동양그룹 자회사 동양메이져가 해외투자 법인을 통해 투자한 모든 사업에서 투자금 전부를 잃는 손실을 입었다. 이후 회계상 손실 처리했음을 확인했는데 국세청은 동양그룹이 실제 해외투자 과정서 손실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해외 자본투자를 빌미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 여지가 충분하다는 증거다.

또다른 의혹도 지목하고 있다.

동양시멘트 지분 49.9%를 가진 미국계펀드 (주)PK2가 국내보다 높은 이자율(5.08%)로 자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236억원의 이자 과다 지급 사실 △업무와 무관한 해외자회사(동양홍콩)의 이자비용으로 468억원을 사용한 사실 △동양 메이져가 자기 소유 부동산을 유동화 목적으로 SPC에 양도한 뒤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임차료를 지급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당시 국세청은 법인세 등으로 상당한 액수의 추징세액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탈세,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더불어 이 문건에서는 세무조사 책임자(당시 국세청 국장)가 조사과정에서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A국장은 2009년 상반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재직하며 동양그룹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동양그룹 위장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금전 지원에 대한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아니하고, 본청 00국장 재직시 서울청 조사4국에서 다시 이를 적발하였음에도 과세되지 않도록 영햐역을 행사하였음"으로 기재됐다.

이 문건은 A국장이 두 번의 세무조사에 대해 모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의 가능성을 기록하고 있다.

A국장은 2006년 CJ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가 적발돼 지난 8월 사임한 송광조 전 서울청장이다.

2009년 2월 서울청 조사1국장이었으며 이후 본청 조사국장을 역임한다. 참고로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다.

김 의원은 "세금 추징만 하고 현행법을 무시하며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지 않은 것이 결국 오늘의 동양그룹 사태를 불러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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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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