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 등꼴 뼈먹는 보험사의 '갑의 횡포'

김재현 기자

입력 2013.10.31 10:57  수정 2013.10.31 12:06

보험사, 거래상 지위 남용 설계사에게 불공정 계약 강요

공정거래의원회가 2013 국정감사에 제출한 미래에셋보험 FC위촉계약서상 불공정약관 조항 시정내용이다. ⓒ김영주 의원실

보험회사들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보험설계사들에게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수수료를 부당하게 환수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민주당 간사)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그동안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보험해지 건에 대해서도 설계사에게 100% 책임을 전가했다.

보험사와 설계사간 업무위촉계약 내용을 보면 "민원해지 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설계사에게 기 지급된 수수료를 100% 환수한다"고 정하고 있다.

보험 민원해지는 보험가입자가 보험회사나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해지한 경우를 말한다.

결국 보험설계사의 고의, 과실 같은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설계사에게 그 책임을 전적으로 씌우는 것이다.

이런 계약서 내용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 2010년 미래에셋보험의 약관을 심사하면서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가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보험의 FC위촉계약서 제6조(수수료 지급)에서 "해지(무효, 취소 포함)로 인해 무료계약이 발생할 경우 기 지급 수당 전액에 대해 회사가 환수한다"고 돼 있다.

이에 공정위는 이같은 약관조항은 보험모집인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이 해지되는 계약의 경우에도 수당을 100%를 환수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은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판단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더불어 금감원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보험회사의 위촉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교보생명을 비롯한 11개 생명보험사의 위촉계약서에도 유사한 불공정약관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설계사가 모집한 보험 계약이 청약철회로 인해 불성립하거나 무효, 취소, 해제 등 사유로 보험 계약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회사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며, 설계사는 해당 계약으로 인해 지급받은 수수료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Manager(FS, BM, BD, SBD) 수수료 변제 각서에서 "모집한 보험계약이 실효, 해약, 해지, 무효 등의 사유로 미유지되어 기 납입보험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계약자에게 반환할 경우 기 지급받은 수당전액을 회사의 규정에 따라 즉시 변제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불공정약관 조항을 삽입했다.

한화생명도 '수수료 지급 및 환수 관련 중요사항' 중 환수 사유 조항에 "원인무효 사유(마감 후 청약철회, 반송, 해지(품질보증해지, 이반해지, 민원해지), 무효·취소 등)나 원인무효가 아닌 19회 이내 미유지(해약, 실효, 감액, 계약변경, 입금취소), 승환계약, 지급율 정산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기발생 수수료의 100%를 환수한다"라는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이밖에 농협생명, 동양생명, ING생명, 라이나생명, 신한생명, ACE생명, 우리아비바생명 등도 유사한 불공정 조항을 적용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설계사의 수수료는 수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이미 지급받은 수수료를 부당하게 환수하면서 설계사들에게 경제적 고통을 시달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4년간 보험 해지된 건수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연 평균 424만7069건이다. 손해보험은 평균 271만974건에 달했다.

이같이 해지 건수 중 상당수는 '민원해지'와 같이 설계사에게 100%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건수가 포함돼 있다.

공정위의 보험모집위촉계약서에 대한 약관심사 실적은 지금껏 단 2건에 불과했다.

특수고용종사자로 노동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설계사에게 경쟁법적 적용은 최소한 제도적 보호장치다.

이런 사정인데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기본적인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종사자들은 우리사회 대표적인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데 이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공정위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험사의 불공정해위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험사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10월16일 대표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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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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